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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레지오 마리애와 다른 단체와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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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0 ㅣ No.259

[레지오의 영성] 레지오 마리애와 다른 단체와의 갈등



지난 9월 26일부터 29일까지 라자로 마을에서 전국 소공동체 대회가 있었다. 매년 열리는 대회지만 올해는 내년 소공동체 도입 20주년을 준비하기 위한 대회였다. 소공동체 도입 20년을 맞이하여 몇몇 교구의 주교들이 교구의 사목방침으로 소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전교구적으로 노력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이 대회에서 레지오 마리애와 관련된 문제는 소공동체와 다른 단체와의 갈등이었다. 왜 레지오 마리애와 소공체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는가?

본당에서 매주 회합을 갖는 단체는 레지오 마리애뿐이었다. 그런데 본당 신부가 새로운 사목을 전개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매주 회합을 갖는 단체가 늘어나게 되면서 매주 회합을 하고 있는 레지오와 갈등이 빚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역반 모임을 매달 한다든지 격주로 한다든지 하다가 매주 하게 되는 경우다. 물론 지금의 구역반 모임과 매주 하는 반모임은 다른 점이 있다. 지금의 반모임은 이해하지만, 매주 하는 반모임을 소공동체라고 부른다.


사제의 부족을 메우는 기초 공동체

먼저 소공동체의 개념을 살펴보자. 1960년대 남미에서는 사제가 부족하여 여러 마을을 다닐 수가 없는 입장이었다. 옛날 우리 시골의 공소를 연상하면 될 것이다. 사제가 부족하니 평신도를 양성하여 우리의 공소 형태로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옛날 우리 시골의 공소형태를 남아메리카에서는 기초공동체라고 불렀다. 여기에서 양성된 평신도들이 성경을 나누면서 그 공동체를 이끌어 갔다. 이런 형태가 아프리카로 넘어가서 지금 우리가 구역반모임에서 하고 있는 7단계 성서 나눔이 만들어진 것이다. 아프리카의 문맹자들을 위해 글을 아는 분이 성경을 여러 번 읽고 거기에서 마음에 와 닿는 단어를 세 번 외치게 하고 그 단어를 가지고 나눔을 하였던 것이다.

1990년대에 아시아 주교회의에서 이 형태의 성경 나눔을 도입하기로 결의하였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김수환 추기경이 관심을 갖고 소공동체 운동을 서울대교구에서부터 벌이기 시작하였다. 서울대교구에서는 본당이 비대해져 본당신부가 신자들을 파악하기 어려워지니 본당을 구역반으로 나누어서 구역반장들이 자기의 관할 구역반에서 신자들을 돌보게 된 것이다.


구역반 모임

그러면 일반적인 구역반 모임과 소공체의 모임이 어떻게 다른가? 일반적인 구역반 모임은 본당신부를 중심으로 해서 구역반장 모임 때 본당신부의 지시사항을 구역반원들에게 전달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판공성사 때 판공성사표를 나누어주고 본당의 행사에서 자기의 구역 반에서 할 일들을 맡아서 구역반원들과 수행하는 역할이다. 본당신부의 사목방침에 구역반원들은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소공동체

하지만 소공동체란 구역반장이 그 구역을 책임지게 된다. 주교가 본당신부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해서 역할을 수행한다면, 본당신부는 구역반장에게 본당신부의 역할을 위임하는 것이다. 물론 주교가 본당신부에게 위임하는 것과 본당신부가 구역반장에게 위임하는 것은 다르다. 하지만 그 구역에서 본당신부처럼 그 구역신자들을 맡아달라는 것이다. 먼저 구역 반원들의 명단을 파악하고 식구들의 이름을 외우고 각 식구들의 신앙 상태도 파악하며, 구역 반원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해 달라는 것이다.

매주 구역반원들의 집을 돌아가면서 성경말씀을 나누고 구역 반원들의 신앙상태도 점검하고, 그 지역을 복음화할 수 있도록 구역반원들과 함께 노력하는 것이다. 어느 구역에서는 초상이 나면 구역반원들 전체가 상주 역할을 하면서 삼우제가 끝날 때까지 함께 한다고 한다.

이런 소공동체를 구성하기 위해선 주교와 신부의 합의와 신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몇몇 교구에서는 이미 그런 합의가 이루어진 것 같다. 소공동체를 전교구적으로 확산하기 위해 신자들의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경우 레지오 마리애와 갈등이 염려된다. 이유는 매주 하는 레지오 마리애와 앞으로 매주 회합을 해야 하는 소공동체의 갈등이다. 어느 본당에서는 소공동체를 위해 레지오 마리애를 아예 없애버린 본당도 있다. 물론 신자들이 기존 레지오 마리애도 하고 소공동체도 하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시간을 낼 수 없는 경우에 갈등이 일어나기 쉽다.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에게 당부한다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은 교구장의 사목방침을 따르기를 바란다. 교구장은 교회의 미래를 바라보고 한국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노심초사한다. 그 방침을 따라 본당신부들도 노력할 것이다. 우리가 아직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부분들도 있어서 본당신부의 사목방침을 선뜻 따르기가 어려울 수 있다. 따르고 싶어도 시간을 쪼개기가 어려운 단원들도 많을 것이다. 본인이 따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불평은 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이다.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의 가장 큰 약점은 성경을 접할 기회가 없는 것이다. 묵주의 기도처럼 기도는 열심히 하는데 성경을 한 번 통독할 기회도 갖지 못한 단원들이 부지기수다. 우리는 하느님 말씀에 관심을 갖고, 성경을 통독한다든지 쓰기를 한다든지 성경 나눔을 한다든지 어떤 형태로든지 성경을 접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러면서 내가 사는 지역의 형제자매들과 함께 하려는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도 본당에서 여러 활동으로 분주하게 신앙생활을 하는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또 다른 역할을 맡아야 하는 어려움이 생기게 되는 경우가 있을 것 같아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 달라는 당부를 하고 싶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1년 11월호, 나궁열 요셉 신부(전주 R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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