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2일 (토)
(녹) 연중 제11주간 토요일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강론자료

2011-1009.....귀중한 것을 대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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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11-10-15 ㅣ No.1097

연중 28 주일 (가해)

이사야 25,6-10          필리피 4,12-14.19-20          마태오 22,1-14

2011. 10. 9. 등촌3

주제 : 귀중한 것을 대하는 자세

 

세상 삶에서 사람들이 귀중하게 여기는 것은 저마다 다릅니다. 반드시 돈 값어치가 많이 나간다고 해서 사람들이 너나할 것 없이 다 귀중하게 여기는 것은 아닙니다. 각자의 필요성에 따라서, 그리고 대하는 자세에 따라서 차이나기 마련입니다. 그 사정은 오늘 미사에 오신 여러분들에게도 똑같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차이가 사람의 삶을 다르게 만든다고도 할 것입니다.

 

세례를 받고 살아가는 신앙인이라고 해서, 누구나 다 신앙이나 하느님의 말씀이나 뜻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앙에 따른 올바른 길을 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서 우리는 가끔씩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실망스러운 모습이란, 신앙인이라고 말하면서도 신앙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일을 더 먼저 생각하고, 세상의 일을 더 앞세우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하느님의 일이나 신앙의 일은 시간만 흐르면 저절로 되는 일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인지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제가 이런 소리를 하면, 여러분의 귀에는 어떻게 들립니까?

혹시 세상물정을 모르고 그 힘을 인정하지 않는 어리석은 사제의 소리(!)라고 말씀하실 분은 없으신가요? 아마도 세상살이의 힘겨움을 안다면, 그렇게 말하지는 못하지.... 할 분은 없을까요?

 

세상의 재물과 하느님을 함께 섬길 수 없다마태오복음에 나오는 말씀(6,24)을 기억한다면, 세상에서 신앙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양쪽 모두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엄청난 요행을 바라는 것이라고 알아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세상의 재물과 하느님을 똑같이 중요하게 여기거나 섬길 수는 없다고 하셨지만, 세상에 사는 우리는 그 두 가지 일을 똑같이 중요하게 여기거나 섬길 수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될 터이니, 분명 어느 한쪽은 틀리거나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과연 어느 쪽이 잘못된 주장을 펼치는 것이겠습니까?

 

사람이 세상에서 만나는 일을, 세상의 일과 하느님의 일로 정확하게 구분해놓고, 어느 쪽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여러분은 어떤 대답을 하시겠습니까? 왜 둘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하느냐고 물을 분은 없을까요? 이왕이면 둘 다 장점이 있는데 그 두 가지 모두를 중요하게 생각하면 잘못이겠느냐고 되물을 분은 없을까요?

 

수석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하신 말씀이 오늘 복음말씀입니다. 세상에 살면서 세상의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된 것이겠습니까? 세상에 사는 사람이 세상기준에 따라 산 것을 표현하는 것이, 임금이 베푼 혼인잔치에 초대받고도 가지 않은 사람들의 행동이라고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잔치에 초대받고도 함께 하지 않았다는 사람들이 보인 행동도 이해할 수 없지만, 혼인잔치 집에 억지로(?) 참석했다가, 잔치를 베푼 임금에게 쫓겨나는 사람의 모습은 우리가 어떻게 이해해야 하겠습니까?

 

우리들 삶에는 수많은 일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그 많은 일들 가운데, 내가 세운 계획대로만 일어나는 일은 얼마나 될까요? 임금이 차린 잔치에 엉겁결에 따라왔다가, 예복을 입지 않았다고 쫓겨난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일은 무엇이겠습니까? 내 앞에 어떤 일이 닥치든, 항상 올바른 사람으로 평가될 수 있을만한 자세는 갖추고 살아야 하는 얘기는 아닐까요?

 

세상의 삶은 늘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시는 잔치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잔치는 베푸는 사람만이 잘 한다고 해서 성공으로 가지는 않는 것입니다. 그 잔치에 함께 하는 사람이 드러내는 자세도 중요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사람들이 겪어야만 하는 여러 가지 한계를 벗게 해주시는 날, 그날에 정말로 잔치기분을 깔끔하게 누리고 싶다면, 내 앞에 잔치시간이 언제 다가온다고 하더라도 항상 준비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잔치는 내가 원하는 때에 내가 차리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나는 오로지 베풀어지는 잔치에 참여할 수 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세상 삶에서 풍족한 사람으로 살면서 감사의 마음자세를 봉헌하거나, 속 좁은 사람이 되어 좌충우돌(左衝右突)하면서 사는 사람이 드러내는 삶의 차이는 별로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생각과 달리 엄청난 차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베푸시는 잔치에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고, 다른 사람들도 그 기쁜 잔치에 함께 하도록 초대하는 것은 우리가 느낄 기쁨을 더 크게 만드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세상 삶에서 정말로 귀중하게 여겨야 할 것이 무엇이겠는지, 나는 그 귀중한 것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잠시 내 삶을 돌이켜보는 시간입니다.

 

 

하느님! 저희가 당신 앞에서, 당신의 지혜를 얻어, 우리 삶과 구원에 귀중한 것을 정성껏 대하게 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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