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2일 (토)
(녹) 연중 제11주간 토요일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강론자료

연중 23 주일 나해.....2006.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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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06-09-09 ㅣ No.814

 

연중 23 주일 (나해)

              이사야 35,4-7ㄱ    야고보 2,1-5    마르코 7,31-37

      2006. 9. 10. 무악재.

주제 : 의인이 하는 기도

찬미 예수님.

세상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려고 하고, 우리의 노력이 들어간 그 결과를 기쁘게 이용하는 것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하는 일입니다.  그렇게 우리 삶에 만드는 결과들을 굳이 구별하자면, 두 가지로 나누어서 말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자신의 영광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자세로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세상을 합당하게 대하는 사람으로 나서고 싶다면, 나 자신에게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장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시간의 첫머리부터 이렇게 복잡한 이야기를 하는 오늘은 연중 23주일 미사입니다.  연중 23주일이라고 하는 전례시기가 꼭 이렇게 복잡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 그런 말씀을 드릴 수는 있습니다.


예수님은 갈릴리 지역과 이방인 지역을 거쳐 복음을 선포하신 다음, 고향동네로 돌아오신 자리에서, 귀 먹고 말 더듬는 사람을 만나서 치유하는 기적을 베푸십니다.  조금 전에 들은 복음 말씀을 잘 생각해본다면, 실제로 예수님께 기적을 부탁한 사람은 ‘귀를 먹고 말을 더듬던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에게 기적이 일어나기를 요청했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었습니다.


기적이 베풀어질 것을 부탁받은 예수님은 이상하게도 ‘귀 먹고 말 더듬던 그 사람’을 무리에서 분리하여 따로 데리고 나가십니다.  오늘 묵상할 말씀의 위치는 바로 이 순간으로 정했습니다.  예수님은 왜 그를 무리들 가운데서 따로 데리고 나가셨을까하고 말입니다.  그 상황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은 없으므로, 생각과 더불어 묵상할 일입니다.


예수님은 도움이 필요했던 사람에게 기적을 베풀어주시면서, 그 사람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말 것을 요구하십니다.  아마도 그렇게 말씀하신 예수님도 지켜질 수 없는 요구였다는 것을 아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하셨을까요?


세상 모든 일에는 자기 자리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지금 들어와 있는 이곳 성당을 생각해도 모든 사물들이 자기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그렇게 제 자리가 올바로 잡혀 있을 때에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평안함을 느끼고 안도의 숨은 내 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리가 잡혀있지 않다면 우리의 판단은 달라질 것입니다.


말 몇 마디로 세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하느님의 뜻대로 바꾸는 것이 불가능할 때, 우리가 할 일은 내가 가진 자세를 합당하게 보존하는 일입니다.  기껏 기적을 베푸신 예수님은 기적을 요청했던 사람들의 자세를 아마도 탐탁하게 여기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귀 먹은 사람이면, 말을 더듬던 그 사람’의 병이 나은 다음에, 그들이 보여주는 삶의 태도에 물들지 말 것을 부탁하신 것으로 알아들어야 할 일입니다.


복음에 나오는 내용을 우리가 합당하게 알아듣는다면, 다른 사람을 위해서 뭔가가 이루어지기를 하느님께 청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올바로 살아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그저 말만 앞세우고 내가 누구를 위해서 기도했다고 우긴다면 그 결실을 우리가 현실에서 체험하기란 불가능하거나 어렵다고 알아들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가리켜 야고보사도는 ‘의인의 기도는 큰 힘을 나타낸다(5,16)’고 하셨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오늘 독서 말씀보다는 조금 더 뒤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내가 다른 사람을 나와 같은 중요성을 갖지 않은 사람으로 대한다면, 내가 하는 일이 하느님 앞에 의로운 일이 되기를 바라는 것도 포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우리가 쉽사리 생각할 자세와는 달리,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으로 알아들어야 합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우리에게 희망의 말씀을 전합니다.  세상살이가 힘겨운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기적이 베풀어질 때, 그 순간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찾아오시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우리기 어떻게 믿고 받아들이든지 세상의 시간은 흐릅니다.  그러나 세상에 드러나는 결실에 우리가 참여하기를 원한다면, 세상을 향하여 진실하게 행동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 결코 쉽고 만만하게 대할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지나친 두려움도 피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향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알아들으려고 하고, 그렇게 알아들은 하느님의 뜻을 우리가 실천하려고 한다면 말입니다.


잠시, 하느님의 뜻을 나는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돌이켜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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