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2일 (토)
(녹) 연중 제11주간 토요일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강론자료

연중 3 주일-나해-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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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03-03-02 ㅣ No.388

연중 3 주일(나해)

 

        요나 3,1-5.10        1고린토 7,29-31        마르코 1,14-20

 

    2003. 1. 26.

 

주제 : 들려오는 소리를 올바로 구별해야 함

 

안녕하셨습니까?

어제 일기예보에서는 오늘 눈이 많이 올 것이라고 예보가 있었고, 기온은 더 떨어진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당연히 하는 일이겠습니다만 자연의 변화에 맞춰 우리가 할 일은 분명 따로 있을 것입니다. 눈이 오면 세상은 온통 흰색으로 덮입니다. 세상이 하얗게 바뀌는 것이 아니라 흰 눈 밑에 우리가 늘 보던 세상이 가려집니다. 그렇게 눈에 싸인 세상을 보면서 우리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고 아래로 가라앉아 숨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게 하는 오늘은 연중 3주일입니다.

 

눈이 오면 깨끗하게 보이는 세상처럼, 세상이 안팎으로 진정 깨끗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늘 같은 모습이면서도 잠깐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자연에서 뭔가를 배우는 것이 사람입니다. 늘 같은 세상을 살면서도 마음먹고 특별한 일을 하겠다는 결심을 할 세상에 우리를 부르는 소리는 많습니다. 들려오는 수없이 많은 소리에 우리가 전부 반응하는 것은 아니지만, 형태가 없어서 그럴 뿐이지 그 소리는 세상을 채우고도 남을 것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지난주일 복음에서 우리는 예수님을 찾아가서 하룻밤을 지낸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이 ‘자신과 함께 지냈던 사람이 그리스도요 메시아’이심을 전했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우리가 여러 번 들었기에 다 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리스도는 내가 품어왔던 삶의 여러 가지 소원과 바람을 해결해줄 분이었다는 고백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예수님을 따라갔던 두 제자가 어떤 바람을 가졌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신앙인으로서 이 자리에 모인 우리가 갖는 바람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내가 하느님의 뜻을 무시하는 사람이 되지 않게 해 주시고, 내 가정에 행복이 깃들며, 내가 속한 공동체 사람들이 하느님의 축복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 내가 아는 사람들이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은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가질 법한 마음의 바람입니다. 그렇게 다양한  우리의 소원을 이루어주실 분이라는 신앙고백, 우리가 그 소원을 이루는 데 힘을 주시는 분이라는 믿음의 표현이 바로 ‘예수님은 나의 메시아요, 그리스도’라는 표현이 되는 것입니다.

 

제자들을 감동시킨 그분이 오늘은 우리를 부르십니다. ‘감동하고 살아가는 것이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될 수 있기를, 혼자만 행복한 감흥에 젖지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기쁨이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느님의 뜻을 선포하는 일에 나서지 않겠느냐?’고 초대합니다. 같은 초대에 우리보다 먼저 그 소리를 들었던 시몬과 안드레아, 야고보와 요한이라는 네 명의 어부는 거침없이 모든 것을 내던지고 따라나섰다고 복음서는 전합니다. 우리보다 앞서 따라나섰던 사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같은 초대에 나는 어떻게 응답하는지 돌이키는 일은 필요합니다.

 

2003년을 지내는 우리의 귀에는 우리를 부르는 예수님의 말씀은 들려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세상 만물 어디에나 계신 분이라는 믿음을 고백하는 사람이라면, 하느님의 소리를 들을 수 없으므로 내 생각과 내 맘대로 길을 가겠다고 말을 하거나, 하느님은 나 같은 존재는 관심도 갖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엄청난 잘못입니다. 비가 와도 빗물이 스며들지 못할 정도로 단단한 마음을 사람이 처음부터 가졌는지 그래서 하느님의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했는지 그것은 분명하지 않습니다만, 잘못된 결과가 생기는 곳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는 법입니다.

 

오늘 우리는 요나 예언서의 중요한 부분을 첫 번째 하느님의 말씀으로 들었습니다. 독서 말씀을 듣고 내 삶에 올바른 지침을 얻고 싶다면 짧지만 중요한 예언서 전부를 읽어야 할 일입니다.  예언서에 등장하는 요나의 태도는 인간의 재능과 지혜를 지나치에 숭배하는 사람으로 나옵니다. 내가 비록 하느님의 명령을 받은 사람이지만 그 말씀을 꼭 들어야 할 이웃에게 전하지 않는다고 해도 하느님은 나를 벌하거나 그들에게 화를 내지 않으실 분이며 그저 용서를 베푸실 분이니 내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지 않는 일이 아무런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는 태도를 가진 사람이 요나였습니다. 그랬던 그가 물고기 뱃속에 갇혔다가 사흘 만에 나온 사건이후에 오늘 독서의 말씀이 이어집니다. 요나는 하느님에게서 받은 명령대로 하느님의 뜻을 전합니다만(3장), 그의 마음이나 삶의 자세가 좋게 바뀐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4장).

 

세상을 변하게 하는 일에는 반드시 큰소리만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생업에 바쁜 어부들을 부르면서 그들이 하는 일에 새로운 의미를 주겠다고 했던 초대를 제대로 알아듣고 삶에서 중요한 우선순위를 바꾼 제자들, 잔뜩 불만을 가졌던 사람이 심술궂은 마음으로 나섰지만 그가 전하는 말에 따라 삶의 길을 바꾼 니느웨 사람들 모두 모자라거나 부족한 사람들이라서 그렇게 행동한 사람들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람은 끊임없이 변합니다. 다만 우리의 선택에 따라 그 결과는 예상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귀를 울리는 수많은 소리들 가운데서 하느님의 말씀과 그분의 초대를 알아듣는 일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실천하는 의지입니다.  오늘 성당에 와서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고 살의 활력소를 얻어가려는 우리가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 기도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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