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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가르멜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77: 삼위일체의 성녀 엘리사벳의 영성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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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2-19 ㅣ No.868

[가르멜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 (77) 삼위일체의 성녀 엘리사벳의 영성 ⑩


신은 하느님 사랑 담는 소중한 그릇

 

 

하느님의 영광을 향한 예정 · 계획

 

성녀 엘리사벳이 자신의 소명으로 여긴, 하느님의 영광을 찬미하는 자가 되는 것은 바오로 사도의 서간에 나타난 다음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성찰된 주제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미 그리스도께 희망을 둔 우리가 당신의 영광을 찬미하는 사람이 되게 하셨습니다”(에페 1,12). 엘리사벳은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영원으로부터 하느님의 영광을 찬미하도록 예정되었다고 보았습니다. 

 

인간을 향한 이러한 하느님의 예정은 ‘하느님의 계획’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많은 신학자, 영성가들은 인간이 창조된 ‘최종 목적’을 하느님에 대한 ‘지복직관’ 또는 그분과의 인격적인 ‘사랑의 합일’로 불러왔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바로 이 최종 목적을 염두에 두고 이를 위해 인간을 이 땅에 존재케 하신 것입니다. 다시 말해, 바로 이 계획을 바탕으로 하느님께서 인간을 예정하시고 그 예정을 구체적으로 실현하시기 위해 이 땅에 우리를 존재케 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존재는 이 땅에 태어나기 이전부터 하느님의 심중(心中)에 이미 존재했으며 영원으로부터 그분에 의해 사랑받았습니다. 

 

인간을 향한 이러한 하느님의 계획은 그를 향한 하느님의 모든 행위와 구원 개입을 가능케 하는 근본 바탕이 됩니다. 다시 말해, 하느님께서 우리들의 삶의 역사 안에 개입하셔서 베푸시는 모든 은총, 그리고 섭리적인 그분의 이끄심은 바로 이 최종 목적을 이루기 위한 당신의 활동입니다. 하느님이 정말 하느님이시라면, 그분이 우리를 위하여 어떤 결정을 내렸고 그것을 이루겠노라 하신다면, 마지막까지 그것을 충만히 이루어주실 것입니다. 하느님은 그렇듯 우리에게 충실하신 분입니다(1테살 5,23).

 

 

하느님의 계획이 실현되는 과정

 

우리는 이러한 진리를 바오로가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8장 29-30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미리 알아 택하신 이들을 당신 아드님 모습과 한 모양이 되도록 예정하셨으니, 이것은 그 아드님이 많은 형제들 중에서 맏아들로 있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분은 당신이 예정하신 이들을 또한 부르셨고, 부르신 이들을 또한 의롭게 하셨으며, 의롭게 하신 이들을 또한 영광스럽게 하셨습니다”(200주년 신약성서). 여기서 바오로 사도가 말씀하시듯이, 하느님께서 우리를 예정하셨다고 하는 것은 이미 그분께서 우리를 영원으로부터 알고 계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를 알지 못하고 우리를 위한 계획을 세우실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영원으로부터 알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우리를 아신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사랑을 바탕으로 한 앎입니다. 우리를 향한 이런 하느님의 사랑이야말로 우리를 향한 그분의 앎, 예정, 계획의 뿌리가 됩니다. 하느님의 예정에 뒤이어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부르심이 오게 됩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향한 원대한 계획을 세우시고 최종 목적을 향해 우리를 예정하셨습니다. 그렇게 예정한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그 계획을 실현하시기 위해! 

 

그런데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그분께서는 미리 알아 택하신 이들을 당신 아드님 모습과 한 모양이 되도록 예정하셨습니다.” 다시 말해, 하느님은 우리를 최종 목적으로 예정하기 전에 먼저 우리 각자를 선택하셨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선택한 이들을 예정하고 예정한 이들을 부르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은 당신이 예정하신 이들을 또한 부르셨고, 부르신 이들을 또한 의롭게 하셨으며, 의롭게 하신 이들을 또한 영광스럽게 하셨습니다” 하고 고백합니다. 다시 말해, 하느님은 당신이 부르신 이들을 그리스도를 통해 의롭게 하셨으며 그렇게 의롭게 하신 이들을 그리스도를 닮게 하는 가운데 당신의 자녀로서 영광을 누리도록 안배하셨습니다.

 

 

하느님 영광의 가시적 모습인 인간

 

한 인간이 이 땅에 존재하는 것은 이 모든 것을 전제합니다. 그러므로 그는 존재 그 자체로 그를 향한 하느님의 원대한 계획을 이 역사 안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형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를 향한 이러한 하느님의 무한한 은총이 ‘나’라고 하는 고유한 한 인간 존재를 통해 표현된 은총의 가시적인 모습입니다. 우리 각 존재가 가진 고유한 모습, 그 누구도 아닌 나라고 하는 독특한 존재됨은 바로 이러한 하느님의 유일무이한 사랑을 담고 있는 그릇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나’라고 하는 소중한 모습을 통해 당신의 무한한 사랑을 드러내셨습니다. 또한 그분은 우리에게 자유 의지를 선사하심으로써 우리가 당신의 계획을 이루어가는 협력자이자 파트너로 불러주셨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는 존재 자체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그분 ‘영광의 찬미’입니다. 성녀 엘리사벳은 그렇게 이승의 여정에서 그리고 죽은 후에는 저 천상에서 그분의 영광을 영원히 찬미하고자 했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6년 12월 18일, 윤주현 신부(대구가르멜수도원장, 대전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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