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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상처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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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5 ㅣ No.438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337) 상처가 뭐길래

 

 

문 : 저는 성장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많이 입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나이를 먹으면서 그런 기억들을 잊으려고 많은 노력을 하였는데 마음은 여전히 어딘가 아프고 공허하고 짜증스럽습니다. 주위에서는 저에게 시간이 가면 다 해결된다거나 혹은 술 먹고 다 잊으라고 합니다만 그렇게 해도 잘 해결이 안 되네요. 이제는 말을 하면 사내자식이 그런 걸 가지고 운다고 핀잔까지 줍니다. 과거의 일을 다 잊고 사내답게 살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답 : 우선 주위에서 형제님을 비웃은 사람들도 형제님만큼이나 힘겹게 사는 사람들이란 것을 아시길 바랍니다. 단지 힘들어하는 형제님 앞에서 잘난 체, 사내다운 체하는 허풍쟁이들에 지나지 않습니다. 과거의 상처 입은 기억들은 그렇게 쉽게 치유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런 기억들을 안 좋게 보는 것은 그리 건강한 삶이 아닙니다. 

 

영성 심리에서는 상처에 대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그 어떤 사람도 과거의 상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니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부정할 필요가 없다. 다만 그것으로부터 자신의 문제가 어떤 것인지 아는 것으로 나아가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속 상처 입은 아이를 더 이상 모른 체하면 안 된다. 마음껏 울 수 있게 해주고 말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상처가 아물게 해야 한다. 과거의 상처가 아물면서 과거를 떠나 보낼 수 있게 된다.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비슷한 경험을 반복하게 되더라도 스스로 자기 위로를 할 수 있다. 만약 상처를 돌보아주지 않으면 마음 안으로 숨어들고 상처 입은 그 시간에 멈춘 채로 발달조차 멈추어버린다.’ 

 

상처만 받고 자란 사람들은 항상 위축되고 열등감과 피해 의식에 사로잡혀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마음 안에서 올라오는 분노와 증오심을 해소하지 못해서 엉뚱한 곳에서 화풀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내가 왜 이러는지 원인을 찾기 위해 과거로 여행길을 떠나야 합니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는 “사람의 내면을 들추어내는 정신치료는 사랑, 용기, 창조력, 호기심을 증진시키고 두려움과 적개심을 감소시키지만, 만약 우리 자신의 일부를 부인하거나 억압하게 되면 비싼 대가를 치른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형태가 없는 구속감, 지나친 경계심, 낯선 충동들로 인한 갈등을 겪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과거의 철저한 탐색을 통하여 현재를 이해하고 좀 더 나은 미래를 지향한다고 하였습니다. 

 

자신의 과거를 탐색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으로 인하여 마음의 상처가 큰 사람들일수록 더 어렵습니다. 과거를 탐색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용기와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주님께서 자기 십자가를 지고 당신을 따르라고 하신 말씀은 바로 이런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십자가가 삶의 고통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과거의 상처를 의미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물론 과거의 상처를 치유한다고 해서 완전히 새사람으로 태어난다는 것은 아닙니다. 상처 치유는 구멍 난 배를 수선하는 작업과 비슷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배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강에 띄우고 사람들이 탈 만한 배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기도나 명상을 통하여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부활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망상가이거나 사기꾼들이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사람의 마음이건 몸이건 우리가 사용하는 어떤 것이건 간에 사용하던 것을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만드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그저 고쳐 쓰고 다듬어 쓸 뿐이지요. 그런데 마음의 상처가 깊어서 도저히 들여다볼 엄두가 안 나는 분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성모님께 의탁해야 합니다. 상처 많은 영혼을 성모님께서 보듬어주실 것입니다.

 

※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평화신문, 2016년 4월 3일,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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