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레지오ㅣ성모신심

새 복음화의 기수인 레지오 마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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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0 ㅣ No.260

새 복음화의 기수인 레지오 마리애



새로운 전례주년을 시작하며, 언제나 복음화의 첨병으로 충실한 신앙의 삶을 살고 계신 전국의 모든 레지오 단원 여러분께 지면을 통해 인사드립니다. 더불어 인간의 구세주로 이 세상에 강생하실 아기 예수님의 이름으로, 여러분과 여러분의 사도직에 축복과 사랑이 가득하기를 기도드립니다. 2011년은 레지오 마리애가 생겨난 지 9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지난 일 년 동안 여러분이 헌신한 모든 일들이 알찬 결실을 맺고, 내년에는 더욱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구세주 강생 삼천년기를 시작한 지도 벌써 십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십년은 세상을 향해 복음을 선포해야 할 사명을 받은 교회에도 많은 도전과 변화가 있었습니다. 급변하는 세상의 환경은 복음을 선포하는 일에도 더 많은 적응과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 교황님께서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시어, 작년에 새로운 기구(새복음화촉진평의회)를 교황청 내에 신설하시면서 다음과 같이 천명하셨습니다. “우리 시대는 특히 신앙 포기라는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종교에 대한 무관심, 공공연한 무신론처럼 하느님을 완전히 무시하는 삶은 인생의 중대한 문제들에서도 전혀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때때로 그리스도교 신앙 자체도 관습과 의식 속에만 남아 있을 뿐, 출생과 고통과 죽음 등과 같이 인간 실존의 극히 중대한 순간에는 점점 멀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교회 전체가 성령의 힘으로 다시 태어나, 현대 세계에서 선교 열정을 가지고 새 복음화를 촉진할 수 있도록 적절한 대응책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교황 베네딕토 16세, 언제나 어디서나). 그리고 내년에 개최되는 세계 주교대의원회의도 바로 이런 주제로 열리게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우리 시대의 징표는 ‘새 복음화’라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새 복음화란 이미 세례를 통해 주님의 자녀가 되었으나, 실제로는 복음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거나 현재 복음을 살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복음 안에서 거듭나고 복음으로 쇄신되는 것을 뜻합니다. 물론 이 말은 국민 대다수가 신자임에도 많은 이들이 교회를 이탈하고 있거나, 혹은 개인이나 사회에 복음적이지 못한 분위기가 팽배한 유럽 사회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러나 비록 유럽 사회와는 많은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는 우리 사회와 교회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말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교회 역시 똑같은 문제와 난관에 봉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는 지난 세대를 통해 놀라운 성장과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그러나 그 성장과 풍요 속에 한편으로는 여전히 많은 문제와 그늘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문제의 근간은 ‘인간에 대한 사랑의 부재’에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아무리 잘 살고 풍족하다고 해도 누군가가 굶주리거나 소외된다면 인간은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불평등과 부조화로 야기되는 고통은 특정인만이 아니라 우리 전체가 끌어안아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우리 시대의 요청이며 동시에 복음이 주는 사명이기도 합니다. 우리 시대는 신앙마저도 개인화되어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신앙인이면서도 세상과 이웃의 고통에는 무관심하고, 오직 나만의 안위와 행복을 추구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사랑의 계명은 언제나 우리에게 세상을 향한 사랑의 실천을 촉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레지오 마리애가 지난 반세기 이상을 복음화의 최일선에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그 사명을 다해 왔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모든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과 그들의 영적 지도자로 함께 해 주신 사목자들에게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지구 반대편 먼 나라에서 시작된 레지오 마리애가 우리나라에 뿌리 내리고 놀라운 복음적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여러분의 열정과 노력에 대한 주님의 응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강조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저는 우리 레지오 마리애가 시대의 징표인 새 복음화의 기수가 되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세례를 받고도 진정한 신앙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냉담교우 문제는 어느 교구나 본당을 막론하고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일이 된지 오랩니다. 그동안 수많은 노력과 운동이 있었음에도 냉담교우들은 점점 늘고 있고, 많은 이들이 신앙생활을 등한시하고 있습니다. 교우 가정의 자녀들 문제 역시 심각합니다. 어릴 적 세례를 받았지만 성장과정에서 신앙 교육을 받지 못하여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이 모두가 우리 교회 안에 새로운 복음화가 시급한 이유입니다. 저는 교회의 사활이 걸린 이 문제에 레지오 마리애가 적극적으로 나서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세기에 여러분의 노력과 기도가 많은 이들을 신앙으로 인도하여 오늘날의 성장을 견인했듯이, 이제 새롭고 깨인 정신으로 다시 한 번 새 복음화의 전선으로 나아가는 성모님의 군대가 되기를 바랍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레지오 마리애 자신이 초심으로 돌아가 본래의 정신과 사명을 새롭게 인식하는 기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역시 새 복음화의 대상이며, 끊임없이 복음으로 쇄신되고 변화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놀랄 만큼 양적으로 성장하여 우리 교회 복음화의 중심에 우뚝 선 레지오 마리애는 단지 그 크기에 자만하지 말고, 내적인 성숙과 영적 성장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레지오 마리애가 본당 안에서 교우들의 친목을 다지는 자기들만의 모임이 되어서는 안 되며, 진정 교회와 세상의 복음화를 위해 투신하는 성모님의 군사들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누구든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성공의 초석입니다. 우리 한국 레지오 마리애도 그런 초심을 잃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복음화의 기수이며 역군이 되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지난 한 해 동안 교회와 복음화를 위해 헌신한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새해에도 더욱 분발하시어 언제 어디서나 복음을 전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사도들이 되십시오. 그리고 우리의 사령관이신 성모님을 본받아, 순명과 겸손의 자세로 복음을 살고 전하는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1년 12월호, 김운회 루카 주교(춘천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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