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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사목] 광복에서 통일로: 밭 속에 묻힌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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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8-18 ㅣ No.636

[경향 돋보기 - 광복에서 통일로] 밭 속에 묻힌 보물


이른 봄부터 수상했다. 이상고온으로 낯선 벌레들이 극성을 부리더니 아니나 다를까 백년 만의 가뭄이 닥쳤다. 논밭은 쩍쩍 갈라졌고 농심은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그 와중에 4대강사업부터 한미FTA 날치기까지 지난 4년 내내 실정을 거듭했던 한나라당은 ‘작명의 기술’ 하나로 금메달의 절반 이상을 쓸어 담는 기염을 토했다.

그랬으면 감격의 눈물 한 방울이라도 대지의 화기를 달랠 기우제에 보탤 법한데 집권세력의 당선사례는 희한하게도 둥둥 ‘종북’을 울리는 일이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북한도 문제이지만 우리 내부의 종북세력이 더 큰 문제”라며 여론몰이에 가세했다.

여당의 유력 대선 주자도 “국가관을 의심받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며 손수 불을 땠다. 그렇잖아도 뜨겁게 지져대는 가뭄이라 견디기 힘들었는데 하필 이런 묵은 타령이라니 그만 짜증이 났다. 아무리 어수룩해도 이 난데없는 프레임의 전환과 공략이 왜 벌어졌는지 우리는 금방 눈치챘다. 총선은 그렇게 넘어갔다지만, 이명박 정부의 참담한 성적표 갖고는 대선 필패를 면할 묘수가 궁했던 것이다.

곤두박질치는 경제로는 안 되고, 그렇다고 민생과 복지를 내세울 수도 없고, 더군다나 남북관계와 평화는 더욱 곤란했을 것이다. 그래서 등장시킨 단골메뉴가 이념과 안보 이슈였을 테고. 당명을 바꾼 효과에 고무되었기 때문인지 이번에는 ‘빨갱이’를 ‘종북세력’으로 이름을 바꿔 불렀다. 보수언론도 화답했다. 부창부수, 앞에서 당기고 뒤에서 밀었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야권연대는 타격을 입었고 노동계, 교육계 등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좌우파 논쟁이 벌어졌다. 수구기득권 세력으로선 퍽 볼 만한 다툼이었을 것이다.

‘피로사회’, 대한민국의 시민들은 칠십 년 가깝도록 저 지겨운 ‘붉은 삿대질’을 보고 있다. 힘들다. 하지만 지금은 다 같이 차분해질 때다.

당장 한반도의 상공을 흐르는 기류가 심상치 않다. 남쪽의 상황부터 보자. 법륜 스님이 쓴 ‘통일 이야기’의 한 대목이다. “국민소득 1만 달러까지는 고속성장을 해왔다. 그리고 그다음 2만 달러까지는 어찌어찌 해서 어렵게 이뤄왔으나 그 이상은 안 되고 있다. 대통령이 4만 달러를 장담했으나 여전히 2만 달러에 머물러있다.

GDP를 기준으로 세계 11위까지 올라간 게 최고였고 그다음부터 줄곧 뒷걸음질이었다. 지금은 14위로 밀렸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성장을 위한 특별한 변수가 없어서 정체국면에 빠져있는 현실을 똑바로 봐야 한다.

미국도 쭉 성장해 온 뒤 지금 정체에서 약간 후퇴국면으로 가고 있고, 일본도 지금 장기정체에서 후퇴국면으로 기울어가고 있다. 우리 역시 그 두 나라의 뒤를 따라왔으니 지금 정체국면에서 후퇴국면으로 갈 수밖에 없다.”

긴 말이 필요 없다. 자그마치 일천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시한폭탄이 째깍거리고 있다.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했던 ‘퍼펙트 스톰’의 눈이 한반도의 남쪽을 노리고 있다. 그러면 북녘은? 우리가 아는 그대로다.

해마다 반복되는 식량난에다 미국의 압박봉쇄에 따른 과중한 군사비 부담으로 인민생활에 적신호가 켜진 지 한참이 지났다. 가만히 놔두면 저절로 무너지리라는 붕괴론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기도 했지만 만성적인 경제난과 식량난에도 용케 견뎌내고 있다.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집단주의의 저력 덕분이리라. 하지만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남북 모두 이런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당장 탈출해야 한다. 시간이 급하다.


북한, 마구 무시해도 되는 반쪽일까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한다. 근근이 버티는 생존 수준이라면 몰라도 ‘잘 살고’ 싶다면 어서 통일을 해야 한다. 다른 돌파구는 없다!

“굶어죽는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남한도 강대국들과의 경쟁에서 이긴다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다. 인구나 영토의 기본 크기가 비교가 안 된다. 과거에는 노력하면 계속 성장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미래에는 그렇지 않다. 통일이 밥 먹여주느냐는 말이 있는데 앞으로 밥을 제대로 먹으려면 통일을 해야 한다”(법륜 스님).

정말 통일이 밥 먹여줄까? 못사는 북과 통일하면 우리만 손해 아닌가? 통일은 과연 남북 상생의 길일까?

2009년 9월 21일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50년께 한국이 기존의 G7국가들을 앞서는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향후 40년 이내에 프랑스와 독일을 제치고 중국, 미국, 인도, 브라질, 일본에 이어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했다.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라 과연 그럴까 싶다.

남의 장단에 춤출 일이 아니지만 월가의 꼼꼼한 투자자들에게 제공된 자료를 애써 무시할 이유도 없다. 그런데 골드만삭스가 내다본 미래는 지금 이대로의 코리아가 아니라 통일코리아의 이야기였다. 북쪽이 지닌 풍부한 천연자연과 높은 수준의 노동력, 남쪽의 자본과 기술이 합쳐질 때의 엄청난 시너지 효과, 그리고 경제통합으로 발생하는 생산성과 통화가치가 빚어내는 대규모의 잠재적 이익은 그와 같은 미래를 충분히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통일 한국,북한 리스크의 재평가’라는 이 보고서는 특히 북한이 지닌 잠재력을 통일코리아의 주요한 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어려서부터 달달 외웠던 사실을 어쩌면 그렇게 까맣게 잊고 지냈을까? 북은 남쪽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자원부국’이다. 국토의 80%에 광물자원이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다. 당장이라도 상업화가 가능한 광물만 20여 종이 넘고, 그 밖에 200여 종의 유용광물이 있다. 그중 금과 은, 동, 철, 아연, 중석, 마그네사이트, 석회석과 인, 흑연 등은 남한이 수입해야 하는 주요 광물들이기도 하다.

첨단 IT기기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의 매장량은 약 2천만 톤에 이르며 아시아 최대의 노천광산인 무산철광에 25억 톤의 철이 묻혀있다. 마그네사이트는 세계 매장량의 절반에 달하는 40억 톤 규모에 달한다.

우리 통계청이 발표한 ‘북한 주요통계지표보고서’에 따르면 광물자원의 잠재가치는 자그마치 7,000조 원에 육박한다. 여기에는 서조선만 일대에 묻혀있는 40억 배럴 규모의 석유는 빠져있다. 그러니까 북한은 우리 맘대로 깔보고 박대해도 그만인 가난뱅이 형제가 결코 아니란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자원외교가 중요하다며 남미로 날아가고, 아프리카로 달려갔다. 하지만 휴전선 너머에 자원부국이 있다는 사실은 무시했다. 지금껏 포스코는 태평양을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머나먼 남미에서 철광석을 사가지고 온다. 무산의 철광을 원산항으로부터 동해를 거쳐 포항항으로 들여온다면 이동거리와 시간, 운송비용 면에서 그 이득이 엄청날 텐데 말이다.

그런 이점을 살리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2007년 10월 제2차 남북정상회담 뒤에 양측은 ‘유무상통’의 정신으로 북의 지하자원 공동개발에 나서자고 합의했다. 실제로 남측이 경공업 원자재를 제공하자 북측은 2008년 1월 4일 광물자원을 실은 배를 보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등장한 이후 그런 약속은 물거품이 되었다. 남북관계는 10년 전의 긴장과 대결국면으로 후퇴해 버렸고 십년공부는 헛수고가 되었다. 그러는 사이에 중국이 달려들었다.

2010년에 8억 6천만 달러에 해당하는 광물을 수입하더니, 이듬해에는 그 두 배인 16억 달러만큼을 가져갔다. 그뿐 아니라 북한 최대 철광인 무산광산의 50년 채굴권을 확보했고, 최대 구리광산인 혜산동광의 지분 51%를 손에 넣었다. 현재 북한이 외국과 맺은 사업개발권 26건 가운데 21건을 중국이 차지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가져간다더니 생각할수록 안타깝다. 광물공동개발은 남북의 경제와 민족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문제인데 그만 이렇게 돼버렸다.


제발 유무상통의 정신으로

정부는 “북이 비핵하고 개방하면 10년 안에 국민소득 삼천 달러를 만들어주겠다.”는 이른바 ‘비핵 · 개방 · 3000’의 대북정책을 고집했다. 하지만 북은 “훼방만 놓지 않는다면 우리 힘만으로 10년 안에 1만 달러까지도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고 코웃음을 쳤다. 그만큼 성장 잠재력을 자신하는 것이다.

반면 우리의 미래 전망은 대체로 어둡다. 1960년대에는 해외원조와 차관을 통해 극빈상태를 면했고, 70-80년대에는 노동집약적 수출주도형 경제로 고속성장을 이루어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1990년대 이후 이러한 경제구조는 한계에 이르렀다.

그 단적인 예가 1997년의 IMF사태였다. 외형으로 따지면 세계 12위권 경제대국이지만 중국의 급성장으로 노동집약적 수출산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반도체와 IT,자동차 분야 등 경쟁력 있는 산업에서도 브릭스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에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게다가 자원빈국이니 국제유가나 원자재 값이 치솟을 때마다 휘청거려야 한다. 위기를 타개할 궁여지책으로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선진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지만 득보다 실이 훨씬 클 것이다.

농업 붕괴와 중소기업의 도산은 말할 것도 없고, 이미 기울어가는 미국 주도의 경제체제 안에서 성장 동력을 찾아 헤매고 있으니 그게 답답하고 처량하다.

미국과 쇠고기 수입협정을 굴욕적으로 체결하고, 일본과 군사협정을 국민 몰래 탈법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는 것도 다 그런 맥락 때문이다.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그런 고리타분한 방식이 아니라 멀리는 동아시아의 다자간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가깝게는 유무상통의 지혜를 발휘해서 북한과 협력해야 할 때다. 헌 옷에 대고 새 조각을 기울 필요가 없다.

해마다 남아도는 쌀을 보관하느라 연간 4,000억 원을 쓴다. 농민들도 해마다 수매량이 줄어들어 근심이 크다. 이런 어려움을 타개할 일석이조의 슬기는 북의 광물과 맞바꾸는 것이다.

당장의 여유를 활용해서 미래를 보장하는 지혜는 성경도 칭송하는 일이다. “지금 여러분이 넉넉하게 살면서 궁핍한 사람들을 도와준다면 그들이 넉넉하게 살게 될 때에는 또한 여러분의 궁핍을 덜어줄 것입니다”(2코린 8,14 : 공동번역 인용).

한편 성경은 “더 많이 거둔 이도 남지 않고, 더 적게 거둔 이도 모자라지 않는”(탈출 16,18) 삶을 참된 해방으로 여긴다. ‘도둑처럼 온 해방’이라고 전쟁에다 독재에다 오늘의 비일비재한 해고사태까지 늘 해방을 도둑맞고 지낸 것도 알고 보면 이런 슬기와 배짱이 없었기 때문이다.

빨갱이니 종북세력이니 하는, 그 누구의 미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삽질’일랑 이제 그만두고 남북을 하나로 잇는 진짜 토건에 나서자. 이집트는 수에즈 운하를 뚫어 지중해와 홍해를 하나로 잇고 런던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을 거쳐 인도 뭄바이로 가던 먼 항로를 딱 절반으로 줄였다. 덕분에 유럽 자본주의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마찬가지로 남북이 뚫리고 경의선 철도가 칙칙폭폭 달리게 되면 한반도를 통해 대륙과 해양이 연결된다. 우리와 일본은 대륙행로를 얻고, 유럽은 동아시아 일대까지 뻗어가는 육로를 확보하게 된다. 이것이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을 하나의 시장으로 묶는 실크로드다. 그러면 한반도는 주변 열강들의 손에 운명을 맡기는 딱한 종이 아니라 세계를 소통시키는 주인이 될 수 있다.

통일한국, 그 영토는 2배가 되고 인구는 1.5배로 늘어난다. 영토 21만 제곱킬로미터에 인구가 7,000만 명이면 지금의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수준이다. 비용? 통일에 드는 돈보다 통일된 뒤에 얻는 이익이 훨씬 크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비밀이다. 또 아까울 게 무엇인가? 그 밭에 엄청난 보물이 묻힌 것을 알았는데!(마태 13,46)

당장 서두르자. 오늘 오후에라도, 아무리 늦어도 내일은 통일하자! 통일은 남북 모두의 꿈을 동시에 성취해 줄 것이다. 남은 헌법이 천명한대로 한반도 전역과 부속 도서를 자신의 영토로 회복할 수 있고, 북은 그토록 바라던 강성대국을 이룰 수 있다.

* 김인국 마르코 - 청주교구 신부. 옥천본당 주임으로 있다.

* 이 글을 쓰면서 법륜의 「새로운 백년」(오마이북)과 안영민의 「행복한 통일 이야기」(자리)를 참조하였습니다.

[경향잡지, 2012년 8월호, 김인국 마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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