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3일 (일)
(녹) 연중 제12주일 도대체 이분이 누구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하는가?

강론자료

부활 5 주일 나해.....2006.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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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06-05-14 ㅣ No.729

 

부활 제 5 주일 (나해)

             사도 9,26-31     1요한 3,18-24     요한 15,1-8

     2006. 5. 14.  무악재

주제 : 내 삶을 드러내는 일

찬미 예수님!

어느 덧 오월의 중순을 지내고 있습니다.  시작만 하면 시간은 참 빨리 가는 듯 합니다.  휴일도 많고 축하할 것도 많은 오월로 시작한 것이 며칠 안 된듯 한데, 벌써 한 복판을 지나고 있습니다.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흐른다고 말한다면 행복한 것일까요?  아니며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부족한 시간 때문에 다 못한다고 생각해서 안타깝다고 해야 할까요?  물론 좋은 쪽으로 생각해야 삶에서 맺는 결실도 좋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부활 5 주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을 포도나무로, 우리를 그 나무의 가지로, 그리고 성부 하느님을 농부로 비유하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삶을 비유하시면서, 나뭇가지는 나무를 떠나서는 살지 못한다는 말씀도 하셨고, 가지가 나무에 붙어있다고는 해도 좋은 열매를 맺지 못하면 그 가지는 나무에서 잘라져나갈 것이라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농사에 대해서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예수님의 이 말씀은 지극히 정상적인 상식을 담고 있습니다.  나무에 대해서 전권을 갖고 있는 농부 앞에서 잘못된 결실을 맺는다면 누구라도 이렇게 할 것이고, 그렇게 되는 것이 세상사에서는 당연한 일이라고 할 것입니다.


저는 어릴 때에 포도나무를 다루는 일을 가까이에서 본 일이 있습니다.  봄이 되면 포도원 주인은 그 해에 더 많은 수확을 얻기위해서 여러 가지 일들을 했는데 그 주인이 했던 일도 오늘 복음에 나오난 내용과 다르지 않습니다.


나무에 붙어있는 가지가 나무줄기에서 독립하여 따로 살겠다고 말하지는 못합니다.  나뭇가지에게는 사람처럼 말할 수 있는 입이 없기도 하지만, 그렇게 말했다가는 그것이 바로 자기에게는 죽음이라는 것을 아는 탓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 당신을 포도나무로, 우리를 가지로 비유하시면서 그 말씀을 하신 것은 우리가 나뭇가지로서 나무줄기가 원하는 삶을 살지 않고 ‘사람은 자유로운 존재, 누구에게도 속해있지 않은 존재라는 이상한 자존심을 앞세워 잘못된 길로 나가는 태도를 바로잡아 주시고 싶어서’, 신앙인으로 가지에 해당하는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어떤 결실을 맺어야 하겠는지 말씀하고 싶어서 그러신 것입니다.


포도나무에 새 가지가 나오려면 반드시 농부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지난 해에 나서 한 해를 넘긴 가지 주변은 모두 묵은 껍질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포도나무의 특성입니다.  그런데 다음해가 되었는데, 거기에서 보다 나은 결실을 얻고자 한다면, 주인은 그 껍질을 벗겨주어야만 새로운 가지가 제대로 나올 수 있고, 그렇게 해주어먄  열매는 제대로 열리는 법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복음을 통해서 들은 것처럼, 예수님의 이 말씀에 담긴 의미를 우리가 제대로 알아듣는다면, 삶에서 보이는 합당한 모습만이 좋은 결실을 맺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내가 처한 현실이 지금 어떤 것인지 올바로 돌아보고 제대로 된 결실을 맺는데는 두 말 없이 꼭 필요한 일입니다.


포도나무와 가지의 관계에 대한 이 말씀을 좀 더 잘 알아들으려면, 사도행전 독서에 나온 말씀을 잘 새겨야 합니다.  오늘 사도행전이 전하는 내용은 사람이 몸으로 드러내는 행동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전하는 내용입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속담처럼, 초대교회의 사람들 가운데, 사울이 어떤 사람으로 살아왔는지 모를 사람은 없었습니다.  사람의 모든 생활은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겉으로 잘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이 사울은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감옥에 잡아넣을 수 있는 막대한 권력을 받아 다마스쿠스로 떠났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울이 갑작스레 예루살렘에 다시 등장해서 예수님은 그리스도이시라는 놀라운 신앙을 증언하고 전하고 있었으니, 이는 상전벽해(桑田碧海)보다도 놀라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논과 밭이 바다로 바뀌는 일은 사람이 바뀌는 것보다는 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일들에 대하여 우리는 선악의 판단을 충분히 합니다.  한때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걱정거리로 살아왔던 사람이 갑자기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바뀐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만, 우리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그렇게 나서줄 사람이 내 주변에 있다면 우리들 각자는 결코 실패하지 않는 행복한 삶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의 변화는 거창한 일에서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입을 다물지 못할 만큼 놀라운 일로 끝을 맺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당장에는 작고 잘 드러나지 않는 일들일 수 있어도 그 일들을 내가 지금 이 순간에는 어떤 태도로 실천하고 있느냐에 따라 우리 삶의 모양은 달라질 것입니다,  우리가 삶으로써 그 모양을 우리가 잘 드러낼 수 있도록 농부이신 하느님 아버지의 도움을 청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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