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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자료

열매 맺는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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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2-08 ㅣ No.675

열매 맺는 강론

 

노희성(본지 편집장)

 

강론을 듣는 사람들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열매 맺는 강론은 모든 강론자의 소망일 것이다. 또 강론을 듣는 사람들의 소망이기도 하다. 어떤 강론이 열매를 맺을 수 있는가? 그 답을 찾으려고 나름대로 수십 수백 편의 강론과 설교 원문을 읽어보고, 또 인터넷에 올라있는 유명 목사들의 설교 동영상도 꽤 많이 들어보았다. 1976년 3월 15일 시국 기도회에서 김수환 추기경께서 하신 강론, 1989년 서울 세계성체대회 때 요한 바오로 2세 교황(1978-2005년 재위)께서 하신 여의도 장엄미사 강론, 그 옛날 레오 대교황(440-461년 재위)의 성탄·공현·사순 강론들도 읽어보았다(물론 매주일 빠짐없이 본당에서 강론을 듣고 있다.).


레오 대교황은 당시 이단적 그리스도론이나 성삼론을 반박하고 올바른 가르침을 펴는 기회로 강론을 적극 활용하였으며,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세계성체대회 장엄미사 강론을 통하여 성체성사의 의미를 밝히고 신자들이 성체 안에 하나 되어 생명과 평화의 도구가 될 것을 당부하였다. 또 김수환 추기경은 위 강론에서 그해 3·1절 기념 기도회 사건으로 구속 또는 불구속 입건된 신부에 대한 자부적 이해를 드러내며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바른 길을 제시하였다. 이분들은 그날 강론을 듣는 사람들에게 가장 적절하다고 여기는 내용으로 강론을 준비하고 또 강론을 하였다.


강론은 그날 모인 회중에 대한 이해, 회중의 상황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그들이 얼마나 주님의 말씀을 갈망하는지, 그들의 심신이 얼마나 피곤한지, 또는 그들이 같은 주제의 강론을 얼마나 여러 번 들었는지, 심지어 그들이 어떤 죄에 빠져 사는지 알아야 한다. 이는 곧 야곱의 우물에서 사마리아 여자를 만나 당신을 믿게 하신 예수님의 모범을 따르는 것과 같다(요한복음 4장 참조). 예수님께서는 우물물을 길으러 온 그 여자에게 당신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물, “사람 속에서 샘물처럼 솟아올라 영원히 살게 할” 물을 주실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이에 관심을 보이는 여자에게 예수님께서는 그 여자의 과거와 현재에 관하여 알고 계심을 드러내 보이신다(17-18절: “남편이 없다는 말은 숨김없는 말이다. 너에게는 남편이 다섯이나 있었고 지금 함께 살고 있는 남자도 사실은 네 남편이 아니니 너는 바른대로 말하였다.”). 이에 놀란 여자는 그분의 말씀에 마음을 열고 예언자로 고백하며(19절), 동네 사람들에게 가서 자신의 과거를 알아맞힌 예수님에 관하여 알린다(28-29절). 그리고 사마리아 여자의 증언과 예수님의 말씀을 직접 들은 많은 사마리아 사람들은 예수님을 구세주로 고백한다(39-42절).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 관하여 충분히 알고 계셨듯이, 사목자는 자신이 돌보는 양들에 관하여, 그들이 놓인 상황에 관하여 충분히 알아야 한다. “나는 착한 목자이다. 나는 내 양들을 알고 내 양들도 나를 안다”(요한 10,14). 이러한 앎은 효과적인 사목의 전제 조건이며 열매 맺는 강론의 필수 요건이다.

 

 

열매를 명확하고 생생하게 제시할 것

 

성경 말씀, 곧 하느님 말씀을 받아들이고 실천에 옮기는 사람이 누릴 기쁨과 구원의 열매에 관하여 강론의 20-30% 정도를 할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론은 성경 말씀의 의미를 알기 쉽게 전달하여 신자들이 믿음의 생활, 회개의 생활, 헌신의 생활을 하도록 인도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어떠어떠한 생활을 해야 한다고 선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예를 들면, 언제 어디서나 모든 일에 감사하는 생활을 해야 한다고 선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러한 믿음과 회개와 헌신의 생활로 누리게 될 기쁨과 구원의 열매에 관하여 다소 길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 때 성경 구절들을 근거로 제시하고, 구원의 기쁨을 체험한 사람들의 실례를 드는 것은 신자들의 확신과 결심을 더욱 굳건히 할 수 있다.


창세기에 보면 “여자가 그 나무를 쳐다보니 과연 먹음직하고 보기에 탐스러울뿐더러 사람을 영리하게 해줄 것 같아서, 그 열매를 따먹고 같이 사는 남편에게도 따주었다.”(3,6)고 적혀있다. 여자는 뱀의 말을 듣고 또 ‘나무 열매를 보고 나서야’ 그 열매를 따먹었던 것이다. 주님께서 아브람에게 말씀하신 내용도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고개를 들어 네가 있는 곳에서 동서남북을 둘러보아라. 네 눈에 비치는 온 땅을 너와 네 자손에게 아주 주겠다. 나는 네 자손을 땅의 티끌만큼 불어나게 하리라. 땅의 티끌을 셀 수 없듯이 네 자손도 셀 수 없게 될 것이다. 어서 이 땅을 두루 돌아보아라. 내가 이 땅을 너에게 주리라”(창세 13,14-17).


강론자도 할 수만 있다면 신자들에게 먹음직스런 열매를 보여주어야 한다. 뱀은 여자에게 “눈이 밝아져서 하느님처럼 선과 악을 알게”(창세 3,5) 된다는 열매를 보여주었고, 주님께서는 아브람에게 ‘땅과 자손’을 약속하셨다. 강론자도 자신을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의 말씀과 뜻을 따를 때에 주어지는 열매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 열매를 제시할 때에 먼저 성경 말씀을 활용할 수 있으며, 하느님께 충실하여 기쁨과 복을 누린 사람들의 이야기도 간접적인 열매 제시가 된다. 또 좋은 노래 가사나 시를 통해서도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누리는 또는 누릴 열매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신앙의 열매 예시 방법

 

1) 성경 말씀


· 창세 15,1 “무서워하지 마라, 아브람아. 나는 방패가 되어 너를 지켜주며, 매우 큰 상을 너에게 내리리라.”


· 1열왕 17,14-16 “내가 이 땅에 비를 다시 내릴 때까지 뒤주에 밀가루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고 병에 기름이 마르지 아니하리라. … 그리하여 엘리야와 과부 모자에게는 먹을 양식이 떨어지지 않았다. 엘리야가 전한 주님의 말씀 그대로 뒤주에는 밀가루가 떨어지지 않았고 병의 기름도 동이 나지 않았다”(어려운 처지에서도 하느님의 사람 엘리야에게 음식을 대접한 사렙다 과부에게 내린 말씀).


· 시편 27,5-6 “나 어려운 일 당할 때마다 당신의 초막 안에 숨겨주시고 당신의 장막 그윽히 감춰주시며 바위 위에 올려 높으시리니, 에워싼 저 원수들을 내려다보며 그 장막에서 제물 바치고 환성 올리고 노래하며 주님께 찬양하리라.”


· 이사 41,10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의 곁에 있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너의 하느님이다. 내가 너의 힘이 되어 준다. 내가 도와준다. 정의의 오른팔로 너를 붙들어준다.”


· 요한 8,31-32 “너희가 내 말을 마음에 새기고 산다면 너희는 참으로 나의 제자이다. 그러면 너희는 진리를 알게 될 것이며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 에페 2,8 “여러분이 구원을 받은 것은 하느님의 은총을 입고 그리스도를 믿어서 된 것이지 여러분 자신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닙니다. 이 구원이야말로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입니다.”


· 야고 1,12 “시련을 견디어내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시련을 이겨낸 사람은 생명의 월계관을 받을 것입니다. 그 월계관은 하느님께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것입니다.”

 

2) 하느님께 충실하여 큰 복을 누린 이야기

 

- 룻 이야기: 구약성경 룻기에 보면, 이방 여인 룻은 자신의 평안을 선택하지 않고 시어머니 나오미에 대한 효성과 헌신의 길을 선택하였다. 시어머니를 돕고자 자기 고향인 모압 대신에 외로우나 마땅히 가야 할 길을 선택한 룻은 보아즈와 혼인하여 오벳을 낳았는데, 그가 바로 다윗의 할아버지요 이새의 아버지였다. 그러므로 룻은 천대받는 이방 여인에서 메시아의 조상이 되었고, 성경에 나오는 현숙한 여인 가운데 하나로 칭송을 받고 있다. 룻의 선택이 당시로서는 작게 보였을지 몰라도 그 결과는 결코 작지 않았던 것이다.

 

- 김교신 이야기: 윤치호(1865-1945년)와 김교신(1901-1945년)은 둘 다 그리스도인이었고 해외 유학을 다녀온 지식인이었으며 젊을 때에 조국 독립에 헌신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윤치호는 나중에 친일 성향을 띠고 일본 귀족원 회원으로 추대되어 편안한 삶을 살다가 해방 뒤에 지탄을 받고 불명예스럽게 삶을 마친다. 김교신은 타협과 변절을 모르는 순수한 사람으로서 중학교 교사로 살다가 학생들에게 민족정신을 고취시킨다는 이유로 교사직에서 쫓겨난다. 그후 함흥 질소비료공장에서 노동자 기숙사 사감으로 일하던 중 전염병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을 보살피다가 결국 자신도 장티푸스에 감염되어 조국 광복을 넉 달 앞둔 때에 세상을 떠났다. 김교신은 특히 개신교에서 위대한 인물로 존경받고 있다.

 

3) 좋은 노래 가사 또는 시

 

<뇌성마비 찬양시인 송명희 님의 “나”>
나 가진 재물 없으나,
나 가진 지식 없으나,
나 남에게 있는 건강 있지 않으나,
나 남이 없는 것 있으니,
나 남이 못 본 것을 보았고,
나 남이 듣지 못한 음성 들었고,
나 남이 받지 못한 사랑받았고,
나 남이 모르는 것 깨달았네.
공평하신 하나님이 나 남이 가진 것 없으나
공평하신 하나님이 나 남이 없는 것 갖게 하셨네.

 

<가톨릭 시인 구상 님의 “말씀의 실상”>
영혼의 눈에 끼였던 무명(無明)의 백태가 벗겨지며
만유일체가 말씀임을 깨닫습니다.
노상 보아오던 손가락이 열 개인 것도 이적에나 접한 듯 놀라웁고,
봄에 피는 개나리꽃도 부활의 시범을 보는 듯 사뭇 황홀합니다.

 

4) 개신교 설교의 열매 제시 사례: 옥한흠 목사

 

한국 개신교의 대표적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인 ‘사랑의교회’ 창립자 옥한흠 목사는 2003년 6월 15일에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루가 8,9-15)에 관한 설교에서 세 가지 열매를 제시한 바 있다.


첫째는 우리 영혼이 강건해지는 열매이다.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리라”(마태 4,4). 육신은 음식을 먹어야 산다. 그러나 영혼은 하느님의 말씀을 먹어야 산다. 하느님의 말씀을 먹을 때 영혼이 건강해진다. 자녀를 낳고 키워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이가 날마다 먹고 마셔서 몸만 건장해지는 것을 좋아하는 부모는 아무도 없다. 그것보다 건강한 정신력, 내적으로 아주 강한 인격이 되기를 원한다. 하느님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세상에서 건강하게 90세, 100세까지 장수하기만을 원하시지 않는다. 하느님께서 정말로 원하시는 것은 우리의 속사람, 우리의 영혼이 건강해지는 것이다. 그 건강한 영혼을 가지고 하느님 앞에 영광을 돌리기를 원하신다.


영혼이 건강하지 못하면 우리는 비정상적으로 생활할 수밖에 없다. 온갖 유혹의 소리에 우리의 영혼이 더럽혀질 뿐 아니라 죄를 이길 수도 없다. 영혼이 병들면 세상에 나가서 하느님의 자녀다움을 보여줄 수 없다. 「명포수 짐 코벳과 쿠마온의 식인 호랑이」라는 책에 히말라야 기슭에서 1907년부터 약 31년 동안 436명의 사람을 잡아먹은 식인 호랑이를 잡고 보니, 그 호랑이는 오른쪽 위 송곳니는 조금도 없고 아래 송곳니는 반쯤밖에 없어서 짐승을 잡을 수도 없었고 그래서 배가 고픈 나머지 사람만 잡아먹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이야기가 주는 영적 교훈은 ‘영혼이 건강하지 못하면 비정상적으로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둘째로 하느님의 인도를 받는 열매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 때 혼자 걸어갈 수 없는 길들이 많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 내 인생의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해 하루하루 초라한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깨닫고 그 말씀을 마음에 담고 순종하기를 원하는 사람의 인생길을 이끌어주신다. “당신의 말씀은 내 발에 등불이요, 나의 길에 빛이옵니다”(시편 119,105). 하느님은 말씀으로 내가 걸어가는 길을 밝혀주는 등불과 빛이 되어 인도해 주신다.


셋째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온전한 사람이 되는 열매이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향해 갖고 계신 소원은 우리가 예수님을 닮은 온전한 자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성경 말씀을 주셨다. “성경은 전부가 하느님의 계시로 이루어진 책으로서 진리를 가르치고 잘못을 책망하고 허물을 고쳐주고 올바르게 사는 훈련을 시키는 데 유익한 책입니다. 이 책으로 하느님의 일꾼은 모든 선한 일을 할 수 있는 자격과 준비를 갖추게 됩니다”(2디모 3,16-17). 우리가 성령의 감동을 받은 말씀 앞에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함을 받으면, 우리의 인격이 예수님을 닮은 온전한 자로 바뀌어가고 우리의 삶이 예수님을 뒤따라가는 온전한 자의 삶으로 바뀌어간다고 말씀하셨다. 이를 위하여 주님께서 우리 손에 말씀을 들려주셨다. 그러므로 말씀의 권위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그 말씀을 듣고 배우고 깨닫고 순종하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그 인격이 점점 주님을 닮아가는 아름다운 축복을 누리게 된다. 자신의 생각과 감성, 모든 삶의 목표가 예수님께서 기뻐하시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나아가게 된다. 이것이 바로 성화이다. 그래서 이 세상에 살 때부터 하느님 말씀을 통해 인격과 삶이 주님을 닮아 영광에서 영광으로 발전하면 나중에 주님 앞에 설 때 흠과 티가 없는 하느님 자녀로, 예수님 모습을 그대로 닮은 거룩한 자녀로 서게 된다.

 

 

맺음말

 

열매 맺는 강론을 위하여 먼저 강론을 듣는 사람들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것과 먹음직스런 열매를 제시할 것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강론자 앞에 모인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그 상황은 다양할 것이므로, 강론자는 자신을 쓰시는 분의 뜻에 따라 임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자신을 통하여 말씀하시는 성령께 온전히 의탁하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성령”(마태 10,20)이시고, “심는 사람이나 물을 주는 사람은 중요할 것이 없고 자라게 하시는 하느님만이 중요”(1고린 3,7)하시기 때문이다.


또한 열매 맺는 강론에 대한 부담감에 짓눌릴 필요는 없다.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 그 사랑과 복음을 깨닫고, 또 생생하게 체험하게 해주는 강론, 그분 사랑의 불꽃에 휩싸이게 하여 죄를 태우고 영혼을 깨끗하게 해주는 강론, 자신의 십자가를 기꺼이 짊어지게 하는 강론, 악마의 유혹에 견디고 대적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강론, 주님을 향한 사랑으로 이 세상에서 이미 영원한 생명과 행복을 맛보게 하는 강론은 서두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모든 강론자의 소망일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거창한 표현은 아니더라도 강론을 듣는 사람에게 ‘그래, 예수님께서 그토록 나를 사랑하시는데 내가 이렇게 살면 안 되지.’ 하는 회개의 씨앗, 감사의 씨앗, 결심의 씨앗을 뿌렸다면 그것만으로 풍성한 열매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사목, 2005년 8월호, 주교회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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