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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이야기40: 그리스도의 빛을 사랑한 생드니 수도원장 쉬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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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이야기] (40) 그리스도의 빛을 사랑한 생드니 수도원장 쉬제
쉬제는 또한 부패한 수도원을 개혁하였는데, 당대 최고의 영성가인 클레르보의 성 베르나르도는 그에게 이러한 편지를 썼습니다. ‘(개혁 초기) 당신에 대한 거룩한 수도자들의 열의가 비판으로 향하게 된 것은 당신의 잘못 탓이오. 당신은 당신의 방식을 고쳐야 했소. ... (개혁 후) 그러나 결국 당신은 당신을 비판하는 자들을 만족시켰고, 심지어 우리가 당신을 칭송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소. 그렇게 많은 사람을 갑자기 그리고 동시에 귀의시킨 것을! 한 명의 죄인이 귀의해도 하늘에서 그토록 기뻐하거늘, 하물며 전체 회중의 귀의에 대해서는 어떠하겠소?’(에르빈 파노프스키, 『시각예술의 의미』, 임산역, 한길사, 181쪽 참조). 베르나르도의 수도 규칙과 절제의 삶에 대해서는 동의했지만 지나친 금욕주의는 반대한 그는 다섯 평의 작은 방에서 살았고 검소한 식사를 좋아한 매우 합리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임종의 순간에 베르나르도의 천사 같은 얼굴을 보고 싶다고 말한 것을 보면 베르나르도의 영성을 누구보다 인정한 형제 수도자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쉬제는 무엇보다 사람들이 성당에 들어와 거룩하고 눈에 잘 띄게 보관된 성인들의 유물 앞에서 기도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성물들을 지하 납골당에서 꺼내어 성가대석 위쪽의 공간에 안치하고 자연에서 얻은 보석들로 장식하였습니다. 또한 성당에 빛이 많이 들어오도록 성당을 높이고 창을 넓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아름다운 하느님의 집을 보고 기뻐할 때 거기에 장식된 다채로운 빛깔의 돌들이 자신의 외적 근심을 몰아낸다고 하면서, 성물들의 물질적 밝음과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에게 영적인 빛을 비추어 그를 밝게 만든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쉬제의 성당은 그리스도의 빛을 담은 가시적 성사가 되었고, 세상은 그것을 ‘고딕’이라고 불렀습니다.
[2020년 11월 22일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 주간) 의정부주보 7면, 김한수 가롤로 신부(민락동 성당 주임, 건축신학연구소)] 0 1,702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