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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교회를 가다2: 북부 베트남 교회의 본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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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3-31 ㅣ No.138

[베트남 교회를 가다] (2) 북부 베트남 교회의 본당들

 

공동체마다 분위기 다르지만 마음만은 하나

 

 

현재 베트남 교회는 북부지방에 9개 교구를 포함한 호치민대교구, 중부지방에 5개 교구를 포함한 휴대교구, 남부지방에 9개 교구를 포함한 하노이대교구 등 3개의 관구로 이뤄졌다. 교구의 숫자나 구성만 따지자면 각 지방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1954년에서 1975년까지 북부와 남부로 갈라져 벌인 전쟁은 비단 사회적인 문제뿐 아니라 가톨릭교회에도 심각한 불균형을 낳았다. 1954년 베트남의 가톨릭 신자 수는 북부가 110만 명, 남부가 48만 명이었다.

 

하지만 북부 베트남지역을 장악한 공산주의 세력을 피해 65만 명 이상의 가톨릭 신자들이 남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래서 남부지역 교회는 전쟁 기간 중에도 성장을 계속하게 됐으며 1975년 말 정부가 교회를 전체적으로 통제하기 전까지 가톨릭교회의 무게중심은 남부지역으로 쏠리게 되는 비정상적 발전을 초래하게 됐다.

 

- 덴풍본당 주변은 대부분 논밭으로 이뤄져 있다. 우리네 시골의 정겨운 풍경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이후 남부지역 교회들은 정부의 간섭 속에서도 교우촌을 형성하고 끈끈한 응집력으로 신앙생활을 유지하고 수많은 성전을 세운 반면 북부지역은 무자비한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본당을 지키던 일부 신자들과 전쟁 이후 고향으로 돌아온 신자들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교회의 재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별히 이번 기획은 베트남 북부지역에서 신앙을 어렵게 지켜온 타이빈교구의 덴풍본당과 교회 재건을 위해 활발하게 노력하고 있는 빈교구의 트엉록본당을 살펴봄으로써 베트남 북부 신자들의 실상과 신앙생활에 대해 알아본다.

 

 

타이빈교구 덴풍본당 - 3가구 신자만이 낡은 성전 · 믿음 지켜

 

앞과 뒤, 어디를 살펴봐도 커다란 건물 하나 없이 펼쳐진 논밭. 다만 3모작을 하는 쌀농사로 인해 추수와 모내기가 함께 이뤄지고 있다는 이색적인 모습을 제외하면 우리네 시골의 정겨운 풍경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비포장 시골길을 조금 더 달리니 유럽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덴풍성당이 보인다.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고즈넉한 모습과 커다란 성당의 규모는 수많은 신자들의 활발한 공동체를 떠올리게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타이빈교구 소속의 덴풍본당은 현재 3가구 17명의 신자들만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1954년 대부분이 신앙의 자유를 찾아 남쪽으로 피란을 떠나기 전까지는 신자들이 넘쳐나는 본당이었다. 전쟁의 상처는 본당을 ‘조용한 공동체’로 만들었고 그나마 남아있던 젊은이들은 산업화 · 공업화를 추구하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 도시로 떠나갔다.

 

- 덴풍성당 전경. 커다란 규모와는 달리 현재 3가구 17명의 신자가 공동체를 꾸리고 있다.

 

 

비록 덴풍본당의 신자 숫자는 적지만 남아서 신앙생활을 하는 신자들은 ‘뜨거운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다. 오래된 교우들이 서로를 진심으로 아껴주며 성당을 지켜오는 모습이 초대공동체를 닮았다.

 

이곳에서 만난 라민 전반빈(75)·마리아 무디연(77) 부부는 전쟁과 박해 속에서 끝까지 남아 성당을 지켰던 역사의 산 증인이다. 라민 전반빈 씨에게 전쟁 때 왜 남쪽으로 피란 가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성당은 우리가 사는 우리의 집”이라며 “그냥 떠나고 싶지 않았고 성당을 지켜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마리아 무디연 씨는 “성당은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생각했고 끝까지 여기에 살겠다고 다짐했었다”고 회고한다.

 

또 덴풍성당은 베트남의 117위 성인 중 베트남 방인 사제인 성 귀세 신부의 출생지이며 순교 후 유해가 묻힌 성지다. 본당을 관리하는 부제는 “성 귀세 신부님은 미사를 금지하던 박해시절 끝까지 주님의 제사를 봉헌하다가 참수형을 당했다”고 설명하며 “특히 이 지역의 신자들은 그러한 순교자들의 영향을 받아 충실하게 신앙을 지켜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자들의 뿌리 깊은 신앙심과는 달리 성당의 모습은 열악하기 그지 없었다. 1928년에 건축한 성전의 지붕은 양철 지붕으로 덮여 비가 올 때마다 미사를 이어갈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러운 소음을 만들고, 신자들은 덥거나 추운 날씨엔 견디기 힘든 상황 속에서 신앙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사실은 신자들이 많이 없어서 신부님이 그동안 안 계시다가 2년 전에야 모실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비가 없어서 사제관 공사도 중단된 상황입니다. 그래도 저희들은 미사를 드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합니다.”

 

오랜 세월의 흔적들이 곳곳에 묻어나는 덴풍본당.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신앙의 소중함을 깨닫고 지켜가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서 보인 것은 절망이 아닌 희망 바로 그것이었다.

 

 

빈교구 트엉록본당 - 매주일마다 성대하게 미사 봉헌

 

트엉록본당의 미사 봉헌 예절에서 봉사자들이 다니며 직접 헌금을 받고 있다.

 

 

‘빵빠라 방빵’ 지휘자의 손놀림에 맞추어 관악대의 웅장한 연주가 시작됐다.

 

‘무슨 커다란 잔치나 행사가 벌어진 것일까?’

 

마을의 수많은 주민들이 더없이 밝은 표정으로 음악이 울려 퍼지는 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음악이 연주되는 그곳에서 빈교구의 트엉록본당 관악대는 주일미사의 시작을 알리며 초·중·고등학생 및 일반 복사단과 함께 긴 행렬을 이뤘다.

 

트엉록본당은 매 주일마다 성대하게 미사를 봉헌하고 식사를 나누기도 하는, 북부 베트남교회에서는 매우 활발한 공동체다.

 

본당의 관할 구역 중에는 주민의 70% 이상이 신자로 구성된 곳도 있고, 각각의 신자 가정집에는 가장 높은 곳에 성상을 모시고 조명을 설치하는 등 신앙심의 표현이 매우 열정적이다.

 

주일이면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자전거와 오토바이 등을 타고 성당에 모여든다. 학생들과 젊은이들도 넘쳐나 성전에 미처 들어가지 못한 신자들은 바깥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 미사를 봉헌하기도 한다.

 

본당 신자 호아 센(35) 씨는 “주일마다 성당에서 기도하고 친구들도 만나는 생활이 너무나 즐겁다”면서 “비록 베트남에서 가톨릭 신자의 숫자는 많지 않지만 부모로부터 이어온 신앙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성전 안의 모습도 이채롭다. 아직까지 베트남 교회는 남녀의 좌석이 구분돼 있으며 봉헌을 하는 경우 몇몇의 봉사자들이 잠자리채 같은 것들을 가지고 다니며 신자들로부터 직접 헌금을 받는다.

 

신자들 전체가 노래로 미사를 봉헌하는 장엄미사는 듣는 이로 하여금 엄숙함을 더하게 한다. 제대의 양쪽에 위치한 복사를 위한 자리도 역시 남녀가 구분돼 있다.

 

- 초등학생들의 복사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팔짱을 낀 모습은 존경과 경의를 표하는 전통적인 표현의 하나.

 

 

본당의 신자들에게 있어서 신앙은 선택의 문제로만 여길 수 없는 절박함이 있다. 베트남 정부는 엄격하게 선교활동을 금지하고 있기에 자녀들에게 꼭 유아세례를 주고 신앙의 중요성을 가정에서부터 강조하고 있다.

 

트엉록본당의 경우에는 지역 내 신자의 비율이 높아 정부에서도 크게 간섭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주변에 장애아동들을 위한 복지관을 설립하는 등 새로운 건축 등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신자들이 가난하다 보니 교회도 신자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확충할 수 없는 현실에 큰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교리를 가르치기 위한 교육관도 없었고 날씨가 좋지 않으면 성전이 비좁아 밖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신자들은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트엉록본당의 신자들은 그나마 행복한 편이다. 빈교구는 사제의 숫자가 부족해 신자들이 많이 있음에도 사제들을 제대로 파견할 수 없는 곤란한 지경에 처해 있었다.

 

[가톨릭신문, 2010년 3월 14일, 이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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