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교육ㅣ심리ㅣ상담

[상담]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취업 고민에… 항상 불안해요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9-20 ㅣ No.273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7) 취업 고민에… 항상 불안해요



질문

저는 요즘 늘 불안합니다. 놀아도 마음 편히 놀지 못하고, 쉬어도 쉰 것 같지가 않아요.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데, 공부를 해도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고3 때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요즘은 정말 왜 사나 싶네요.


답변

놀아도, 쉬어도, 공부를 하고 있어도 늘 불안한 마음이니,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겠어요. 그 답답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오네요. 아마도 요즈음같이 ‘청년실업자’들이 많은 시기에는 비슷한 처지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청년들이 엄청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 면에서 비슷한 청년들을 대변해서 용감하게 질문을 해주셔서, 같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두루두루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에서 이 질문을 선택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불안’(Anxiety)은 인간실존이 지닌 기본적인 심리상태라고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말했고, 이를 ‘실존적인 불안’이라 불렀습니다. 이런 실존적인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는 절대자(하느님) 앞에 홀로 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보았지요. 어떤 인간이든 절대자 앞에 홀로 설 수 있는 용기가 있을 때에만 이런 존재론적인 불안에서 놓여날 수 있다고 본 것이지요. 이해하기가 좀 어렵지요? 달리 말해, 절대자 앞에 홀로 서서 내 존재의 의미를 제대로 대면한 사람만이 그런 불안에서 놓여날 수 있다는 말이겠지요. 그것은 내가 “정말 왜 사는지?”에 대한 ‘존재’의 의미와 목적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질문자가 쓴 마지막 문장이 이를 잘 표현하고 있네요. “정말 왜 사나 싶네요” 바로 그곳에 진정한 답이 있지 않을까요?

인간이 지닌 심리적인 ‘불안’을 무의식과 연관시켜 과학적으로 연구한 사람이 바로 프로이트(Freud)였습니다. 그는 인간의 불안을 세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현실불안(Real A.), 신경증적 불안(Neurotic A.), 그리고 도덕적 불안(Moral A.)입니다. 현실불안은 질문자가 처한 상황처럼, 현재 바늘구멍처럼 뚫기 어려운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어려운 현실에서 느끼는 당연한 불안입니다. 신경증적 불안이란, 불안을 조장하는 현실상황이 다 해결된 후에도 계속해서 지속적으로 불안을 느끼는 상태입니다. 이는 여러 가지 심리적인 문제와 무의식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는, 소위 노이로제(Neurosis)상태에 돌입한 것입니다. 이런 상태가 심해지면 심리적인 치료가 필요하게 됩니다. 도덕적인 불안은 우리 안에 형성되어있는 초자아(Super-Ego)의 간섭으로 심하게 불안을 느끼게 되는 것으로, 이런 불안도 심해지면 심리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질문자의 상황은 현실불안에 속하는데, 문제는 쉴 때는 잘 쉬면서 에너지를 보충해서 다시 집중해서 취업준비를 해야 하는데, 놀아도 쉬어도 에너지가 생기지 않고 공부에 집중할 수 없을 만큼 불안한 것이 문제이겠지요? 그렇게 보면, 질문자의 불안은 바로 키에르케고르가 ‘실존적인 불안’이라 부른 상황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불안 때문에 취업준비가 제대로 안된다면, 질문자가 말한 것처럼, “왜 사는가?”하는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할 것 같아요. 한 가지 구체적으로 제안한다면, 며칠 시간을 내서 피정(Retreat)을 다녀오면 어떨까요? 피정은 바로 내가 존재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내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내 마음 안에 어떤 무질서한 애착이 쌓여있어 나를 힘들게 하는지를 기도 안에서 성찰해보면서, 궁극적으로는 절대자 하느님과 나와의 관계를 다시 정립하는 시간이지요. ‘피정의 집’ 프로그램들은 다양합니다.

질문자의 불안상태가 현실불안이라면, 이 어려운 취업상황을 잘 견디고 일어서면 그 불안이 사라질 것입니다. 그렇지만, 현재 자신이 몰두해야 할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다면 “내가 왜 사는지?” “이 취업준비는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의 질문에 먼저 답을 할 수 있어야만 불안에서 놓여날 수 있고, 다시 취업준비에 몰두할 수 있겠지요. 올바른 선택은 바로 자신만이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스스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용기를 내서 절대자(하느님) 앞에 마주서서 홀로 대면하시고, 불안에서 벗어나시기 바랍니다. 기도 하겠습니다!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는 독자 여러분들의 참여로 진행됩니다. 신앙생활뿐만 아니라 삶에서 겪는 어려움을 나누고 싶은 분은 아래 주소로 글을 보내주십시오.

※ 보내실 곳 133-030 서울특별시 성동구 무학로 16 (홍익동 398-2)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담당자 앞
· E-mail: sangdam@catimes.kr

[가톨릭신문, 2015년 9월 20일, 김
정택 신부(예수회 · 서강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2,051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