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일 (토)
(홍) 성 유스티노 순교자 기념일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세계교회ㅣ기타

[희년] 한국 교회와 대희년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3 ㅣ No.54

한국 교회와 대희년

 

 

1. 들어가는 말

 

교황께서는 1994년 11월 10일 [제삼천년기]를 반포하시며 2000년을 대희년으로 선포하시고 이를 단계적으로 준비하게 하셨다. 한국 주교회의도 이듬해인 1995년 춘계 총회에서 ‘200년 대희년 주교 특별 위원회’를 설치하고, 다섯 분의 주교를 위원으로 위촉함으로써 세계 교회와 함께 대희년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되었다. 그러나 ‘2000년 대희년 주교 특별 위원회’가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그만큼 본당 공동체의 개개 신자들에게까지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아직도 2000년 대희년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목자나 신자들이 많은 것 같다. 2000년에 무슨 행사를 치르는 정도로만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다시 한 번 2000년 대희년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한국 교회가 어떻게 희년을 준비해 왔는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또한 직접 준비의 마지막 해인 1999년 성부의 해의 목표는 어디에 있으며, 대희년을 경축하기 위하여 펼쳐질 2000년의 많은 행사들을 어떻게 준비하고 거행해야 하는지 몇 마디 덧붙이고자 한다.

 

 

2. 2000년 대희년

 

2000년 대희년은 그리스도 강생 사건의 기념으로서 교회와 전세계를 위한 은총의 해다. “베들레헴에서 양치기들에게 구세주의 탄생을 알리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던 것처럼, 대희년 거행은 모든 사람에게 ‘기쁜 소식’이 되어, 2000년 전에 유다라는 먼 고을에서 구세주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탄생하셨음을 상기시켜 줄 것이다(루가 2,10-11 참조).”1) 여기에서 말하듯이 대희년 거행이 구세주의 탄생과 마찬가지로 기쁜 소식이 되려면 대희년이 바로 그리스도 강생의 기쁨을 실천적으로 세상에 드러내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황 교서 [제삼천년기]에서 모든 그리스도인, 나아가 전세계인들에게 용서와 은총, 정의와 전세계적인 화해의 이 시간을 성서의 ‘희년’ 정신으로 살아가도록 권고하고 있다.2) 희년 정신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곧 그리스도의 오심으로 시작된 ‘시간의 충만’, ‘주님의 은총의 해’를 확실한 증거로 선포한다는 것을 뜻한다. 

 

루가 복음서의 저자는 그리스도께서 나자렛의 회당에서 파스카 신비와 성령의 은혜를 두고 하신 계시를 우리에게 전해 준다. “주님의 성령께서 나에게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묶인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알려 주고 눈먼 사람들을 보게 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며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4,18-19). 예수님께서는 이사야 예언서의 이 말씀을 봉독하신 뒤에 “이 성서의 말씀이 오늘 너희가 들은 이 자리에서 이루어졌다.”(4,21) 하고 덧붙여 말씀하셨다. 이 말씀으로 예수님께서는 예언자가 말한 메시아이시며, 오래 기다려 온 ‘시간’이 당신 안에서 시작되고 있음을 밝히신 것이다. 예수님의 오심으로 ‘때가 차’ 구원의 날이 도래한 것이다. 희년은 이처럼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에 이른다.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선포하시고, 빼앗긴 이들에게 자유를 선사하시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키시고,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시며, ‘주님의 은총의 해’를 알리신다. 그분께서는 이 해를 말씀으로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선포하셨다. 예수님 자신과 그분의 모든 활동은 바로 이 희년의 도래와 완성을 알리는 것이었다. 구약의 전통 안에서 기억해 온 희년이 예수님의 오심으로 완성에 이른다. 

 

인류는 시간 안에서 역사를 만들어 가며 살아간다. 인간은 그 역사 안에서 기쁨과 슬픔, 고통과 좌절을 겪기도 하고, 행복을 느끼기도 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고 그 삶의 충만한 실현을 찾는다. 희년은 이러한 인간의 역사 안에 한 계기를 마련해 준다. 희년은 나자렛 사람 예수님 자신 안에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이 인간의 시간을 기쁨과 평화의 시간으로 변화시켰음을 상기시키며, 역사의 시간, 곧 인간의 시간을 ‘하느님의 구원의 시간’으로 바꾸어 준다. 

 

희년은 2000년 전 팔레스타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상기시켜 주며,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인류 역사의 완성과 실현에 대한 의미를 제공해 준다. “그리스도께서는 어제나 오늘이나 또 영원히 변하지 않으시는 분”(히브 13,8)이시기 때문이다. 

 

“지상에 오신 하느님 덕택으로, 창조 때 시작된 인간의 시간이 그 충만에 이르렀다. 사실 ‘시간의 충만’은 영원이다. 참으로 그것은 영원하신 분, 하느님 바로 그분이시다. 이처럼 ‘시간의 충만’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시간의 끝에 이르러 하느님의 영원 안에서 시간의 충만함을 찾고자 그 한계를 초월한다는 것을 뜻한다”([제삼천년기], 9항).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시간 안으로 들어오시어 그분의 현존이 성령의 권능을 통하여 모든 인간에게 미침으로써, 흘러가는 날들이나 해들이나 세기의 시간이 은총과 사랑과 애정의 시간으로 바뀐다.”3) 따라서 “그리스도교 안에서 시간은 근본적인 중요성을 지닌다. … 강생하신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시간은 스스로 영원하신 분이신 하느님의 차원이 된다”([제삼천년기], 10항). 결국 모든 희년은 이 ‘시간’을 가리키며, 하느님 아버지께서 파견하신 분이시며 성령으로 ‘기름부음받은이’로 오신 그리스도의 메시아 사명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그러므로 “희년은 단지 때마다 돌아오는 주년의 반복이 아니다”([제삼천년기], 11항). 희년은 예수님의 오심으로 시작된 ‘하느님의 구원의 시간’이 ‘지금 여기에서’삶으로써 성취되는 그런 해이다. 그래서 “희년은 은총과 사랑과 애정, 회개와 화해, 기쁨의 해가 될 것이다.”4) 희년은 결코 저절로 오는 해가 아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신비를 세상 역사 안에서 삶으로 보여 주지 못한다면 2000년이 오더라도 희년은 오지 않는다. 예수 그리스도 자신, 그분의 삶, 활동이 곧 희년의 선포였듯이, 우리가 ‘예수님의 일’을 할 때에만 그것을 통하여 희년이 현존하게 된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교황께서는 “희년 거행은 오늘날의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리스도 안에서 당신 자신을 계시하신 하느님께 대한 그들의 신앙을 확인시키고, 영원한 생명을 바라는 그들의 희망을 떠받쳐 주며, 그들의 형제 자매들에 대한 적극적인 봉사를 통하여 그들의 사랑을 다시 불타오르게 할 것이다.”([제삼천년기], 31항) 하고 말씀하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이들의 완전한 친교를 다시 이룰 수 있도록 “각자에게 양심 성찰과 적합한 교회 일치 운동의 촉진을 요청”([제삼천년기], 34항)하시고, 모든 종교와도 대화하도록 강조하셨다. 그리고 희년의 본질인 기쁨이 내적으로뿐만 아니라 외적으로도 드러나도록 사회 정의의 실현도 강조하셨다([제삼천년기], 12.13.16항 참조). 분명히 은총의 해에 대한 선포는 정의, 모든 인간의 존엄, 모든 예속에서 해방이라는 주제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하느님의 처음 계획에 따라 모든 사람에게 정의, 평화, 해방, 형제애, 평등이라는 살아 있는 씨앗을 뿌리고 전하는 구체적이고 눈에 보이는 표지를 주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희년은 그리스도의 강생을 기념함으로써 오늘날의 인류 안에 현존하시며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통하여 활동하시는 그분을 구세주로 세상에 알리는 때가 될 것이다. 

 

성서 전통에 따르면 희년은 거룩한 해, 해방의 해, 정의의 해, 창조의 해였다.5) 이 희년의 전통이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에 이르러 오늘에 이른다. 2000년 대희년은 이러한 구약과 신약의 성서적 전통의 계속으로서, 우리에게 언제나 형제애, 정의, 자유, 상호 용서, 사랑 안에 화해하며 영원한 희년을 살도록 이끈다. 희년은 복음 정신과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나누어 주신 구원의 은총 안에서 살아가라는 강력한 초대이다. 희년은 어떤 한 해, 또는 2000년으로 끝나거나 지나가는 것이 아니다. ‘2000년 대희년’은 일과성의 운동이 아니다. ‘주님의 은총의 해’를 삶으로 선포하는 그리스도인이 살아가는 모든 해가 거룩한 해이며 희년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해가 희년이 되도록 우리는 끊임없이 하느님의 말씀을 주의 깊게 경청하여야 한다. “말씀에 대한 경청은 회개, 사랑, 정의, 자유의 활동들을 촉진시킬 것이며, 희년 정신이 결실을 맺게 할 것이다. 희년 정신이란 죄의 용서, 재물의 나눔, 용서와 베풂의 문화, 친교의 조화, 교회와 교회 일치의 영성, 공동체와 선교의 영성을 말한다.”6) 

 

2000년 대희년을 준비하는 시간들은 교회의 모습과 사명, 교회의 보편성과 특성을 다시 발견할 가장 좋은 기회다. “우리는 모두 다양한 직무와 은사로써 각자가 자신의 고유한 소명에 따라 완전한 참여자와 공동 책임자가 되도록 부름 받고 있다. 우리는 모두 자녀다운 사랑과 형제애의 정신으로 기쁘고 성실하게 교회의 사명에 봉사하도록 부름 받고 있다.”7) 

 

또한 이 대희년 준비의 여정은 탁월한 영성 운동과 활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우리 교회와 각종 사목 계획 안에 영성 교육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모든 차원에서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강생의 대희년 준비 여정은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태도 안에서 성장하도록 요구한다. 개인적 / 교회적 /사회적 현실을 신앙 안에서 현명하게 식별하도록 하는 교육, 회개 / 화해 / 참회 / 용서의 태도와 행동에 대한 교육, 대화 / 관용 / 이해의 정신과 일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교육, 형제애 / 연대 / 나눔 / 봉사로 이끄는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자선에 대한 교육, 자신의 환경과 세계 안에서 정의와 평화를 위하여 투신하도록 하는 교육, 신앙과 우리와 하느님의 친교에서 생겨나며 현재에 용기 있게 투신하고 미래에 대한 하느님의 약속을 신뢰하고 확신함으로써 오는 희망에 대한 교육.”8) 

 

이러한 대희년의 모든 준비는 교구와 본당, 가정, 단체, 모임, 운동 차원에서 또한 선교 활동과 문화적 사회적 차원에서 총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3. 한국 교회의 대희년 준비 상황

 

1) ‘2000년 대희년 주교 특별 위원회’와 자료 출판

 

‘들어가는 말’에서 이미 밝혔듯이 한국 주교회의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제삼천년기]를 내신 바로 이듬해 ‘2000년 대희년 주교 특별 위원회’를 설치하고 대희년을 바르고 성실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위원회는 대전교구장 경갑룡 주교를 위원장으로 하여 이병호 주교, 박석희 주교, 최창무 주교, 장익 주교가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제까지 29차례의 회합을 가지며 기도하고 공부하는 가운데 신자들에게 희년의 정신을 일깨우고 실제 삶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그 길을 제시하고 있다. 필자는 이 위원회의 활동을 보조하면서 위원 주교들에게서 교회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과 쇄신의 열정을 함께 볼 수 있었다. 

 

주교 특별 위원회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를 몰라 먼저 [제삼천년기]와 [가톨릭 교회 교리서], 그 밖의 문헌들을 먼저 공부하고, 신자들에게 길을 제시하고자 [대희년 길잡이]를 내기로 하였다. 이 길잡이에는 먼저 희년의 성서적 근거를 제시한 다음에 그리스도 신앙 안에서는 어떻게 희년을 이해해야 하는지를 조명하고 마지막으로 실천 사항들을 제시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세 권의 [대희년 길잡이]이다. 주교회의는 또한 그때까지의 대희년에 대한 이해를 종합하여 신자들을 향한 [대희년을 바라보며]라는 공동 사목 교서를 발표하고, 1998년 ‘성령의 해’를 맞아서는 신자들이 성령께 대하여 올바르고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권의 대희년 길잡이를 더 내게 되었다. 그것이 [생명을 주시는 힘이신 성령]이다. 

 

이 밖에 교황청 대희년 중앙 위원회의 여러 위원회들에서 나온 문헌들을 번역하여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 안에 실었고, ‘대희년 맞이’라는 이름으로 다섯 종류의 문헌들을 내놓았다. 이 가운데는 미국 주교회의의 대희년 자료를 번역한 것들도 들어 있고, 수에넨스 추기경의 저서를 번역한 것도 있다. 한국 교회의 대희년 실천 방안 자료집 [새날 새삶]이 ‘대희년 맞이 5’로 출간되었다. 그리고 각 교구에서는 이러한 자료집들을 바탕으로 교구의 고유 자료들을 다양하게 내놓아 신자들에게 희년 정신을 일깨우고 실천 운동을 펴고 있다. 아래에 그 동안 한국 주교회의가 직접 편찬하거나 교황님과 교황청이 낸 자료들과 외국 자료들을 번역하여 출판한 자료들의 목록을 소개한다. 이 자료들의 출판사는 모두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이므로 출판사명은 생략한다.

 

-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교서, [제삼천년기], 1995. 

- 교황청 2000년 대희년 중앙 위원회 전례 위원회, “2000년 대희년을 향하여(1996.1.)”,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 제4호, 1997, 109-212면. 

- 교황청 2000년 대희년 중앙 위원회 전례 위원회, “전례를 통해 만나는 예수 그리스도”(1996.12.1.),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 제4호, 1997, 213-232면. 

- 교황청 2000년 대희년 중앙 위원회 선교 사목 위원회,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1996.9.1.),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 제4호, 1997, 233-300면. 

- 교황청 2000년 대희년 중앙 위원회 일치 위원회, “국가 위원들에게 보내는 서한”(1996.9.14.),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 제4호, 1997, 301-316면. 

- 교황청 2000년 대희년 중앙 위원회 종교간 대화 위원회, “국가 위원회들에게 보내는 통지”(1997.1.24.),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 제4호, 1997, 317-319면. 

- 교황청 2000년 대희년 중앙 위원회 새 순교자 위원회, “순교자에 대한 성찰과 지침”(1996.9.18.),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 제5호, 1997, 175-188면. 

- 교황청 2000년 대희년 중앙 위원회 전례 위원회, “오소서, 성령님”,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 제6호, 1998, 61-224면. 

- 교황청 2000년 대희년 중앙 위원회 일치 위원회, “1998년 국가 위원회들에게 보내는 서한”,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 제7호, 1998, 299-310면. 

- 교황청 이주 사목 평의회, “대희년의 순례”(1998.4.25.),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 제7호, 1998, 129-169면. 

- 한국 천주교 주교단 공동 사목 교서, [대희년을 바라보며], 1997. 

- 2000년 대희년 주교 특별 위원회, [희년의 성서적 근거와 우리의 현실], 대희년 길잡이 1, 1996. 

- 교황청 2000년 대희년 중앙 위원회, [희년의 그리스도 신앙적 의미], 대희년 길잡이 2, 1996. 

- 교황청 2000년 대희년 중앙 위원회, [희년의 실천적 구현과 우리의 미래], 대희년 길잡이 3, 1996. 

- 교황청 2000년 대희년 중앙 위원회, [생명을 주는 힘이신 성령], 대희년 길잡이 4, 1998. 

- 미국 천주교 주교회의, [상징에서 변화로 - 성령의 해 본당 교육 자료], 대희년 맞이 1, 1997. 

- 교황청 2000년 대희년 중앙 위원회, [그리스도께 문을 활짝 열어라 - 대희년 맞이 실천 방안], 대희년 맞이 2, 1998. 

- L.J. 수에넨스, [은사 쇄신과 어둠의 세력], 대희년 맞이 3, 1998. 

- 2000년 대희년 주교 특별 위원회, [성령 강림 청원 9일 기도], 대희년 맞이 4, 1998. 

- 교황청 2000년 대희년 중앙 위원회, [새날 새삶], 대희년 맞이 5, 1998. 

 

지금까지 나온 이 많은 자료들을 활용하고 응용한다면 각 교구나 본당, 수도회, 단체들은 고유한 대희년 계획과 실천 운동들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특별히 각 교구 대희년 위원회는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를 모두 포함하여 구성되어 있으므로 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논의를 많이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2000년 대희년 주교 특별 위원회’는 큰 방향을 정하고 필요한 자료들을 공급하고, 각 교구 위원회들은 그것들을 활용하여 삶의 현장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해 주면 좋을 것이다. 앞으로도 1999년 성부의 해와 2000년 대희년에 관한 많은 자료들이 나오게 될 것이다. 

 

2) ‘새날 새삶’ 운동

 

한국 주교회의가 펼치고 있는 ‘새날 새삶’ 운동은 희년의 정신을 우리의 삶 안에 구체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실천 운동으로서 이 운동의 취지는 “새날 새삶을 펼치며”라는 주교회의 담화(1998년 10월 15일) 안에 잘 드러나 있다. “‘새날 새삶’ 운동은 새로운 천년기라는 새날을 맞아 2000년 전에 베들레헴에서 우리의 구세주로 태어나신 그리스도를 기억하며 그분을 따라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우리의 바람과 다짐을 담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리스도 강생의 사건을 오늘에 살려 인간의 본모습을 되찾고 모든 이가 함께 기쁨을 나누는 삶을 살자는 것입니다.” 이에 앞서 “2000년 대희년을 준비하는 이 기간은 우리의 신앙을 깊게 하고 그리스도인으로서 분명하고 매력적이고 호소력 있게 복음의 메시지를 세상에 선포하여, 우리가 사는 공동체들, 곧 가정, 이웃, 일터, 시민 공동체 그리고 사회 전체의 변화를 위하여 노력하는 시기입니다.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우리 자신을 새롭게 하고, 복음을 선포하며, 입으로 선포하는 복음이 참되다는 것을 삶으로 세상에 증언해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 온 인류의 바람을 유일하고 결정적으로 이루신 그리스도([제삼천년기], 6항 참조)의 복음이 오늘 모든 이에게 ‘기쁜 소식’이 될 것입니다([제삼천년기], 38항 참조).” 하고 말하고 있다. 

 

위의 “2000년 대희년”이라는 장에서 이미 살펴본 희년의 정신을 이 담화문은 잘 반영하고 있다. 이 ‘새날 새삶’ 운동의 기본 주제나 세부 실천 방안들의 문구만을 보면 희년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나 하나하나를 깊이 살펴보면 그 연결 고리들을 발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현장에서 희년의 정신을 실현하려는 숨은 뜻을 알 수 있다. 이 운동의 실천 방안들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는 자리에서도 이러한 뜻을 밝히고 있다. “2000년 대희년의 정신을 구체적인 삶 안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새날 새삶’ 운동을 통하여 우리는 나 자신부터 시작하여 가정과 사회를 새롭게 하고 우리 모두 함께하는 세상을 이룩하고자 합니다. ‘새날 새삶’ 운동은 대희년 맞이 실천 운동으로서 새로운 천년기라는 새 시대, 새날을 맞이하면서 복음에 비추어 우리의 삶 전체를 돌이켜보고, 우리의 삶을 복음에 기초를 둔 새 삶으로 바꾸어 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새날 새삶’ 운동을 통하여 우리는, ‘나부터 새롭게’, ‘참된 가정 이루기’, ‘좋은 이웃 되어 주기’, ‘함께 가요, 우리’라는 네 가지 기본 방향을 바탕으로 여러 구체적인 방안들을 실천해 나갈 것입니다.”9) 

 

물론 이 ‘새날 새삶’ 운동이 희년의 정신을 모두 담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히 희년의 정신을 어떻게든 실현하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 운동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강생 신비를 더 잘 깨치고 우리의 일상적인 삶 전체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 희년의 삶을 사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운동을 잘만 하면 커다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4. 1999년, 하느님 아버지의 해

 

2000년 대희년 준비의 마지막 해인 1999년의 목표는 신앙인들의 시야를 넓혀 그리스도께서 그러하셨듯이 “하늘에 계신 아버지”(마태 5,45)의 시각으로 사물을 보게 하려는 것이다. “영원한 생명은 곧 참되시고 오직 한 분이신 하느님 아버지를 알고 또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입니다”(요한 17,3). 사실 그리스도인의 모든 삶은 아버지의 집을 향한 큰 순례 여정과도 같은 것이다([제삼천년기], 49항 참조). 

 

이 해에는 “하느님 아버지께 나아가는 여정”에서 참된 회개의 길을 가야 한다. 그래서 고해성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해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회개는 죄에서 벗어나는 해방이라는 소극적 측면과 복음의 가치들을 바탕으로 선을 선택하는 적극적 측면을 함께 포함한다. 올바른 가치관에 따른 선의 선택은 현대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 없이는 사회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또 이 해에는 사랑의 대신덕이 강조된다. 여기에서 우리는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 신앙인의 윤리 생활의 근본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가난하고 버림받은 이들을 위한 교회의 우선적 선택”에도 큰 역점을 두게 된다.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으로 가득 찬 우리의 세계에서 정의와 평화에 대한 투신은 희년 준비와 경축을 위한 필수 조건임을 강조한다. 이와 관련하여 교황께서는 “여러 국가들의 미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국제적 부채를 완전히 탕감해 주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실제적으로 감면해 주는 것을 배려할 적절한 시기라고 제안하면서 세상의 모든 가난한 이들을 위하여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입니다. 희년은 또한 상이한 문화들 사이의 대화의 어려움과 여성의 권리 존중 그리고 혼인과 가정의 증진에 관련된 문제들과 같은 우리 시대의 다른 도전들에 대한 반성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하고 구체적인 제안들을 하신다([제삼천년기], 50-51항 참조). 

 

“세속주의의 도전에 관한 극복과 대종교들과 나누는 대화”도 희년을 준비하는 셋째 해의 특징이다([제삼천년기], 52항 참조). 

 

‘하느님 아버지의 해’에 우리는 실천적인 많은 노력도 기울이겠지만 무엇보다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계시된 ‘아버지’를 아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 분뿐이신 ‘하느님 아버지’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계시되셨고,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그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어느 종교에 속해 있든지 누구나 한 분뿐이신 절대자 ‘하느님’을 찾고 있다.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분을 알려 주셨다. “일찍이 하느님을 본 사람은 없다. 그런데 아버지의 품안에 계신 외아들로서 하느님과 똑같으신 그분이 하느님을 알려 주셨다”(요한 1,18). 여기에서 우리는 그리스도께서는 “인류의 모든 종교들 안에 있는 염원의 성취로서 오셨다.”([제삼천년기], 6항)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기억해야 한다.

 

 

5. 2000년 대희년 경축

 

교황청의 ‘2000년 대희년 중앙 위원회’는 1998년 5월 21일 주님의 승천 대축일에 [2000년 대희년 달력]을 공포하였다. 이에 따르면 대희년은 1999년 12월 24일 성탄 전야 밤미사에서 시작하여 2001년 1월 6일 주님의 공현 대축일에 마감한다. 이 기간 중에는 전례일을 중심으로 한 행사들도 마련되어 있고, 2000년 1월 2일 어린이 대희년을 시작으로, 12월 17일 연예인들의 대희년에 이르기까지 여러 전문직과 기존 단체와 공동체들에 소속된 신자들을 위한 ‘대희년의 날’도 마련되었다. 또한 여기에는 ‘청소년의 날’, ‘가정의 날’ 등과 같은 전통적인 날들과 ‘세계 성체 대회’ 등과 같은 교회 행사들이 있는 날들과 교황님께서 [제삼천년기]에서 언급하신 새 순교자들에 대한 기념 등과 같이 교회가 거행하고 실천해야 하는 일과 행사들도 포함된다. 

 

그러나 이 모든 행사들은 행사를 위한 행사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하나하나의 행사들을 위한 내적인 준비와 그 결실들이 있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그리스도의 신비와 관련된 전례적 측면이 강조되어야 하고 신앙과 회개를 향한 희년의 특징이 드러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 모든 행사는 영성적으로 거행되어야 할 것이다([2000년 대희년 달력], 6항 참조). 

 

이 [2000년 대희년 달력]을 바탕으로 한국 교회에서도 표준 대희년 달력을 제정하였다. 로마의 대희년 달력이 그렇듯이 한국의 ‘표준 대희년 달력’도 하나의 표본일 뿐이고 각 교구와 수도회, 단체들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고유 달력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교회의 전례와 전통을 존중하면서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향하고 있는 이 대희년의 행사들이 위에 든 거행 원칙에 따라 이루어진다면 우리 교회 구성원 전체를 쇄신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6. 맺는 말

 

이제까지 한국 주교회의는 세계 교회와 발맞추어 대희년을 준비하면서 기도하고 공부하기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또한 많은 문헌들을 펴내고 각 교구나 공동체들에서 그것들을 활용하여 고유한 대희년 맞이 계획들을 세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전국적인 실천 운동으로는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새날 새삶’ 운동을 전개하도록 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움직이는 모습들이 눈에 띄게 보이지 않지만 조금씩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어떤 분들은 주교회의가 소홀히 하고 있는 분야들이 있다고 지적한다. 또 구체적인 ‘기쁨의 표징들’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 문제들에 대해서는 더 많이 연구하고 깊이 생각하여 그 결과를 내놓게 될 것이다. 그 문제들에 대해서는 뒤로 미루고, 먼저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작지만 많은 과제들의 성취와 갈등의 해소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이도록 하자.

 

--------------------------------------

1) 교황청 2000년 대희년 중앙 위원회 사목 위원회, “2000년 대희년을 향하여 - 사목 지침(1996. 1.)”, 2000년 대희년 주교 특별 위원회, [새날 새삶] 대희년 맞이 5, 1998,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33면. 

2) [제삼천년기], 9-16항 참조. 

3) 교황청 2000년 대희년 중앙 위원회 사목 위원회, 앞의 책, 41면. 

4) 위와 같음. 

5) 위의 책, 47면 참조. 

6) 위의 책, 51면. 

7) 위의 책, 58면. 

8) 위의 책, 59-60면. 

9)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새날 새삶], 대희년 맞이 5,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8면, 1998.

 

[사목, 1999년 1월호, 김종수(주교회의 사무총장, 신부)]



1,016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