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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신앙생활의 무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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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7 ㅣ No.486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32) 신앙생활의 무거움

 

 

Q. 대림 특강에서 한 강사분이 “성탄절이 가까웠으니 이 세상에 오시는 아기 예수를 우리 마음에 모시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이제는 예전의 삶을 버리고 새 삶을 살아야 한다. 주님 가르침처럼 완전한 사람이 되려 노력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듣고 나서 ‘맞는 말이야’ 하는 생각은 드는데 왠지 자신이 없고 무거운 마음만 생깁니다. 성당에서 기도할 때는 마음이 편안하다가도 성당 밖에만 나가면 다시 세속적인 상태로 돌아가서 제가 신앙인이 될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자격지심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신앙인이 될 자격이 있는지요?

 

 

A. 형제님 고민은 사실 수많은 신자가 공통으로 하는 고민입니다. 그러니 나 혼자 그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은 일단 내려놓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완전한 신앙인이 되기에는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은 존재입니다.

 

첫째, 사람은 이성적 존재가 아니라 감성적 존재라서 완전한 신앙인이 되기가 어렵습니다. 사람 마음 안의 감정들은 시도때도없이 튀어 올라와서 내 마음을 흔들어놓고, 심지어 쑥대밭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이처럼 사람은 감정에 쉽게 휘둘림을 당하기에 완벽한 신앙인의 마음을 가진다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형제님은 성당에서는 마음이 평안한데 바깥에만 나오면 감정 절제가 어렵다고 하십니다. 성당 안에는 내 감정을 자극하는 사람이 없어서이고, 밖에는 감정을 건드리는 사람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사람은 이처럼 평생토록 예민한 감정에 시달리면서 살아야 하기에 마음이 불편할 때는 자책하지 마시고 ‘모든 사람이 다 그래’ 하면서 자신을 달랠 줄 알아야 합니다.

 

어떤 분은 나이를 먹으면 나아지지 않겠는가 하시는데 어릴 때는 어린 대로, 나이를 먹어서는 나이 먹은 대로 마음을 뒤흔드는 것이 다르므로 그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사람 마음이 정상적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상하게 행동하는 사람을 보면 백안시하고 정신병자 취급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은 아주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우리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평균적 의미에서 말하는 것이고, 일반 사람의 자아 역시 정신병자와 그리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즉, 모든 사람이 그 마음 안에 콤플렉스 덩어리를 껴안고 살고 있고, 복잡한 욕구와 갈등이 엉킨 실타래처럼 뭉쳐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다 일이 잘 안 풀리면 “돌아버리겠네” 하고 말하곤 하는데, 사실은 돌아버리기 직전 상태에서 살아가는 것이 일상의 삶입니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이 자유롭고 편안하려면 엉킨 실타래 끝을 찾는 것처럼 자기 마음 안 덩어리의 실 끝을 찾아야 하는데 문제는 그 실 끝이 너무 작은데다 심지어는 엉킨 실타래 안에 숨어 있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완벽한 신앙인의 마음을 만든다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습니다.

 

세 번째 이유는 사람은 누구나 개과천선해 새롭게 변화하고픈 마음이 있지만, 달라지려고 하지 않는 마음도 도사리고 있어 힘이 듭니다. 이것을 ‘심리적 저항’이라고 하는데 이 상반된 욕구는 마치 힘이 비슷한 씨름 선수들이 서로 견제하느라 움직이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도는 것처럼 우리 삶을 맴돌게 합니다. 그래서 완전한 신앙인의 마음을 갖는 것이 어려운 것입니다.

 

네 번째는 우리가 마음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사람 마음은 의식 · 전의식 · 무의식으로 구분된다고 합니다. 이 중에서 우리 말과 행동 그리고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무의식입니다. 따라서 무의식을 그 밑바닥까지 알고 나면 어느 정도 마음을 추스르고 편안하게 만들 수 있을 텐데 문제는 무의식은 깊은 바닷속 같아서 믿을 알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끔 그 깊은 곳에서 치밀어오르는 감정의 물결이 마치 쓰나미처럼 덮쳐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기에 내 의지로 내 마음을 완전히 평안한 상태로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렇게 사람 마음은 언제 풍랑이 닥칠지 모르는 바다를 헤쳐가는 배와 같습니다. 미국 정신의학자 스콧펙(1936~2005) 박사는 아주 단순한 표현으로 ‘삶은 어렵다’고 실토했습니다. 그럼 이런 힘겨운 삶 안에서 그래도 신앙인으로서 모양새를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님 보시기에 좋은 삶을 만들려는 노력은 계속하되 심리적 풍랑에 넘어졌을 때 풍랑에 시달리는 배를 탄 제자들처럼 해야 합니다. 즉, 주님 앞에서 약한 나를 인정하고 드러내야 합니다. 그래야 주님 은총으로 바다가 조용해지고 심리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설명에도 무슨 소리냐, 약한 나를 드러내는 게 실패자 모습이 아니냐 또는 완전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분들은 완전강박증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으니 심리치료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과 몸이 무너져 종교적 우울증과 불안증에 시달리며 살지도 모릅니다.

 

[평화신문, 2009년 12월 13일,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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