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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인디언 선교위원회: 인디언들의 권익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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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1 ㅣ No.17

[세계 교회는 지금] 인디언들의 권익을 위하여! : 브라질 인디언 선교위원회

 

 

멕시코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발효로 선진국의 꿈에 부풀어있던 1994년 1월, 남쪽 치아파스주에서 인디언(원주민)들이 무장 봉기를 일으켰다. 탈냉전 시대에 처음으로 일어난 무장 반란이고, 권력이 아니라 개혁을 기치로 내건 점, 그리고 마르코스 부사령관의 개인적인 카리스마 등으로 화제를 모은 이 무장 봉기는 무엇보다도 라틴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열악한 삶과 끈질긴 저항 정신을 잘 보여주었다. 치아파스의 경우 석유, 가스, 수력, 삼림 등 풍부한 자연자원이 있음에도 멕시코 32개 주 가운데 가장 가난하게 살고 있다. 주민 1인당 GNP는 멕시코 평균치의 1/4에 지나지 않는 1000달러 수준이다.

 

라틴 아메리카에 이식된 서구 모더니티의 실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 사건을 접하면서 지난 500년 동안 이 대륙에서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던 가톨릭 교회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83년 라틴 아메리카 주교회의(CELAM) 정기총회에 참석해 “새로운 복음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간접적으로 시사하였다. 다시 말해 중남미 선교를 시작한 지 50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새삼스럽게 “새로운 열의, 새로운 방법, 새로운 표현”으로 이뤄지는 “새로운 복음화”를 강조한 것은 다른 한편으로 지난날의 선교 또는 복음화 노력이 커다란 문제 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음을, 더 나아가 실패했음을 자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500여 년의 세월을 근본적으로 의문시할 만큼 무엇이 그렇게 잘못되었는가? 예를 들면 브라질 주교회의(CNBB)는, 1995년 5월에 열린 주교회의 제33차 정기총회에서 발표한 대희년 프로젝트 ‘새로운 천년을 향해’에서, 2000년이 대희년이면서 동시에 브라질 복음 선교 500주년임을 상기하면서 지난 500년 동안의 복음화 과정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또 반성한다. 주교들은 브라질의 복음화가 선교 목적이 아니라 식민화 과정의 일환으로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인디언들을 학살하고 흑인을 노예로 부리는 등 불의와 반복음적 행위 자체가 복음화의 내용을 이루었음을 솔직히 인정하였다. 특히 인디언들과 흑인들에게 가한 억압과 살육에 대해 교회가 죄를 고백하고 참회할 것을 촉구하였다.

 

그러나 인디언들에 대한 반복음적인 폭력과 인권 침해는 과거의 일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앞에서 말한 치아파스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브라질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브라질 인디언 선교위원회(CIMI)에서 발행한 ‘인디언 폭력에 대한 연례 보고서(1996년)’에 따르면, 공권력 또는 제3자에 의한 인디언 공동체나 부족에 대한 인권 침해, 폭력 그리고 그 재산권 침해 사례가 한 해 동안 69종, 14만여 건을 기록하였다. 이는 특히 전년에 비해 92%나 대폭 증가한 수치로 더 큰 우려를 자아냈다.

 

이러한 인권침해와 폭력사태는 기본적으로 브라질 정부의 인디언 정책에서 기인한다. 1970년대 군사독재하에서 브라질 정부는 다른 중남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다수를 이루는 주류사회에 인디언들을 획일적으로 통합하려는 정책을 수립하고 공공연하게 추진한다. 1972년에 브라질 주교회의 산하단체로 창립된 인디언 선교위원회는 처음부터 이러한 정책을 비판하고 반대한다. 1995년 총회 자료에 따르면, 인디언 선교위원회는 “신자유주의적 모델의 공격 앞에서 삶, 정의와 연대의 복음에 바탕해서 인디언 공동체, 부족, 그리고 인디언 조직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다인종적 민중적 민주적 대안 프로젝트를 수립하고자 인디언 부족의 동반자로서 브라질 사회에 개입하고, 인디언 부족들의 자율성을 강화함”을 그 목적으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인디언 선교위원회는 인종과 문화, 역사적 다원성에 입각하여 인디언의 타자성을 존중하고, 인디언 부족의 전통지식을 중시한다. 또한 역사적인 투쟁에 있어 주도권을 갖는 인디언 부족의 동반자로서 스스로 자리매김을 하고, 정의롭고, 민주·연대·다인종·다문화 사회라는 근본적인 전망 아래 인디언 문제를 바라보고 이에 투신한다. 이러한 투신활동 속에서 벼려질 새로운 사회를 위해 인디언 선교위원회는 오늘날까지 축적되어 온 사회·정치·경제적인 의미와 역사, 그리고 지향과 실천들을 바로잡기 위한 영감이 인디언 부족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인디언 선교위원회는 현재 본부와 11개 지부로 구성되어 있고, 본부 사무국에는 정책기획국, 법무국, 연대홍보국, 신학자문국, 자료실과 편집실 등이 있어 인디언 선교 업무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주요한 결정은 2년마다 열리는 총회에서 이뤄진다. 현재 347명의 평신도, 수도자, 사제 선교사들이 전국 112개 지역 선교팀에 참가해 활동을 벌이고 있다.

 

유럽인들이 도착하기 직전 브라질에는 1200여 개의 인디언 부족이 살고 있었고, 총인구는 약 6백만 명이었다. 그러나 500여 년이 흐른 지금, 대략 700여 부족이 멸종하고, 그것도 모자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기본권, 토지, 인종적 문화적으로 다른 백성으로서의 자율적인 미래를 부인당하고 있다. 현재 확인된 바로는 215개 부족만이 생존해 있고 인구는 35만 명에 지나지 않는다. 인디언 선교위원회는 인디언들의 이러한 현실을 역사적 부채로 받아들이면서 그들의 권익 옹호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그 우선적인 과제 중의 하나는 인디언 부족이나 공동체들이 자신의 고유한 영토를 회복하고 획정하며 지키려는 노력을 지원하는 것이다. 땅은 인디언들에게 삶의 조건이고 각 부족의 문화를 충만하게 실현하기 위한 요건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500여 년 동안 다양한 억압과 멸종 시도에 저항해 온 인디언들의 창의적이고 다양한 방법들에 주목하면서, 이 운동에서 그들의 주도권을 지지하고 운동의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자 한다. 인디언들의 삶과 권리를 옹호하기 위한 인디언 선교위원회의 활동은 연대, 인간의 존엄성 존중, 그리고 인종적 문화적 다양성에 기초한 새로운 사회 건설이라는 전망 아래 이뤄지고 있고, 이를 위해 다양한 국내외 시민사회 부문들과 연대, 협력하고 있다.

 

인디언 선교위원회는 교육, 보건과 자립 등에서 인디언 부족들이 자신의 삶을 인지하고 건설하는 고유한 형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 또한 다양한 문화간 종교간 동등성에 입각한 상호 존중과 대화를 시도한다. 종교간 대화는 각 종교가 지니는 성스러움, 인간 삶의 기원과 의미에 대한 다양한 이해를 존중하고, 믿음을 의례화하고 돈독히 하는 다양한 형태들을 중시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 김항섭 아우구스티노 - 전남대에서 정치학을 전공(석사)하고, 브라질에 건너가 종교학 석사(사웅파울루 가톨릭대)와 박사(사웅파울루 감리교대)를 마쳤다.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경향잡지, 2002년 2월호, 김항섭 아우구스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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