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2일 (토)
(녹) 연중 제11주간 토요일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강론자료

2011-1002.....종이호랑이(?)의 진정한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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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11-10-01 ㅣ No.1096

연중 27 주일 (가해)

이사야 5,1-7          필리피 4,6-9             마태 21,33-43

2011. 10. 2. 등촌3

주제 : 종이호랑이(?)의 진정한 힘

우리는 세상에서 여러 부류의 사람을 만납니다. 좋은 사람, 내 맘에 드는 사람, 내가 본보기로 닮고 싶은 사람도 있고, 쳐다보고 그 이름을 듣기라도 하면 부담스러운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게 크게 두 부류로 나누었습니다만, 지금 좋게 판단한 사람만이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고, 그 반대편에 선 사람은 세상에서 없어도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지금은 좋게 판단한 사람의 무리에 내가 속한다고 하더라도, 사람인 이상 그러한 삶의 모습이나 나에 대한 판단이 언제까지 같을지 모른다는 것이 가장 큰 탓입니다.

  세상 삶에 바쁜 우리는, 내가 좋게 판단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내가 그에게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그는 나에게 해코지를 해서도 안 될 사람이고, 나에게 화를 내서도 안 된다고 내가 미리 판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판단하는 내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면, 결과가 어떻게 바뀌게 될까요?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포도원 소작인의 비유이야기입니다. 이 내용을 여러분들은 어떤 입장에서 들으셨습니까? 포도원을 만들고 그들에게서 소출을 받아오려는 계획을 세웠던 포도원 주인의 위치에게 들으셨습니까? 아니면 세상에서 재산을 늘리기 위해서 살인과 박해도 마다하지 않고 움직였던 소작인들의 입장을 옹호하거나 부럽다고 생각하면서 들으셨습니까? 예수님의 말씀은 우리들 각자가 세상에서 드러내는 모습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하고, 그 입장에서 알맞은 가르침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을 대하는 자세를 바꾸고자 합니다. 간단하게 얘기하면, 포도원 주인의 입장이 되기는 하겠지만, 그 포도원 주인이 소출을 얻으려고 하는 분이 아니라, 세상을 향한 하느님의 행동방식에 초점을 두고 보고자 합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한 포도원 주인, 하느님은 종이호랑이입니다. 위협만 하지 행동하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호랑이라는 말의 뜻을 알고, 호랑이가 어떤 동물인지 아는 사람들 가운데, 종이호랑이를 두려워할 사람은 없습니다. 말 그대로 그것은 종이로 뭉친, 종이덩어리이기 때문입니다. 내 귀에 들려온 소리를 그렇게 글자대로만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 말 안에 담겨있는 의미를 읽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종이나 종이뭉치를 무서워할 사람은 없습니다. 종이는 하찮다고 생각할 것이고, 내 맘대로 해도 나를 상대로 아무런 움직임도 없을 거라고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말뜻이 그렇습니다만, 사람이 귀에 들려오는 소리대로만 듣고 그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면, 세상에 올바로 돌아갈 일은 아무것도 없을 것입니다.

  세상 삶에서 소작인들처럼 사는 사람들이 자기 삶의 흔적은 더 많이 남깁니다. 이 자리에서 그렇게 산 사람들이 어떤 부류의 사람들인지 구별할 생각은 없습니다. 세상을 지배한다고 생각할 사람이 모를 내용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세상에 사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거나 이 세상에 잘못된 흔적을 남기는 사람은, ‘종이호랑이로 표현되는 대상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아는 종이호랑이는 말 그대로 종이뭉치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직접 말씀하신 것은 아니지만, 이 종이호랑이가 진짜 하느님이라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처음에, 세상에 사는 사람을 두 부류로 나누어서 말했습니다만, 그중에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종이호랑이를 하느님으로 생각할지, 아니면 하느님을 종이호랑이로 생각할지는 사실상 모릅니다. 안다고 한들 그 구별이 중요한 것도 아닙니다. 오늘 미사에도 많은 사람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만, 여러분의 마음과 삶의 태도는 저마다 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포도나무는 전통적으로 이스라엘 백성을 가리키는 성경의 표현입니다. 하지만 2011년을 지내고 있는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멀리 떨어진 나라의 백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밀쳐둘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보호와 사랑가운데 성장하여 올바른 결실을 맺어야 하는 우리 신앙인들로 바꾸어 알아듣는다면, 이 종이호랑이에 대한 태도와 자세는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

  포도원주인은 포도나무를 심고 잘 자라게 했는데, 이 포도나무가 좋은 포도 대신에 들포도를 열매로 맺었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상상만 해도 충분한 일입니다. 그에게 희망의 빛이 있는 미래가 과연 있을까요?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태도는 다양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선하다고 칭찬하는 한 방향으로만 사는 것도 아닙니다.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고, 강조해봐야 요즘 사람들의 귀에는 닿지도 않을 소리들입니다.

  세상을 향한 종이호랑이, 하느님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요? 사람들이 때로는 잘못된 길로 나아가는 것이 분명한데도, 우리에게 다가오는 하느님의 뜻을 무시하고 사는 것이 분명한데도, 어째서 하느님은 무조건 참으시는 것일까요? 우리가 누구에게 물어봐야 그 대답을 얻을 수 있는지도 모르지만, 하느님을 종이호랑이로 만들지 않아야 하는 것은 신앙인들인 우리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올바른 길로 돌아서기를 간절히 바라시는 하느님의 말씀과 뜻을 읽을 수 있어야하는 세상입니다잠시 지혜를 청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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