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쇄신된 신앙으로 거듭나는 레지오 마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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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3 ㅣ No.306

[레지오 영성] 쇄신된 신앙으로 거듭나는 레지오 마리애



하느님과 교회에 대한 성모님의 사랑을 충실히 실천하고 계신 전국의 모든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에게 이 지면을 빌어 축복의 인사를 드립니다. 무더운 여름과 지루한 장마 속에서도 항상 건강하시고, 언제나 깊은 평화와 믿음의 열정을 간직하고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특히 레지오 마리애가 한국교회에 도입된 지 6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를 보내고 있는 지금, 지난 60년 동안 우리 레지오 마리애가 교회와 세상을 향해 보여준 놀라운 활동과 봉사에 대해 깊이 감사드리며, 영광스럽게 회갑년을 맞은 여러분 모두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드립니다. 이미 지난 5월 25일에 전국 차원에서의 경축 행사가 개최되었지만, 단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말고, 올 한해 전체를 통해 여러분 모두가 영적으로 거듭나고, 세상 구원을 위한 복음 선포의 협력자인 동시에 성모님의 군대인 레지오 마리애 본연의 자세를 재정립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도입 60년, 우리 교회의 가장 중요한 사도직 단체

김수환 추기경께서 생전에 강원도의 어느 시골을 지나가시다가 그 마을 본당에 들리게 되셨습니다. 갑작스럽고 우연한 추기경의 방문에 주임신부는 잠시 당황하기도 했지만, 귀한 손님을 사제관으로 모셔 차를 대접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추기경께서는 시골 본당의 어려운 사정을 귀 기울여 들으며 함께 걱정해 주셨고, 또 한편으로는 그런 주임신부에게 애정 어린 격려를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추기경께서 본당에 레지오 마리애 지단이 몇 개나 있는지 물으셨습니다. 그런데 그 본당에는 사실 레지오 마리애 지단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주임신부는 조금 민망해 하며 사실대로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추기경께서는 껄껄 웃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레지오 마리애 지단이 하나도 없다니, 이거 기네스북에 오를 본당이구만!” 추기경의 말씀에 충격을 받은 주임신부는 즉시 교우들을 모아 본당에 레지오 마리애 지단을 설립했고, 이후에도 여러 지단을 설립하여 본당을 더욱 활성화 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도입된 지 60년 만에 레지오 마리애는 우리 교회에서 명실상부 가장 중요한 사도직 단체가 되었습니다. 어느 본당이나 교구를 막론하고 레지오 마리애는 없어서는 절대 안 되는 조직으로서 선교와 봉사의 최일선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동시에 사목자들의 가장 충실한 협력자이며 신앙의 사도로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무엇보다도 지난 60년 동안 교회와 하느님을 위해 온전히 헌신해 오신 모든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이미 세상을 떠난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에게는 주님 안에서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합니다.


박해시대 신앙 선조의 성모 신심이 토양

지구 반대편에서 생겨난 레지오 마리애가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크게 성장하여 풍성한 결실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이는 박해시대 때부터 우리 신앙의 선조들이 간직하고 실천한 성모님께 대한 신심이, 우리 교회와 교우들의 내면에 깊이 뿌리 내린 결과일 것입니다. 해마다 7월이면 우리가 경축하는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을 비롯하여, 수많은 순교자들의 표양 속에서 우리는 우리 선조들이 지니셨던 성모님께 대한 전적인 의탁과 신뢰의 마음을 배우게 됩니다.

결국 순교 선열들께서 피로써 지킨 신앙이 우리에게 면면히 이어지는 가운데, 성모님의 군사로서의 사도직을 수행하는 레지오 마리애가 우리 교회에 뿌리내리고 꽃 피울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이 자연스럽게 준비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이는 우리를 사랑하시는 성모님의 전구하심과 그 기도를 기꺼이 들어주시는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같은 은총에 감사하며 우리 레지오 마리애 단원 모두가 진정한 성모님의 군사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분발하는 기회가 되도록 합시다.


레지오 마리애는 현재 심각한 도전에 직면

그러나 60주년을 지내는 우리 레지오 마리애의 현재와 미래에 어두운 전망과 근심도 상존하고 있음을 직시하고자 합니다. 레지오 마리애의 지단이나 단원 수가 더 이상 늘지 않고 정체되거나 줄고 있으며, 레지오 마리애의 활동 또한 과거에 비해 활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가장 순수하고 신앙적이어야 할 레지오 마리애가 단순한 친목단체처럼 변하거나, 극히 일부의 경우겠지만 심지어는 사조직화 되어간다는 걱정도 있습니다. 이는 우리 한국교회의 레지오 마리애가 현재 매우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 같은 현실은 지난 60년 동안의 눈부신 성장과 발전에 도취되어 우리 스스로 본질을 망각하고 너무 자만한 결과일 것입니다. 하느님의 일은 하느님의 손을 떠날 때 즉시 생명력을 잃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 한국 레지오 마리애는 다시 한 번 자신의 본 모습을 깊이 성찰하면서, 레지오 마리애의 정신과 복음적 부르심에 충실한 삶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한 근본적 고민을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또한 레지오 마리애가 처음 도입되던 60년 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사회적 복음적 환경을 직시하고, 변화된 환경에 걸 맞는 새로운 복음화를 주도해 나가야 합니다. 레지오 마리애의 정신과 본질은 변하지 않겠지만, 레지오 마리애의 운영과 활동은 시대에 맞추어 유연하게 변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모든 주체들이 신앙 쇄신 통해 새로운 복음화로 나가야

무엇보다도 저는 레지오 마리애 도입 60주년의 해에 우리가 ‘신앙의 해’를 살고 있음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현대 세계에서 신앙을 크게 위협하는 세속주의와 상대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근본적인 신앙의 쇄신을 위해 노력하는 신앙의 해는, 결국 우리 레지오 마리애가 나갈 바른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우리 단원 한 사람 한 사람, 그리고 각 Pr.부터 상급 기관까지, 모든 레지오 마리애의 주체들이 근본적인 신앙의 쇄신을 통한 새로운 복음화의 길로 앞서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레지오 마리애가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한국교회와 사회에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빛과 소금으로서의 선구적 역할을 해 나가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다시 한 번 한국 레지오 마리애 도입 6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여러분 모두의 복음적 활동과 사목적 협력에 감사드립니다. 우리 레지오 마리애가 항상 주님 포도밭의 충실한 일꾼들이 되시기를 기원하며, 여러분과 여러분의 공동체에 사령관이신 성모님의 전구하심을 통한 하느님 아버지의 은총이 충만하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3년 7월호, 김운회 루카(주교, 춘천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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