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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앙 선조를 움직인 한 권의 책: 한국 천주교회가 최초로 채택한 공식 교리서, 성교요리문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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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선조를 움직인 한 권의 책] 한국 천주교회가 최초로 채택한 공식 교리서, 《성교요리문답(聖敎要理問答)》
154개 문답으로 배우는 교회의 근본 교리
1837년, 제2대 조선교구장 앵베르 주교가 한문본 들여와 번역
한문본 《성교요리문답》은 조선교구 제2대 교구장인 앵베르(Imbert) 주교가 조선에 들어오기 전 중국에서 여러 해 동안 선교 사업을 하면서 이용하다가 조선에 들어올 때 가지고 들어와 전교에 이용하였으리라 짐작된다. 앵베르는 조선에 입국하자마자 곧바로 예비신자들이 알아야 할 주요 경문 번역에 착수하였고, 《성교요리문답》의 번역도 이때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앵베르 주교는 입국한 지 2년도 못 되어 1839년 기해박해 때 순교하고 말았다. 1860년경 최양업(崔良業) 신부는 ‘보다 정확하고 완전한 교리서의 간행을 준비 중’이라고 보고한 바 있었다. 아마도 이때 번역이 거의 완성 단계에 있었거나 이미 완성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1864년 베르뇌(Berneux) 주교에 의하여 처음으로 간행되었고, 1886년에는 일본 나가사키(長崎)에 있던 조선 교회의 성서 활판소에서도 간행되었다.
1864년 초판 이래 70여 년 동안 한국교회의 유일무이한 교리서
《성교요리문답》은 한국천주교회의 교리서 변천사를 연구하는 데는 물론, 교리 용어의 변모 과정과 교회 서적의 한글 번역사를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 한 권으로 된 이 책은 1864년 초판이 나온 이래 목판 또는 활판으로, 한글 또는 국한문혼용으로 수없이 판을 거듭하였다. 1934년에 새로운 교리서인 《천주교요리문답》이 나오기까지 70여 년 동안 한국교회의 유일무이한 교리서로 사용되었다. 1864년에 목판으로 인쇄된 《성교요리문답》은 다블뤼(Daveluy) 신부가 번역하고, 베르뇌 주교가 감수한 것으로 되어 있다. 최양업 신부의 보고 내용으로 보아 그도 이 책의 번역 작업에 적극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문답으로 배우는 네 개의 주요 성사
‘영세 문답’이 새내기 신자에게 필요한 주요 교리를 전반적으로 제시한 것이라면, ‘고해 문답’에서는 37조목에 걸쳐 올바른 삶을 통해 하느님과 통교(通交)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자신의 삶을 반성함으로써 새로운 신앙을 계속해서 확인할 것을 권면하고 있다. 이어 ‘성체 문답’ 32조목과 ‘견진 문답’ 23조목에서는 신자들이 추구해 나가야 할 새로운 가치관과 올바른 삶의 형태를 강조한다. 이렇듯 《성교요리문답》에서는 교회의 근본 교리와 실천적 덕목들을 요약해서 전한다.
맺음말
《성교요리문답》이 한국 천주교회 최초의 공식 교리서가 된 것은 이 책이 문답 형식으로 쉽고 간결하게 잘 정리된 교리서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은 네 가지 성사에 대한 문답을 통해 초월적인 하느님의 존재를 일깨우고, 조선의 백성들이 하느님의 모상에 따라 창조된 인간임을 알려주었다. 신분제에 갇혀 있던 당시의 신자들에게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영혼을 가진 고귀한 존재라는 천주의 가르침은 그 자체로 은총이자 굳은 믿음이었다. 《성교요리문답》에는 우리 신앙 선조들의 삶과 믿음이 담겨 있다.
참고 문헌
• 조광, 「신앙 유산, 새 생명에의 초대 - 주고받는 말 속에서 밝혀진 믿음: 성교요리문답」, 《경향잡지》 1992년 4월호, 84~87쪽. • 한국학중앙연구원, ‘성교요리문답’,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2010. • 한국교회사연구소, 《가톨릭대사전 7》, 1999. • 주교회의매스컴위원회, 《천주교 용어자료집》, 2011.
[평신도, 2018년 가을호(VOL.61), 정리 이귀련 편집위원] 0 1,987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