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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신학ㅣ사회윤리

[환경] 생태 영성: 지구를 생각하는 고해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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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2-26 ㅣ No.713

[생태 영성] 지구를 생각하는 고해성사

 

 

새해부터 환경과 생태계 문제를 그리스도교 영성으로 풀어나가는 난을 마련했습니다. 인간중심의 사고를 바꿔 이 세상은 하느님과 그 창조물들이 공유하는 집이라는, 모든 생명체와 연대하는 그리스도인의 ‘생태 영성’을 확장시켜 나가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편집자).

 

 

왜 생태 영성인가?

 

영화 ‘2012’의 흥행과 여러 가지 가설을 근거로 또다시 종말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인류 또는 지구의 종말이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지구온난화와 같은 생태 파괴의 결과로 말미암아 인류의 미래가 위기에 처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미국의 생태심리학자 터랜스 오코너는 “지구가 죽어가고 있는데 개인의 치유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그의 물음을 신앙인으로서 자문해 본다. “지구가 죽어가고 있는데 인간의 구원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엘 고어는 “환경문제 해결 없이 종교의 미래도 없다.”며 생태계 문제 해결에 종교의 역할과 책임을 역설하였다.

 

인류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종교 또한 무의미하려니와, 하느님을 세상의 창조주로 고백하는 그리스도교에게 창조질서를 보전하는 일은 핵심적인 과업이라 아니할 수 없다. 또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지적한 대로 생태계 문제는 인간의 도덕성의 문제이기도 하다(1990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 참조).

 

그리스도교에서 생태계 치유는 운동을 넘어 영성의 차원에서 근본적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인류가 생태계를 파괴하여온 마음의 저 깊은 곳에는 이원론적이고 인간중심적 가치관이 자리 잡고 있으므로 기존의 가치관을 바꾸는 것이 생태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된다. 가치관은 종교적 용어로 영성이란 말로 대체할 수 있으며, 종교적 영성, 종교적 생태 영성은 생태 중심적 윤리로 작용하면서 개인과 사회운동을 새로운 행동양식으로 이끌어주는 강력한 느낌과 동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여기에 생태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생태영성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생태 영성의 근거 : 성사인 세상

 

생태학적 인식이 영성의 차원으로까지 발전하여, 그것을 ‘생태 영성’이라 할 수 있는 근거는 세상의 성사성에 있다. 세상은 그것을 창조하신 하느님을 알려주는 성사이다(지혜 13,5; 욥 12,7-8; 로마 1,20; 에페 4,6 등). 세바스찬 프랑크가 말하듯이 “온 세상과 만물은 펼쳐놓은 책이요, 사전 지식 없이도 하느님 학문을 연구하고 그분 뜻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살아있는 성서이다.”

 

온 세상이 신이 현존하는 성사가 될 수 있고, 하느님과 인간의 친교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성체성사야 말로 최고의 성사이다. 성체성사에서 창조물의 하나인 빵과 포도주는 거룩한 예수님의 몸으로 변화된다. 빵과 포도주는 제물로 바쳐지기 전에 땅과 태양뿐 아니라 모든 인간의 활동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모든 창조물은 성체성사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이 모두는 그리스도의 몸이고 피다. 성체성사는 우주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생태(生態/Eco) - 우주라는 집

 

‘생태학(Ecology)’은 그리스어의 ‘집’을 뜻하는 Oikos(Eco)와 ‘말’을 뜻하는 logos(logy)가 결합해서 이루어진 말이다. 어원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생태학은 집에 대한 학문, 곧 세상을 뭇 존재들의 안식처로 여긴다. 생태 영성은 이 세상을 하느님과, 그 창조물들이 공유하는 집으로 여긴다. 곧 생태 영성적 시각에서는 모든 창조물이 한 집에 사는 한 가족인 것이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창조물의 찬가’에서 모든 창조물을 형제와 자매로 노래하였다. 이는 모든 창조물을 우주라는 집(Eco)에서 함께 살아가는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프란치스코 성인의 탁월한 생태적 통찰을 볼 수 있다.

 

 

생태 영성의 원리 : 상호연관성

 

생태학적 발견은 세상의 모든 생물과 무생물들은 조직적이고 맞물린 체계를 이루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음을 알려준다. 피라미드의 먹이사슬에서는 인간이 생태계의 정점에 서있다. 그러한 모형에서는 인간이 생태계의 중심이며 모든 존재는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듯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생태계는 서로 먹고 먹히는 그물로 짜여있다. 이른바 생명의 그물인 것이다. 우리는 살아있는 동안, 계속 땅속으로 돌아가며, 지속적으로 엄청난 변화와 협동을 요하는 협력에 참가한다.

 

생태 영성은 이러한 상호연관성에 대한 의식을 일깨움에서 시작한다. 사도 바오로가 “한 지체가 고통을 겪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겪습니다. 한 지체가 영광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기뻐합니다(1코린 12,26)라고 말한 것처럼, 지구의 모든 창조물은 상호 긴밀한 관계 속에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생태 영성은 상호연관성 안에서 모든 창조물들에 대한 사랑을 유도한다. 만일 우리가 모든 창조물 간의 상호연관성을 경험하지 않는다면, 종교분쟁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인간의 권리를 남용하여 생기는 희생자들을 위해, 세계의 여러 곳에서 굶주려 죽어가는 아이들을 위해 적극적인 관심을 느낄 수 없다. 그러므로 생태 영성은 세상의 모든 존재를 하느님과의 통합적이고 전일적인 시각으로 바라봄으로써 가난과 질병, 부정의에 희생된 모든 존재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촉발한다.

 

 

생태적 고해성사

 

죄의 본질은 교만이다. 인간의 교만은 생태계 파괴의 근본 원인이다. 인간은 스스로 생태계의 정점이며, 창조물의 정점으로 착각하며 다른 모든 창조물들이 인간만을 위해 존재하는 양 함부로 대했다.

 

죄의 결과는 갈등과 분열이다. 생태 파괴의 죄는 창조물들과 하느님과의 분열을 초래했다. 세상을 그리스도와 결합된 공동체임을 잊어버리게 된다. 이라크 전쟁의 원인에서 보듯이, 자연자원의 고갈은 그것을 쟁취하기 위한 전쟁을 유발한다.

 

죄는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방해한다. 이사야가 알려주듯 하느님 나라는 모든 창조물이 서로 평화를 이루는 세상이다(이사 11,6-9). 생태계 파괴는 창조물과의 평화를 깨트림으로써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방해한다.

 

죄는 우리를 고립시킨다. 세례로 이루어진 그리스도와 인간의 일치를 방해한다. 물이라는 창조물은 세례성사의 도구로 사용된다. 오염된 물은 성사성을 약화시키고, 그로써 우리의 영성도 고갈되어 간다.

 

죄는 전염되고, 또다시 죄를 부른다. 자연생명의 경시는 인간의 생명 경시로 나타난다. 그리하여 낙태, 안락사, 자살 등을 거리낌 없이 저지른다. 인간이 저지른 죄는 인간만이 아닌 창조물의 타락으로 이어지고, 창조물의 타락(오염)은 다시 인간의 삶을 옥죄는 형벌처럼 다가온다(레위 26,14-16; 신명 28,15-69; 예레 12,4; 이사 24,4-6; 호세 4,3.).

 

이처럼 생태계 파괴는 죄의 속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교황청 내사원은 현대의 새로운 칠죄종 중 환경파괴를 으뜸으로 꼽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생태적 회심을 위해 다음과 같은 고해성사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1) 성찰 :  인간의 죄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지구의 위기에 대한 성찰

 

- 하느님 중심주의가 아닌 인간중심주의적 사고방식, 산업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사회구조, 끊임없는 편리함의 추구.

 

2) 통회 : 범한 잘못에 대하여 진정으로 참회하고 뉘우침.

 

- 상등통회 :  창조물을 파괴함으로써 창조주, 아버지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을 뉘우침. 창조물 안에 살아계신 하느님을 아프게 한 것을 뉘우침.

 

- 하등통회 : 생태적 재앙에 대한 두려움에서 뉘우침.

 

3) 정개 : 다시는 생태계 파괴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

 

- 우리의 삶을 생태적으로 돌리겠다는 생태적 회심에 대한 결단.

 

4) 고백 :  알아낸 죄를 정확하고 솔직하게 고백.

 

- 인간만을 위한 개발,  자연을 돌보지 않음, 일회용품의 과대 사용, 자연자원 남용, 성장주의 동조, 생명 경시, 공기와 물흙의 오염….

 

5) 보속 : 생태적 삶

 

- 녹색순교의 실천, 무분별한 개발에 대한 반대, 착한 사마리아 사람 되기(이웃으로서의 자연), 창조물들과의 친교를 통해 하느님과 친교, 즐거운 불편, 대중교통 이용, 생태농업, 녹색소비, 물자절약, 가난의 실천.

 

* 이동훈 프란치스코 - 제천 남천동성당 주임신부.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생태신학을 전공하였다. 생태영성연구원 공동대표이며,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원회 총무로 일했다.

 

[경향잡지, 2010년 1월호, 이동훈 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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