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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영혼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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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3 ㅣ No.301

[레지오 영성] “영혼의 밤”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은 본당에서 그 중 열심히 신앙생활 하시는 분들입니다. 그러나 자주 ‘항구함’이 부족하여 들쭉날쭉 하시는 분들을 봅니다. 조금만 더 꾸준히 노력한다면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 분인데 아쉽게도 그 언덕을 넘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최근 들어 단원들이 줄어든다는 걱정을 단장님들을 통해 적잖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글을 씁니다.

“나에게 의심을 품지 않는 이는 행복하다.”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예수님이 진정 오실 분인지를 묻는 요한의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섭섭함과 실망감이 짙게 묻어 있는 말씀입니다. 세례자 요한을 “광야에서 흔들리는 갈대”라고까지 표현했습니다. 물론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사람 중에 가장 큰 인물이라고 그를 추켜세우는 말씀도 있었습니다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둡습니다. 적잖은 실망감이 짙은 톤으로 그 만남 전체를 덮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영성생활’에 관한 교과서들을 보면 ‘영혼의 밤’ 이라는 용어가 나옵니다. 십자가의 성요한은 ‘어둔 밤’으로 표현 했습니다. 그의 글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우리 영혼이 고통을 통해 단련되지 않으면, 또는 여러 겹으로 된 고통의 숲 속을 거치지 않고서는, 여러 겹으로 된 하느님 보화의 울창함과 지혜에 결코 이르지 못합니다. 우리는 이를 잘 깨달아야 합니다. 또한 하느님의 지혜를 참으로 갈망하는 영혼은 거기에 다다르기 위해 십자가의 숲 속에서 받을 고통을 감수해야 합니다.”


신앙생활은 낮과 밤이 교대로 다가와

신앙생활이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교대로 나타나고 밤과 낮이 교대로 다가오는 생활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성인 성녀들이 처음부터 죽을 때까지 완벽하게 흔들리지 않는 믿음 속에서 살았던 것은 아닙니다. 어떤 때엔 흔들리고, 어떤 때엔 의심하고, 그런 과정을 계속 거치면서 꾸준히 전진, 또 전진하면서 완전한 믿음에 도달합니다. 영혼의 밤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그것은 예수님도 겪으신 밤입니다. 올리브 동산에서 체포되기 직전에 피땀 흘리며 기도하실 때가 예수님의 영혼의 밤이었습니다(예수님이 하느님을 의심했다는 뜻은 아니고, 예수님에게도 고통과 번민, 또는 고뇌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물리칠 수만 있다면 이 고뇌의 잔을 멀리해 달라는 예수님의 말씀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성모님도 예수님에 관한 일을 이해하지 못하신 때가 있었습니다. 잉태의 순간에도 그랬고, 성전 봉헌 때도 그랬으며, 공생활 내내 그랬습니다. 마지막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때는 정점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나 성모님은 침묵 가운데 모든 것을 수용하셨습니다.

요셉 성인도 고뇌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성모님의 임신으로 혼란에 빠진 요셉 성인을 우리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만삭이 되어가는 성모님을 바라보는 요셉 성인의 고뇌를 우리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습니다. 사도들도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앞에서 고통의 어둔 밤을 겪어야 했습니다. 성인 성녀들과 순교자들도 모두 그랬습니다.

그러나 밤이 지나면 아침이 찾아옵니다. 그 밤은 시련과 고뇌의 시간이지만 아침은 기쁨과 영광의 시간입니다. 누구에게나 영혼의 밤은 찾아옵니다. 믿음은 그대로인데 확신과 기쁨이 사라질 수도 있고, 시련과 고통 속에서 믿음이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믿고 싶지만 자꾸 힘이 빠지는 것을 느낄 수도 있고, 분명히 믿고 있는데, 왠지 공허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 시기가 바로 ‘영혼의 밤’입니다. 이 시기를 극복하지 못하여 믿음을 잃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이는 이 시기에 용맹하게 전진하여 더 굳센 믿음을 갖게 됩니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는 법입니다.


영혼의 밤이 왔다면 더 기도해야

성인전을 읽어보면 거의 모든 성인들이 그런 시기를 겪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그 시련의 시기에 더 많은 기도와 고행을 했습니다. 그 행위는 공덕이 되어 그 어려움을 극복하게 해 주었고 그 결과 영광의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우리도 영혼의 밤이 찾아왔다고 느낀다면 더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하기 싫어질 때가 더 많이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왠지 성당에 가기 싫어질 때, 그때가 바로 더 성당에 가야할 때입니다.

“내 마음이 너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 (마태 26,38) 이 말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바로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그렇게 힘들어 하셨던 예수님께서는 기도를 통해서 힘을 얻으셨습니다. “일어나 가자.” (마태 26,46)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 에서 “일어나 가자” 사이에 예수님께서 하신 일이라고는 기도 밖에 없습니다. “고뇌에 싸여 바쳤던 간절한 기도” (루카 22,44)가 있었습니다. 우리도 이 어둔 밤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기도해야 합니다. 간절히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가 끝날 즈음, 캄캄한 터널 끝에서 쏟아지는 빛을 보게 될 것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3년 5월호,
홍기선 히지노(신부, 춘천교구 사목국장, 춘천 R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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