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2일 (토)
(녹) 연중 제11주간 토요일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강론자료

연중 32 주일-가해-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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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03-02-28 ㅣ No.375

연중 32 주일 (가해)

 

          지혜 6,12-16    1데살로니카 4,13-18   마태 25,1-13

 

     2002. 11. 10.

 

주제 : 우리의 믿음?

 

한 주간 안녕하셨습니까?

오늘은 11월의 둘째 주일, 연중 32주일입니다. 입동이 지났고 첫눈도 왔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자연이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나이를 먹어가면서 인생도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날이 추워지면 여러분은 어떤 걱정을 먼저 하십니까?  저는 어릴 때만 해도 김장 걱정, 된장 걱정을 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뵌 적이 있습니다만, 요즘에는 여러 가지 기계의 발달 덕분에 같은 걱정을 하는 분들은 많이 줄었습니다.  눈을 조금만 돌리면 다른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계절의 가을이 되면 사람은 겨울을 넘길 걱정을 먼저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과정입니다. 언제까지는 가을이고 언제부터는 겨울이라는 규정은 없어도 사람들은 알아서 자동적으로 그렇게 준비합니다.  그것이

세상을 살아온 인생의 지혜였습니다.  비슷하지만 입장을 조금 바꿔서 인생의 가을이 되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준비할 것인지 찾는 사람은 별로 찾을 수 없습니다.  사람이 보낸 봄과 여름이 아름다웠기 때문에 그 시간이 흘러가는 것만을 안타까워하는 일이 많지, 인생의 가을에 수확을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지 진지하게 걱정하거나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현재 시간을 즐길 시간도 부족한 데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해서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늘 그렇게 살아갑니다.  내 배가 부르는 일과 내 집에 뭔가를 가져다 쌓는 일에는 열성(熱性)을 다하지만, 눈에 보이는 일을 조금 벗어나면 특별한 준비를 하지 않아도 모든 일이 나를 위해서 잘 될 거라는 착각을 하고 삽니다.  복음에 나오는 ‘미련한 처녀 다섯 명’의 모습을 내 안에서 찾는 일이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미련한 처녀들이 현명한 처녀들을 향하여 ‘우리 등불이 꺼져가니 기름을 좀 나누어 다오!’라고 했던 말은 그저 스쳐지나갈 수 있는 간단한 부탁이 아니라 그 말에는 그들의 존재가 걸린 처절함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인생의 지난 시간인 봄과 여름 그리고 현재인 가을을 즐기는 데 급급했던 사람들에게 다가온 대답은 ‘너희가 쓸 것은 차라리 가게에 가서 사다 쓰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한 대답이었을 것입니다. 복음에 나오는 미련한 처녀들이라고 해서 그 현명한 대답을 몰랐을 리는 없었을 것입니다. 미련한 처녀들은 기름을 준비하는 수고를 하는 것보다 또한 가게에 가서 기름을 사오는 일보다는 약삭빠르고 현명하게 자기들에게 필요한 것을 마련하려고 했던 일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자기들의 뜻대로 세상이 움직여 주리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만만하지 않은 것이 인생이고, 그렇게 쉽지 않은 것이 세상에 살아가는 우리가 겪을 수밖에 없는 일들입니다.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인생이라는 시간동안 즐겁고 기쁘게 사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세상에 사는 것은 나 혼자가 아니기에 내가 세운 계획대로 완벽하게 실현되지 않는 일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현실은 늘 우리 눈에 어른거립니다. 따라서 모든 것이 내 눈에 보이는 대로 맘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세만으로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해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범위를 뛰어넘는 일에 대한 설명은 신앙이 하는 일입니다. 많은 경우, 신앙을 ‘즐겁고 기쁜 내 현실을 제한하고 억압’하는 것으로 생각하기에 우리들 스스로 발걸음을 무겁게 만드는 것뿐입니다. 세상에서 어려운 일은 분명 내가 스스로 만드는 것인데 우리는 대부분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마치도 탓이 다른 데 있는 것처럼 말합니다.  

 

이러한 현실을 바꿔주는 것이 첫 독서에 나오는 하느님의 힘, 지혜의 역할입니다.  찾는다고 누구나 발견할 수 있는 쉬운 것은 아니지만, 하느님의 힘은 항상 우리 주변을 맴돕니다.  문제는 우리들 중의 누가 하느님의 힘, 지혜를 내 삶의 동반자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려고 하느냐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와서 우리와 함께 살기를 원하는 하느님의 힘, 지혜를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인생의 가을’을 제대로 보낼 수 있는 사람이고 복잡하고 험난한 세상을 이겨낼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힘은 사람이 생각하는 수준을 넘습니다.  때로는 지극히 미약하여 내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때도 있지만 그렇게 보이는 일이 사실은 우리가 욕심을 갖기 때문에 나를 위한 하느님의 힘을 받아들이지 않고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인생 달관<사소한 사물이나 일에 얽매이지 않고 세속을 벗어난 활달한 식견이나 인생관에 이름. 또는 그 식견이나 인생관>의 경지에 이른 듯한 자세가 될 수도 있습니다만 그렇게 여유 있는 마음으로 사는 사람에게서 하느님의 업적은 드러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질 하느님의 마지막 업적은 ‘인생의 가을과 겨울’을 지낸 다음에 실현될 부활입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인생의 가을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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