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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의심 많은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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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7 ㅣ No.504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59) 의심 많은 배우자

 

 

Q. 아내가 너무 의심이 많고 늘 저에게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는 요구사항이 많습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귀찮아하는 기색을 보이면 정색을 하면서 자기는 오로지 남편만 바라보고 사는데 왜 자기 마음을 몰라주느냐고 우는데, 그 모습을 보는 제 마음은 참으로 답답하기만 합니다. 제가 무슨 문제가 있나요?

 

 

A. 형제님 문제라기보다는 자매님에게 문제가 있는 듯 보입니다. 자매님의 문제는 지나친 의존성입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지요. 이 말은 사람이 의존적 존재란 것을 의미합니다. 한자로 ‘사람 인(人)’자가 막대기가 서로 기대어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 역시 사람의 기본 특성이 의존적이란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의존성은 다른 성격적 특질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적인 것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의존성이 하나도 없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세상에 나보다 잘난 놈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 하면서 무슨 일이고 주위 사람들과 상의도 없이 일을 벌이다가 사고를 저지르는 고집불통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그래서 적당한 의존성은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의존성이 너무 지나칠 때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영국 심리학자 아이젠크는 10년간 무려 4000여 명을 대상으로 성격과 질병 사이 연관관계를 연구했는데, 그 결과 자율성이 낮고 의존성이 강한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질병에 잘 걸린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암 발병률이 현저히 높았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누군가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 상대방을 이상적인 인물로 만들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생활전반에 걸쳐서 ‘~해줬으면 좋겠다’는 식의 희망사항을 계속 요구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상대방 역시 나와 같은 사람인 것입니다. 현실 속의 사람은 자기 마음대로 변화하기 어려운 한계적 존재입니다.

 

그런데도 의존성이 강한 사람은 상대방의 현실적 여건은 무시한 채 상대방이 내 뜻대로 응해주지 않는 것은 이젠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는 스스로 속상해하고 자신을 들볶아 댄다는 것입니다. 이런 성격특질을 일컬어 ‘점착성’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점착성이란 상대방에게 찰싹 달라붙어 나와 너 사이의 경계가 없는 것을 말하는데, 이런 관계는 병적인 것입니다.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쉽게 지치고, 시도때도 없이 설사하는 과민성 장 증후군에 잘 걸리고, 심하면 암에도 걸립니다.

 

그럼 이렇게 의존성이 지나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미국의 알츠하이머 병 전문가인 데이비드 스노우던 박사가 미네소타 주에 있는 만카토 수녀원의 수도자들을 대상으로 관찰을 했습니다.

 

이 수녀원에는 100살 넘은 수도자가 무려 7명이나 되는 장수 수도원이어서 관찰대상으로 선정한 것인데, 장수비법은 두 가지 즉, ‘노동’과 ‘명상’이었다고 합니다. 이곳 수도자들은 하루 동안에 쉬는 사람이 하나도 없이 모두가 힘이 되는 대로 바느질이건 어떤 일이건 노동을 하면서 살고 있었고 더 중요한 것은 명상 시간을 자주 가지면서 중용의 태도를 유지하고 차분하게 공동생활을 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장수 비결이었던 것입니다.

 

명상은 특히 수도자들에게 정신적 건강을 주는데 결정적 기능을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명상이 건강에 왜 좋을까요? 사람의 근육신경계와 내분비계는 일종의 기억 기능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하루 동안 경험한 온갖 것들을 다 기억해서 밤이 되면 몸이나 마음을 아프게 하는데 명상은 사람 몸에 저장된 좋지 않은 기억들을 씻어내는데 아주 좋은 효과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명상이 이렇게 좋은 효과를 갖는 것은 명상 중에 긴장완화와 관련 있는 뇌파인 알파파와 잠을 잘 자게 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이것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발생하는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 수치를 낮춰 걱정이 사라지고 자신의 문제가 크게 보이지 않으며 스스로 삶을 잘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해줍니다.

 

그리고 이렇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가졌을 때 자신과 다른 사람과의 경계를 명확하게 갖게 되고, 의존적 태도를 고칠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말 중 ‘일심동체’니 ‘모두가 하나 되자’는 등의 말들이 있습니다.

 

그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지만 실제로 그런 관계는 병적인 관계입니다. 건강한 사람 사이의 관계는 마치 탁구공처럼 서로의 경계가 분명한 것입니다. 자매님께서 마음의 건강을 찾으시려면 점착성 성격을 고치셔야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성당에서건 집에서건 기도하고 묵상하는 시간을 많이 갖도록 권해야 할 것입니다.

 

[평화신문, 2010년 6월 27일,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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