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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ㅣ 봉헌생활

영성의 향기를 따라서: 그리스도의 성혈흠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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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7-02-24 ㅣ No.62

[영성의 향기를 따라서] 그리스도의 성혈흠숭회 (상)


성혈은 신성한 사랑의 표적, 현대인들 구원 위해 적극 투신

 

 

그리스도의 성혈흠숭수녀회 국제 모임에 참가한 세계 각국 수녀들.

 

 

창립과 영성

 

『예수 그리스도의 성혈이라는 영예로운 칭호아래 생활하고 일하는 우리 겸손한 수도회는 그 진정한 사랑의 산 모상이 되도록 우리 자신을 형성해 나가야 합니다. 이 신성한 사랑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의 성혈은 흘려졌고 과거에도 또 현재에도 성혈은 이 신성한 사랑의 표적이요 표현이며 지도요 보증이십니다』(1857년 회헌 서문).

 

그리스도의 성혈흠숭수녀회는 1805년 이탈리아 소도시 시장 딸로 태어난 마리아 데 마티아스가 「그리스도 성혈이 인류에 대한 하느님의 더 없는 사랑이며 사도직을 통해 그 사랑을 전하는 것이 곧 예수님 성혈에 대한 흠숭」이라는 믿음으로 1834년 3월 4일 아쿠토에 학교를 열게 됨으로써 태동을 보였다.

 

그는 나폴레옹 혁명이후 사회 전반적으로 가난과 어수선함이 혼재해 있던 상황에서 소녀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었고 건전 사회의 저변에는 건전한 가정이 있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기혼 여성 교육에 힘썼다.

 

이 과정에서 마리아 데 마티아스는 자신의 뜻을 따르는 수많은 여성들 모습을 보면서 학교 설립 때 지녔던 소망대로 그리스도 성혈이 뜻하는 사랑의 사도직 이행을 결심, 수녀원을 설립하게 된다. 

 

그리스도의 성혈흠숭수녀회가 지니고 있는 영성은 구체적으로 「구원」「계약」「사랑」의 영성과 「성찬례를 통해 계속되고 있는」 영성이라 말할 수 있다. 

 

구원의 영성은 그리스도가 성혈을 흘리심으로써 인류를 죄의 상태서 구해내셨고 영원한 생명인 구원으로 이끄셨지만 현대인들은 폭력 투쟁 억압 불의 혼란등 비구원 상태에 현존하고 있으므로 이 상태를 구원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는 영성이다. 

 

둘째, 계약의 영성. 이는 십자가 위 그리스도의 성혈로 맺은 새 계약이 인류를 하나의 공동체로 엮었듯이 그리스도 성혈의 영성을 산다는 것은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대 사회 안에서 가정 이웃 도시 국가들이 새 계약 표징인 공동체를 이루어 성혈 안에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 사랑의 영성은 성혈을 모두 쏟는 사랑으로 인류에게 지극한 사랑을 보였던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이다. 이 무한한 사랑은 절망과 허무 불안 슬픔 속에 있는 현대인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고 삶을 계속 경축하게 하는 영성이다.

 

마지막 성찬례를 통해 지금 우리에게 계속되는 영성, 이것은 매 미사때 마다 성찬례에 참여하는 것이 그리스도를 통해 보여주신 하느님 자비에 감사드리는 것이며 그리스도 파스카 신비에 함께 참여하는 것과 같다는 것. 그런 면에서 그리스도 성혈의 영성은 우리 자신들이 견뎌내야 하는 고통과 죽음을 통해 부활에 이르는 영성으로 풀이된다.

 

그리스도의 성혈흠숭수녀회는 한편 자신들의 수도 삶의 핵심적 가치관을 두 가지 형태로 설명한다.

 

첫째는 하느님 섭리와 성혈 능력을 신뢰하면서 파스카 신비를 살고자 노력하며 하느님 뜻을 찾는 흠숭의 삶인 기도생활에 투신하는 것. 둘째는 공동체 안에서 개인의 존엄성과 공동체 삶을 나누는 가운데 가난하고 억압받고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삶에 우선적으로 투신하는 것이다. [가톨릭신문, 2003년 4월 20일, 이주연 기자]

 

 

[영성의 향기를 따라서] 그리스도의 성혈흠숭회 (하)


수도복 없는 수도회, 소외된 이에 하느님 사랑 실천

 

 

그리스도의 성혈흠숭회 회원들은 노동사목이나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욕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도직 활동

 

1855년 교황청 인준을 받은 그리스도의 성혈흠숭수녀회는 현재 21개국에서 활동중인데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필리핀, 인도에 진출해 있다. 

 

한국교회와의 인연은 1965년 미국 위치타관구에서 한국인 지원자를 모집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인보성체수녀회 창설자 윤을수 신부는 미국 여행중 그리스도의 성혈흠숭수녀회 위치타 관구를 방문했는데 이때 관구장이 윤신부에게 한국 진출 계획을 밝히면서 무작정 한국에 입국하기 보다 지원자들을 미국에서 교육시킨 후 한국으로 진출하고 싶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이에따라 윤신부는 귀국후 본지 를 통해 성소자를 모집했다. 그런면에서 그리스도의 성혈흠숭수녀회는 가톨릭신문과도 뗄 수 없는 연을 갖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때 선발된 10명 성소자들은 인보성체수녀회에서 6개월간 영어회화 생활지도 등을 교육받고 미국으로 출발했고 1970년 수원교구에서 또 한차례의 성소자가 모집됐다. 이후 미국서 수련받은 첫 한국인 수녀 두 명이 미국인 수녀와 함께 수녀회 창립을 위해 한국 땅을 밟은 것은 1977년이었다. 마산교구에 첫발을 들여놓은 이들은 마산시 창포동에 자리를 잡고 사도직 활동을 펴나갔다. 

 

마산교구에 진출한 배경에는 수녀회를 초청한 교구들 중 수도회 본원이 없는 교구라는 점, 또한 자유수출 공단이 생기면서 마산 지역에 근로 여성들이 급격히 증가하는 사회적 상황 등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 사도직의 목표는 복음 전파와 사랑을 나눠주는 활동을 통해 다른 사람들, 특히 가난한 사람들과 구원의 열매를 나누는 것입니다』는 회헌(제6장)처럼 「바로 이런 여성들이 있는 지역이야말로 수녀회가 가장 먼저 투신되어야 할 곳」이라는 의지가 컸다고 볼 수 있다.

 

진출 초기 마산가톨릭복지회관을 맡아 운영했던 수녀회는 「필요한 곳에서 필요한 일을」이라는 모토 아래 주민들에게 공동체 의식을 일깨우는 한편 지역사회에 필요한 봉사를 통해 정신적 경제적 혜택을 나눌 수 있는 사도직을 펴나갔다.

 

수녀회가 현재 진행중인 사도직은 크게 「교육」 (장애아동의 조기교육, 도시빈민 아동을 위한 공부방, 유치원, 대학강의, 부모교육) 「가정사목」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한 지도와 상담,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 지도, 소외 받고 있는 노인들을 위한 시설) 「노동사목」 등으로 나뉜다.

 

특히 마산서 운영중인 성모유치원 경우 기존 일반 유치원들과 달리 장애아동들이 일반 아동과 함께 교육을 받는 통합 교육을 실시, 장애에 대한 일반인들의 편견을 바로잡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한국 지부의 설립 목적은 「복음선교의 사명과 회원 양성」. 이를 위해 수녀회는 먼저 하느님 섭리와 성령의 능력을 신뢰하면서 파스카 신비를 살고자 노력한다. 또 하느님 뜻을 찾는 흠숭의 삶인 기도생활에 투신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공동체 안에서 개인의 존엄성과 공동체 삶을 존중하는 가운데 가난하고 억압받고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우선적 삶을 선택하는데 핵심적인 가치관을 두고 있다.

 

삶의 양식은 그리스도의 가치관에 입각, 교회 및 사회와 공동체의 새로운 비전을 말하는 예언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과 복음과 수도회 문헌과 체험이 주는 도전에 응답하며 끊임없는 회개의 삶을 살아가는 것, 또한 한국 문화와 풍습을 바로 인식하여 복음의 토착화를 위해 연구 노력하는 생활을 하는 것 등으로 요약된다. 

 

지난해 한국진출 25주년을 맞았던 그리스도의 성혈흠숭수녀회는 현재 종신서원자 13명 유기서원자 1명 지원자 1명으로 이뤄져 있으며 하느님 사랑이 요구되는 곳이면 어디든 뛰어들겠다는 의미에서 수도복을 착용하지 않는다. [가톨릭신문, 2003년 4월 27일,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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