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3일 (월)
(홍)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소작인들은 주인의 사랑하는 아들을 붙잡아 죽이고는 포도밭 밖으로 던져 버렸다.

세계교회ㅣ기타

스리랑카 교회: 스리랑카판 종교보안법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2 ㅣ No.45

[아시아 아시아] 스리랑카 교회 : 스리랑카판 종교보안법

 

 

선교를 금지하는 반개종법안

 

스리랑카 교회는 현재 국회에 제출된 반(反)개종법안 두 가지에 반대하는 계몽운동을 펼치고 있다. 교회는 이 두 법안이 통과되면 종교의 자유가 제한되는 것과 교회의 사회활동과 사목활동에 나쁜 영향이 있을 것을 걱정하고 있다.

 

스리랑카 주교회의와 개신교 스리랑카 교회협의회(NCCS)는 지난 6월 29일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두 법안은 헌법에 보장된 사상과 양심, 종교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두 법안에 따르면, 강제나 유혹, 또는 사기를 수단으로 어떤 사람을 한 종교에서 다른 종교로 개종시키는 사람은 금고형과 벌금형을 받게 된다.

 

그뿐 아니라 어떤 이가 자신의 종교를 바꾸면 그 개종을 촉진한 사람은 물론 개종자 자신도 정부 당국에 신고해야 하며, 만약 그러하지 않을 경우 최장 5년의 금고형이나 15만 루피(약 17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또 미성년자, 여성, 복지 프로그램 대상자, 수인, 육체와 정신 지체장애자, 경찰관, 학생, 병원이나 난민수용소 수용자, 또는 정부의 불교부에서 지정한 이들을 개종시킨 경우는 특히 벌금형을 최고 50만 루피까지, 징역형은 최고 7년까지로 늘린 것은 활발한 교육과 사회사업을 통해 선교를 하고 있는 그리스도교를 겨냥한 것이다.

 

이미 이와 비슷한 법률이 힌두 국가인 인도의 여러 주와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 등에서 실행되고 있다. 그 대상이 그리스도교인 것과 논리는 같되, 방어자가 힌두교와 이슬람, 불교로 서로 다른 것이 흥미롭다.

 

 

‘스리랑카 = 불교’라는 등식

 

왜 이런 법안이 국회에 제안되었을까? 스리랑카는 불교인이 다수일 뿐 아니라 한마디로 불교에 관한 일종의 소중화 의식을 갖고 있다. 인도가 불교의 발상지이지만 막상 인도 대륙에서는 불교가 거의 소멸상태에 들어간 뒤, 오직 스리랑카만이 그 불교를 온전히 보전함으로써 불교세계의 중심이 된 것이다. 스리랑카가 불교의 보전과 대장경 사업에 온 힘을 기울인 역사를 보면 이해가 간다.

 

그런 가운데 이번 총선을 앞두고 스리랑카에서는 불교 승려들로 구성된 정당 자티카헬라 우루마야당이 창당되었고, 이들은 이번에 9석을 얻었다. 불교판 정교분리 논쟁도 있었지만, 이 결과는 불교를 사랑하는 스리랑카인들의 위기감을 반영한다. 먼 배경으로는 지난 20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동북부 타밀족의 분리독립 무장투쟁이 있다.

 

타밀족은 영국 식민지 치하의 차농장 노동자 출신으로 영국인들이 인도에서 데려온 힌두인들이다. 이들이 독립한다는 것은 곧 ‘불교’가 훼손된다는 것이다. ‘스리랑카=불교’이고 ‘불교=스리랑카’이기 때문이다. 국가와 한 종교를 동일시하는 위험은 미국의 부시 대통령 같은 모든 종교 근본주의자에게 흔히 드러나는 현상이다.

 

가까운 배경으로는 근래 심해지고 있는 일부 개신교 복음주의 근본주의자들의 극성스런 선교활동이 있다. 스리랑카는 불교인이 70퍼센트, 가톨릭이 7퍼센트, 그리고 개신교는 주류 교회를 포함해도 모두 1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 2000년 넘게 지켜온 불교국가의 자부심이 무너지는 마당에 개신교 근본주의자들의 “예수 천당, 불신 지옥”식 선교, 물량 공세는 내버려 둘 수 없다는 것이다.

 

 

법안 반대자는 반불교분자(?)

 

지난 7월 5일, 콜롬보 대교구는 사제들을 위해 이 법안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반대운동 방안을 토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데스몬드 페르난도 대통령 법률고문은 이들 법안은 국제법에 어긋난다면서, “정부법안에 들어있는 조항들은 극히 엄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측 법안 8조에는 한 사람이 다른 종교를 선택하거나 자신의 종교를 포기하게 작용할 의도로 행해지는 “직접, 간접 행동 또는 행위”는 처벌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어떤 사람이 한 그리스도인 이웃의 훌륭한 모범을 보고 자발적으로 개종했다고 하더라도, 그 그리스도인 이웃의 모범이 “이웃의 개종을 유도할 의도”로 행해졌다고 의심할 수 있지 않은가? 이렇게 “의도”를 따지는 것이 “반국가단체를 고무, 찬양할 의도”를 따지는 우리나라 국가보안법과 어찌 이리도 같은가.

 

스리랑카 주교회의는 이미 지난 1월 성명을 내고, “비윤리적인 개종”을 불법화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를 양극화”하고 종교 간 긴장만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그리스도인은 불교 극단주의자들이 “이 법안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을 반불교분자로 낙인찍고는”, 이들이 그리스도교 근본주의자를 지지한다고 주장할까 두렵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이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국제 인권단체와 위원회들에 호소하는 것뿐이다.”

 

라트나시리 위크레마나야케 종교부장관은 6월 1일 UCAN통신에 여러 세기 전에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서 불교인을 집단으로 다른 종교로 개종시켰던 경우에 비추어 이 법안을 초안했다고 말했다. 한동안 승려와 불교단체들은, 이들의 표현을 빌리면, 그리스도교 단체들이 추진하는 강제 개종을 중단하라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주류 교회들은 이런 강제 개종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한 가톨릭 사제는 UCAN 통신에 근본주의 단체들이 농촌지역의 가난을 없애려고 일하는 개발단체로 등록하고는 들어오고 있는데, 현재 어떤 다른 교회나 협회와 제휴없이 외국에서 자금을 받는 ‘독립 교회’가 250여 개나 된다면서, 이 교회들은 불교인뿐 아니라 주류 교회 신자들까지도 누구나 자기 교회 신자로 만들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가톨릭 교회의 대응

 

가톨릭 주교들은 작년 12월에 발표한 성명을 통하여, 가톨릭 교회는 “불법적이고 부당한 수단을 동원해 다른 종교인을 개종시키는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주교들은 알려진 일부 근본주의 종파들의 활동으로 생겨난 사회적인 불안을 “깊이” 의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오스왈드 고미스 대주교는 지난 4월 30일 콜롬보의 주교관을 방문한 새 국회의장과 여러 장관들 앞에서, “우리는 물질로 사람을 꾀지 않는다. 다만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그리스도인의 사명이다.”고 말했다.

 

한편 스리랑카 주교들은 지난 5월 석가탄신일 직후, 때마침 주교회의 정기총회를 마친 뒤 전원이 스리랑카의 최대 불교종파 스님들을 방문하였다. 고미스 대주교는 이 자리에서 람부크웰 스님에게 가톨릭 교회는 이른바 “비윤리적 개종” 활동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해명하였다.

 

[경향잡지, 2004년 8월호, 박준영 요셉(아시아 가톨릭 뉴스(UCAN) 한국지국장)]



파일첨부

893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