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6일 (수)
(녹) 연중 제12주간 수요일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성인ㅣ순교자ㅣ성지

[순교] 순교자 정신과 순교자 현양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0-31 ㅣ No.297

신유박해 순교 200주년 기념 특강 : 순교자 정신과 순교자 현양

 

 

서울대교구 한국순교자현양위원회는 신유박해 순교 200주년(2001년)을 앞두고 매달 절두산성지에서 특강을 마련하고 있다. 1일 9회째 열린 '순교자정신과 순교자현양'에 관한 장동하(가톨릭대 교수)신부의 특강을 소개한다. <편집자>

 

 

한국천주교회는 탄압과 박해에 목숨을 바쳐 신앙을 증거했던 순교 전통을 존중하면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순교 전통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순교자 현양운동은 하나의 한국적 신심 운동으로 정착돼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구체적으로 공산주의와 대적하는 정신으로 표현되기도 했고, '한국순교자현양회'의 재건과 새남터 순교자기념탑 건립 운동으로 이어졌으며, 이러한 노력은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오늘날 순교자들의 무엇을 본받자는 것일까? 그들이 지닌 어떤 신앙의 내용과 자세를 본받자는 것일까? 

 

첫째, 신자들의 하느님 신앙과 하느님에 대해 알려는 노력에서 비롯된 성서읽기를 들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신유박해 때 이미 120여종의 교회책자 중 83종이 한글로 번역돼 읽혀졌다. 

 

둘째, 성서읽기는 하느님을 창조주이자 사랑으로 이해하도록 했다. 그리고 하느님에 대한 신앙은 자신과 이웃에 대한, 곧 인간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갖도록 했고, 이를 깨닫자마자 실천해 나갔다. 

 

셋째, 하느님을 알게 됨으로써 세속권력을 상대화시켜 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급기야는 복음을 신분 해방이자 인간 해방이라는 사회적 복음으로 이해하고, 이러한 해방운동에 자신들을 일치시켜 갔다. 

 

넷째, 신자들은 복음 이해를 기초로 인간 해방과 평등 실현을 추구하면서, 신앙과 양심의 자유를 근거로 정부와 주민들의 탄압과 박해에 당당하게 맞서며 사회정의를 부르짖었다. 

 

마지막으로 성서읽기를 통해 하느님과 인간을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함으로써 세속 권력들을 상대화시키고, 자유와 평등의 실현을 통하여 정의를 실현하고, 평화를 정착시키고자 한 모든 노력들은 신자들로 하여금 그리스도께서 가르치신 신·망·애 삼덕(三德)을 생활의 주요한 덕으로 추구하고자 했다. 진실로 순교의 길은 인간의 길이었고, 인간해방과 완성의 길이었으며, 하느님을 증거하고 예수를 따르는 길이었다. 순교자들은 바로 이 길을 걸어간 것이다. 

 

순교자들의 인간 선언과 신앙 증거 행위와 그리스도와의 사랑 일치로 드러나는 신앙의 길을 현양하는 길은 우리들의 삶의 실천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순교자들의 삶을 드러내고 높이 받드는 현양의 행위는 반드시 이를 증거하는 삶의 실천을 통해 검증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까닭이다.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라 불리는 이 시대는 모든 삶의 토대가 자신을 위해서건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건 결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며, 더욱이 지금까지 존재한 적도 없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이러한 해체의 틈새에 바로 우리들의 삶의 자리가 보인다. 하느님과 인간을 사랑 그 자체로 이해했던 순교자들의 신앙 전통이 바로 그 실마리를 제공한다. 모든 것이 해체되어 나가는 과정에서 오히려 돋보이는 것은 사랑이다. 

 

순교자 현양의 길은 사랑의 완성에로 불리움을 받았다는 것을 자각하는 데서 시작한다. 현양의 길은 단순히 누구를, 누구의 무엇을 현양하는 길일 수 없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의 사랑의 길을 따라 나선 순교자들의 삶이야말로 인간의 길이요, 바로 사랑의 길임을 그 분들이 선언한 까닭이다. 그러므로 현양을 위해서는 이 사랑의 길을 먼저 살다간 순교자들의 삶을 공유하고자 하는 사랑이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이 삶을 공유하고자 하는 길은 우리들 역시 사랑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평화신문, 2000년 11월 12일, 정리=오세택 기자]



537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