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2일 (토)
(녹) 연중 제11주간 토요일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영성ㅣ기도ㅣ신앙

[기도]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묵주기도의 기도문 (3) 주님의 기도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6-07 ㅣ No.1201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묵주기도의 기도문 (3) 주님의 기도

 

 

매 단의 시작기도

 

묵주기도를 시작하며 십자고상을 잡은 채로 ‘사도신경’을 바칩니다. ‘사도신경’은 묵주기도 전체의 의미를 헤아리고 영적 여정을 시작하는 토대가 됩니다.

 

신경을 마치고 묵주의 첫 번째 구슬을 잡고 ‘주님의 기도’를 한 번 바칩니다. 이는 앞으로 매 단마다 반복되는 소리기도의 전체 요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 단은 신비 선포와 성경 봉독, 침묵기도의 묵상을 시작으로 ‘주님의 기도 한 번, 성모송 열 번, 영광송 한 번, 구원을 비는 기도(짧은 마침 기도) 한 번’으로 소리 기도를 구성합니다. 매 단의 소리 기도의 첫 번째 기도문은 ‘주님의 기도’인데, 매 단의 ‘시작기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님의 기도’라는 이름은 주님이신 예수님께서 직접 가르쳐 주신 기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장 완전하고 가장 뛰어난 기도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테르툴리아노는 ‘주님의 기도’를 일컬어 신약성경의 요약이라고 말씀하셨고,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우리는 주님께서 기도하신 바와 같이 기도하고 주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방법대로 기도하지 않는다면 주님의 제자가 될 수 없습니다.”하고 강조하였습니다.

 

‘주님의 기도’는 마태오 복음서 산성 설교 부분에(5-7장) 일곱 가지 청원으로 주님께서 직접 가르쳐 주신 기도입니다.(마태 6,9-13) 또한 루카 복음서를 통해서는 기도를 가르쳐 달라는 제자들의 요청에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여라.’(루카 11,2)하고 다섯 가지 청원으로 구성된 기도를 말씀해 주십니다.(11,2-4) 기도문으로 바치는 ‘주님의 기도’는 마태오 복음서의 기도입니다.

 

 

묵주기도 ‘주님의 기도’의 시작

 

3세기 아일랜드의 수도자들이 구약성경의 시편을 성무일과로 매일 바치자, 점차 인근의 신자들도 시간 전례를 같이 바치기 시작하지만 글을 읽거나 쓸 수 없는 이들은 긴 시편을 바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편 150편을 ‘주님의 기도’(Pater Noster)로 대신 바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기도함으로써 ‘주님의 기도’ 한 번이 ‘시편’ 한 편을 대신하게 됩니다. ‘주님의 기도’ 150번 혹은 50번 씩 세 개로 묶어 한 묶음을 반복하는 것을 “주님의 기도 시편” 또는 “비천한 이들의 성무일과 기도”라고 불렀습니다. 언어 습득에 어려움이 있는 일부 수도자들에게도 시편을 암송하는 것을 면제해주면서 ‘주님의 기도’를 바치도록 합니다. 이러한 기도 형식을 시토회(1098년 창립)의 회원들이 회개를 위한 보속이나 시편 기도를 바칠 수 없는 이들에게 ‘주님의 기도’를 반복하는 기도 형태로 바치도록 합니다.

 

‘주님의 기도’의 반복은 묵주기도의 시작에 있어서 뿌리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묵주기도 기원을 주님의 기도의 반복에서 찾는 이들도 있습니다.(‘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7년 2월호,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의 ‘묵주기도의 역사’를 참조하세요.)

 

 

은총의 원천

 

몽포르의 루도비코 마리아 성인께서는 묵주기도 매 단의 시작에 ‘주님의 기도’를 바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주님의 기도’는 그것을 가르쳐 주신 분에게서 그 무엇보다도 큰 가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주님의 기도’는 우리가 하느님께 이행해야 할 덕행과 영적으로, 육적으로 필요한 모든 간청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묵주기도는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러한 기도는 끊임없이 흘러넘치는 맑은 물과 같은 은총의 원천입니다.”

 

묵주기도의 매 단은 신비 선포와 함께 성경 봉독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침묵 가운데 그 신비에 집중한 다음, 마음을 하느님 아버지께 들어 높이기 위해서 ‘주님의 기도’를 바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신비 안에서 우리를 성부께로 이끌어 주시기 때문에 기도를 통하여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로마 8,15; 갈라 4,6)라 부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아버지 하느님의 내밀한 친교 안으로 우리를 인도하십니다.(교서 ‘동정 마리의 묵주기도’, 32항 참조)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아버지 하느님을 찾는 것은 외아드님께서 당신의 아버지를 부르며 기도하신 것과도 같습니다. 우리에게 기도를 가르쳐 주신 분은 누구보다도 기도를 들어주시는 아버지를 찾도록 하십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께 청함으로써 우리의 기도가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자께서 성부와 맺으시는 관계를 우리 또한 성부와 맺도록 하십니다.

 

 

‘주님의 기도’의 청원

 

‘주님의 기도’의 세 가지 청원은 아버지 하느님의 영광이 목적입니다. 하느님의 이름(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하느님의 나라(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하느님의 뜻(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을 청하는 것입니다. 뒤 이은 네 가지 청원은 우리의 소망을 ‘아빠, 아버지’ 하느님께 기도합니다. 우리의 양식(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과 우리의 죄(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가 사탄에게서 받는 유혹(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을 두고 비는 청원입니다. 기도의 후반부에는 일용할 양식이 필요한 우리의 ‘오늘’이 있고, 용서 받아야 할 죄 지은 ‘어제’가 있으며, 유혹에 빠지지 않고 악에서 구해달라는 ‘내일’의 시간이 담겨 있습니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은 우리의 온 생을 아버지 하느님께 맡겨야 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바오로 6세 교황님께서는 1974년 2월2일에 발표하신 교서 ‘마리아 공경’을 통하여 묵주기도에서 바치는 ‘주님의 기도’에 대해서 짧지만 분명한 말씀을 해주십니다. “매 단의 시작에 ‘주님의 기도’를 바치는 것은 그 무한한 가치로 인해 그리스도교 기도의 바탕이 되며 다른 모든 기도를 품위 있게 해줍니다.”(49항)

 

주님께서 직접 가르쳐 주신 기도를 매 단의 첫 자리에 놓음으로써 어떤 기도문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품위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매 단의 소리기도를 ‘주님의 기도’로 시작하여 ‘성모송’의 반복으로 연결되는 기도 형식은 그리스도와 성모님을 함께 묵상하는 묵주기도의 중요한 주제가 됩니다.

 

묵주기도의 신비 묵상 또한 그리스도의 일생을 성모님의 눈으로 바라보듯이, 예수님과 성모님의 관계처럼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은 함께 가는 기도가 됩니다. 

 

+ 매 단의 시작에 ‘주님의 기도’를 바치는 것은 그 무한한 가치로 인해 그리스도교 기도의 바탕이 되며 다른 모든 기도를 품위 있게 해줍니다.

 

+ 묵주기도는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러한 기도는 은총의 원천에서 끊임없이 흘러넘치는 맑은 물과 같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6월호, 박상운 토마스 신부(전주교구 여산성지성당 주임)]

 



1,711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