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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ㅣ기타

열악함에서 희망으로 나아가는 라틴아메리카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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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7-26 ㅣ No.133

[경향 돋보기] 열악함에서 희망으로 나아가는 라틴아메리카 교회

 

 

라틴아메리카 하면 전 세계 가톨릭교회 신자 수의 절반을 자랑하는 커다란 대륙이지만, 그보다 아프리카와 더불어 가난한 곳이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 것 같다.

 

라틴아메리카 대부분의 역사가 말해주듯 그들은 힘들게 살아왔고 현재도 정치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기에 더더욱 교회의 사명 곧 정치 경제 사회 종교적 복음화가 절실하다고 여겨진다.

 

 

라틴아메리카 카리브해 주교단 총회의 역사와 의미

 

바로 얼마 전 5월 13일부터 31일까지 브라질 아파레치다에서는 제5차 라틴아메리카 카리브해 주교단 총회가 개최되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과 선교사들 : 그분 안에서 생명을 얻기 위하여’라는 주제로 열린 이 회의는, 라틴아메리카 각국 주교들과 사제, 수도자, 평신도 등 260여 명이 함께 모여 점점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상황 안에서 라틴아메리카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역할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 회의는 지난 세기 중반부터 약 10년을 주기로 4회에 걸쳐 열렸는데, 그동안 라틴아메리카 교회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 회의를 통하여 이곳 교회가 처한 현실을 정확히 통찰할 수 있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교회가 실제로 새롭고도 강력한 복음적 행위들을 실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회의에서 나온 문헌들은 지금까지도 전 세계 주교회의와 교구들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대륙이 처한 정치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라틴아메리카 주교회의 연합회(CELAM)가 지난 1955년에 설립되어 첫 번째 모임을 갖는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주교회의 연합회를 비롯한 라틴아메리카 교회는 사회문제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가 이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다시 말해서 당시 라틴아메리카가 처한 열악한 현실과 그에 대한 교회의 사명을 복음의 시각으로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이 열렸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의미로는 라틴아메리카 교회가 새롭게 다시 태어났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세계 교회와 교류를 통하여 자신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뿐 아니라 저마다 자기 교회를 되돌아보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공의회 이후 라틴아메리카 주교회의 연합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과 사목적 결론을 자신들의 교회에 적용해야 할 막중한 필요와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하여 공의회가 끝나고 불과 3년 뒤인 1968년에 콜롬비아 메데인에서 교황 바오로 6세와 함께 라틴아메리카 교회의 현실을 관찰하고, 복음의 빛에 비추어 반성하며, 사목적 결론을 도출해 내는 방법론으로 공의회 문헌을 라틴아메리카 상황에 접목하여 재해석하게 된다.

 

여기서 이름 하여 잘 알려진 ‘메데인 문헌’이 나왔다. 여기서는 특히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사목 방향이 그 중심을 이루는데, 이는 성경을 근거로 불의한 사회상황을 직시하고 사회정의 문제를 다루는 해방신학의 시발점이 되어 이후 전 세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또 기초 공동체와 같은 새로운 공동체 건설 운동에 촉매제가 되었으며, 교회 안에서 평신도의 역할이 중요함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때부터 이 문헌의 정신이 빠르게 라틴아메리카 각 교회에 파급되고 이식되었으며, 다시금 11년 뒤에 개최된 멕시코의 푸에블라 회의에서 재확인하게 된다.

 

 

라틴아메리카 상황과 교회의 역할

 

알다시피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제3세계, 특히 라틴아메리카는 경제정책의 실패와 국가안보 이데올로기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군부통치를 받았다.

 

이때의 라틴아메리카는 거의 모든 나라가 예외 없이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납치와 살해 등 가난과 인권 문제가 심각하였다. 이런 와중에 약자를 보호하고 해방을 표방하고 무력으로 해결하려는 게릴라 운동이 이따금 출현하기도 했다. 교회 역시도 불의에 맞서 사회정의를 이루고자 하는 바람과 실천 행동이 있었기에 정치세력과 상당한 갈등과 충돌을 빚었다.

 

결국 메데인과 푸에블라 회의에서 도출된 두 문헌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교회가 하느님의 이름으로 어떻게 거듭나야 하는지, 또 어떻게 과감히 자신의 안위를 벗어 던지고 희생해야 하는지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1990년대에 들어 라틴아메리카의 많은 국가에 민간 정부가 들어서게 된다. 민주화가 진척되고, 부정부패도 전보다 많이 완화되었다. 무역 자유화가 이루어지고 한층 나아진 경제정책으로 생활수준도 많이 개선되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이곳의 삶의 조건은 여전히 열악하다. 한국 상황과는 비교하기 힘든 빈부격차와 그 때문에 생긴 극빈자 문제, 영양실조, 적지 않은 정치인들이 연루된 마약문제, 과테말라에서 최근 5년 동안 2만 3천여 명이 폭력으로 숨질 정도의 심각한 폭력 살인 문제,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 엄청난 실업률, 고유한 언어와 문화가 있는 원주민들에 대한 인권문제, 낙태, 가족의 위기 등.

 

그 때문에 이러한 환경 속에서 어떤 의미로 라틴아메리카 교회는 다른 부유한 나라보다 비교적 더 건강하고 역동적인 교회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성직자와 수도자의 삶 자체가 참으로 가난하다. 그뿐만 아니라 교회가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이들에게 관심을 많이 기울인다는 것은 교회가 그만큼 건강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안데스 산맥 부근 여러 마을에서, 그리고 산골마을의 원주민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밀림지역에서, 그 외 수많은 열악한 지역들, 본당, 학교, 사회복지 현장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무수한 평신도들과 사제, 수도자들의 노력들이 있기에 이곳 라틴아메리카 교회가 희망이 있는 건강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피어나는 희망

 

생각건대 라틴아메리카 교회는 분명 여러 모로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이곳 라틴아메리카 주교회의 연합회 활동이 말해주듯 끊임없이 쇄신과 공동 노력을 기울이고자 하는 교회의 단호한 의지에서 희망을 본다. 지난 시절 시대의 아픔을 겪었고 지금도 여전히 열악한 상황임에 틀림없지만 점점 더 올곧은 교회의 역할을 수행해 가리라 확신한다. 그리고 점점 한국교회와 인적, 물적 교류가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들의 희망을 더 부풀릴 수 있을 것이다. 과거 한국교회에서 성직자 수도자가 부족할 때 과달루페 외방 선교회를 비롯하여 여러 라틴아메리카 선교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 왔듯이 이제는 우리가 이곳 형제들을 위해 관심을 더 기울일 때다.

 

현재도 130명 남짓한 한국 선교사들이 라틴아메리카 각지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한국교회의 위상으로 볼 때 좀 더 많은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 욕심이다.

 

* 서정현 시몬 - 전주교구 신부. 1989년에 사제품을 받았고, 7년 동안 해외 선교사로 페루 차차포야스 교구에서 사목하였으며, 지금은 5년째 아르헨티나 한인 본당 주임신부로 있다.

 

[경향잡지, 2007년 7월호, 서정현 시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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