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2일 (토)
(녹) 연중 제11주간 토요일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강론자료

연중 26 주일-가해-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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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03-02-28 ㅣ No.370

연중 제 26 주일 (가해)

        

      에제키엘 18,25-28     필립비 2,1-11    마태 21,28-32

     

    2002. 9. 29.

주제 : 세상기준에서 보는 어리석은 삶은?

 

한 주간 안녕하셨습니까?

세상에 사는 사람들 누구에게나 고집은 있습니다. 좋게 표현한다면 이 고집은 힘겨운 세상에서 살아하는 힘의 근원이 되기도 하고, 글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힘들게 해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같은 일에 대하여 두 가지 면을 아는 것이 우리들이기는 합니다만 우리는 이러저러한 상황에 따라 그렇게 아는 것들을 선택하고 삽니다.  그렇게 누구나 살아가는 세상에서 이 고집을 어떻게 드러내는 것이 옳은 길인지 고민하고 적용하는 방법에 따라 우리가 인생을 만족하게 살고 있는지 아니면 글자 그대로 다른 사람들의 인상에 주름잡히게 하는 삶인지 구별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9월 순교자성월의 다섯 번째 주일입니다.

순교자들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과는 환경이 다른 세상에서 신앙을 피를 흘리며 입증하신 분들입니다.  그분들보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난 다음에 사는 우리는 단순히 그분들이 누릴 거라고 믿는 하느님과 함께 하는 영광만을 부러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마저도 부럽지 않은 자세로 산다면 현실 삶을 잘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많지는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순교 성인과 순교 성녀들이 누릴 영광이 부럽다면 우리가 사는 2002년 세상에서 그 모습을 이룰 수 있겠는지 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서글픈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버지의 말씀대로 실천한 사람은 어떤 아들이냐고 묻는 서글픔이 배어있는 비유이야기입니다. 예수님의 그 말씀을 들으면서 적어도 내가 현실을 뉘우치고 막차라도 탈 수 있는 축복을 얻고 싶다고 할 사람이 적지는 않겠지만 그것은 단순히 욕심만을 갖고 실현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삶에 정성이 담겨있지 않은 일들은 현실은 번지르르해도 제 본모습을 드러내는데 걸리는 시간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실 때 왜 처음부터 순명의 정신으로 아무런 불만 없이 실천하는 사람이 없을까 하고 묻는 것은 어쩌면 사람들이 쉽게 보여주는 어리석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일 것입니다.  남이 안보면 한 가지 더 갖고 싶고, 남들이 몰라주면 좀 더 서러워하고 오해하며, 내가 하는 일들은 다른 사람이 하는 것보다 그 의미를 크게 생각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예수님의 말씀에 의문을 가질 것입니다.  사람들을 향하여 ‘누가 아버지의 뜻을 받든 아들이겠는지?’를 물었던 예수님이지만 그 응답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확인해주지 않는 분이 예수님입니다.  왜 그러셨을까?  정확한 마음이야 모르더라도 세상의 변화가 그것만으로 만족해서는 부족하다는 의도가 담겨 있을 것입니다.

 

그 말씀의 의도는 에제키엘 예언서에 나오는 것과도 유사합니다.  ‘과거의 못된 행실을 털어버리고 바르게 살면 죽지 않고 살 것’이라고 하신 것이지 그렇게 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에 일치하는 것이라는 말씀을 하신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드러난 겉모양만을 보고 안심하여 더 나은 변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도일 것입니다.

 

하느님은 내 삶에 어떤 의미를 주시는 분이신가?  내가 신앙생활을 하는 것은 누구를 위해서 하는 것인가?  신앙생활에서 나는 불만을 갖지 않고 사는지 올바로 대답할 수 있으려면 자신의 삶을 제대로 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돌아보는 일에는 다른 사람이 판단해주는 일은 큰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보다 정확한 판단은 하느님이 하시는 일이겠지만, 적어도 자신이 돌아보는 일에는 만족할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보여주신 겸손의 의도, 하느님이셨지만 당신에게 부여된 특권을 잠시 접고 진정으로 사랑의 마음을 드러낸 것처럼 우리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힘들고 복잡한 세상에서 좋은 마음을 갖고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어리석은 삶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현명하고 영악한 삶만을 추구한다고 해도 문제는 남습니다. 사람의 생활이라는 것이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좋게 봐준다고 하더라도 내가 공감하는 기준에 따라 사는 일이 필요한 것이지 다른 사람들의 기준만으로 내 삶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도 만족할 수 있고 내 삶을 보고 하느님도 옳게 살았다고 인정해주실 만한 일은 어떤 길이겠습니까?  순교자 성월 9월을 지내며 우리보다 앞섰던 순교성인들의 도움을 청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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