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교회문헌ㅣ메시지

2012년 제12회 가정성화주간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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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12-06 ㅣ No.473

제12회 가정 성화 주간 담화문

(2012. 12. 30. - 2013. 1. 5.)


복음적 삶으로 거듭나는 가정

 

 

 

+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은 하느님의 사랑이 아기 예수님을 통해 온 세상, 모든 이에게 드러난 참으로 기쁜 날입니다. 여러분 모두와 함께 이 성탄을 기뻐하며 모든 가정에 축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오늘 우리는 성가정 축일을 시작으로 온 가족이 함께 가정의 의미를 되새기는 가정 성화 주간을 맞이합니다. 우리는 이 주간에 사랑의 공동체인 가정의 모습을 새로이 성찰하고, 복음적 가치관으로 거듭난 가정을 통해, 하느님의 축복이 우리 삶에 스며들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권고 『가정 공동체』에서는 가정을, ‘남자와 여자가 혼인을 통해 하느님께서 바라신 생명과 사랑의 내밀한 공동체’로 이해합니다(가정 공동체, 요한 바오로 2세,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83, 23쪽.).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사랑의 내밀한 공동체’라는 표현입니다. 가정은 남자와 여자가 법적으로 흠 없이 혼인을 치르고 나면 저절로 탄생되는 공동체처럼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일생동안 긴 사랑의 여정을 통해 ‘성장해 가는 공동체’라는 것입니다. 

 

가정은 법적 차원을 넘어 무조건적인 사랑의 차원에서 성장하는 공동체인 것입니다. 그러한 점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인 가정은 특별한 은총 속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신앙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하느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에 참여하는 것이고, 굴곡 많은 가정생활을 영위해 가면서 어디로 성장해 가야 할지에 대한 중요한 길잡이와 나침반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새해에 우리는 신앙의 해를 지내면서 신앙의 은총을 생활 속에서 체험하는 기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러려면 우리 가정이 먼저 ‘복음적으로’ 쇄신되어야 할 것입니다. 

 

복음적 삶은 “하느님 뜻과 구원계획에 반대되는 삶의 방식에 영향을 미쳐 올바로 변화시키는 일”(현대의 복음선교, 18-19항 참조.)입니다. 우리 시대의 부정적 경향성 가운데 하나는 인본주의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세속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본성에 충실한다는 명목으로 인간의 신적 영역을 배제하는 것입니다. 또한 인간의 기술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실증과학에 대한 맹신과 물질만능의 사조들도, 인간의 실존적이고 신앙적인 가치관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소들입니다. 

 

과학의 발전이 인류에게 가져다 준 엄청난 혜택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영적이고 정신적인 삶의 모든 영역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이 가진 기술력과 지식 정보가 한 가정의 깨어진 화목을 회복시킬 수 있습니까? 물질적인 부와 세속적인 능력이 인간의 삶을 올바른 가치관과 사랑으로 이끌어갈 수 있습니까? 분명 인간의 삶에는 실증과학이나 물질적인 풍요로움보다 더 본질적이고 심원한 차원이 존재합니다. 우리 그리스도교 신앙의 가정은 복음적인 가치관을 바탕으로 살아가며, 의미가 충만한 가정, 참된 행복을 누리는 가정을 지향합니다.

 

이러한 신앙의 가치를 자녀들에게 전수하는 일에 대해서도, 우리 그리스도교 가정은 특별히 관심을 두어야 합니다. 애써 찾은 신앙의 보화를 묻어둔다는 것은 곧 복음을 묻어두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복음적으로 쇄신되어 살아가는 가정은, 자녀들이 함께 인생의 참된 가치를 체험하도록 신앙의 보화에 깨어있는 가정입니다. 

 

자녀의 인격적 성숙을 위해, 가정 안에서 부모가 자녀와 자주 대화를 나누고 함께 기도하며 격려하는 교육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수 없이 언급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자녀를 통해서 부모들의 욕망을 성취하려는 욕구가 그 모든 가치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가정문제에는 부모들의 경제적 탐욕과 출세 지향의 세속화된 가치관이 알게 모르게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자녀교육에 근본적인 걸림돌이 되는 것은 부모들의 왜곡된 가치관입니다. 

 

이러한 왜곡된 가치관을 바로잡고, 자녀의 인격적이고 신앙적인 성숙의 중요성을 실천적으로 독려하는 것은, 우리 그리스도교 가정들에게 주어진 오늘날의 시대적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그리스도교 가정들이 복음적인 가치관으로 쇄신됨으로써, 세상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며 참으로 행복한 가정, 건강한 가정을 이루시기를 소망합니다.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에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위원장 황철수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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