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일 (토)
(홍) 성 유스티노 순교자 기념일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교육ㅣ심리ㅣ상담

[상담] 아! 어쩌나: 좌절감 어찌해야 하나요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7 ㅣ No.481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27) 좌절감 어찌해야 하나요

 

 

Q. 남편은 소위 일류대학을 나왔습니다. 그런데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더니 이것저것 손을 대다 모두 실패하고 지금은 백수로 있습니다. 차라리 회사에 다닐 때가 좋았습니다. 지금은 자존심이 상한다고 다시는 취직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습니다.

 

사업을 해도 실익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자기를 어떻게 볼 것인지를 먼저 따지고 명함 만들기에 열중하고, 한 가지 일을 해도 일 년 이상 버티지 못하고 쉽게 접어버려 지금 가진 것이라고는 빚뿐입니다.

 

제가 속상해하면 자기는 더 속상해하면서 아예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버립니다. 남편을 어떻게 하면 정신 차리게 할 수 있을까요? 제 남편은 왜 이런 삶을 사는 것일까요?

 

 

A. 자매님께서 많이 힘이 드시겠습니다. 사람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좌절을 겪을 때가 많습니다. 우선 좌절감은 왜 생기는가부터 설명을 드리지요. 심리학자인 던버(Flanders Dunbar)는 좌절감이란 우리가 원하는 정신ㆍ육체적 욕구들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채워지지 않았을 때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좌절감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또 어떤 이는 인생길이 탄탄대로가 아닌 도로포장이 안 된 산길 같아서 그렇다고 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인생을 살아가면서 좌절감을 겪지 않고 사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모든 이가 다 겪어야 하는 좌절감에 유난히 약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작은 일에도 쉽게 무너지고 상심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일컬어 ‘좌절 콤플렉스’에 걸렸다고 합니다. 이 콤플렉스에 걸리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첫 번째 이유는 자기 인생 목표를 터무니없이 높게 잡아 생기는 것입니다. 옛말에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고 했습니다만, 안 쳐다보기는커녕 올라가다가 미끄러져 뒹구는 상태가 바로 좌절 콤플렉스에 걸린 사람들 마음 상태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성급함 때문입니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데 참을성이 없어서 기다리지 못하고 안달복달하다가 좌절 콤플렉스에 걸리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자기 주제를 모르고 주책없이 성급한 사람들이 걸리는 병입니다.

 

그럼 쉽게 좌절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마르코 복음 10장 46~52절에 나오는 거지소경의 삶을 본받아야 합니다. 사람이 거지 신세가 되기만 해도 힘든데, 이 사람은 눈까지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마도 살면서 죽고 싶은 생각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살하거나 폐인처럼 살지 않고 꿋꿋이 버텨내 주님을 만나 눈을 뜨는 행운을 얻은 사람이 바로 이 복음에 나오는 거지소경입니다. 그럼 거지소경은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살았을까요? 체념하는 방법을 알았던 것입니다.

 

‘체념’ 그러면 많은 분이 “자포자기하는 것 아니냐”고 의아해하십니다. 그러나 포기와 체념은 그 내용이 전적으로 다릅니다. 포기는 말 그대로 자포자기, 자기 자신을 내동댕이치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체념은 자기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 힘으로 안 되는 것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자신의 힘으로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무거운 미련을 버림으로써 마음을 가볍게 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생존방법인 것입니다. 만약 거지소경이 자기 인생을 포기한 사람이었다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거나 혹은 많은 사람이 꺼리는 성격장애자가 됐을 것입니다.

 

그러나 거지소경은 자신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눈을 뜰 수 없다는 사실을 체념하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래서 주님을 만날 수 있는 인생 최대 행운을 잡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영성가들은 신앙을 가진 사람은 신앙을 갖지 않은 사람보다 정신적으로 좀 더 건강하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신앙을 가진 사람은 체념의 삶이 몸에 배 그렇다고 합니다. 신앙인들은 하느님 앞에서 자신의 유한성을 들여다보는 자기 성찰의 시간을 자주 갖고,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은 하느님에게 의탁하는데, 바로 이것이 체념의 방식을 몸으로 실천하는 방법입니다.

 

신앙을 갖지 않은 사람보다 마음과 몸을 가벼이 하고 사는 것입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실의와 좌절에 빠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런 때 세상을 원망하거나 하느님을 원망하면서 귀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내가 성급한 것은 아닌가’ 혹은 ‘내가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린 것은 아닌가’ 자기성찰의 시간을 갖고 안 되는 것에 매달려 있다면 단호하게 체념해 마음이나 몸이 무너지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너무 쉽게 체념하는 것을 받아줘서는 안 됩니다. 미련하게 매달려서 사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너무 쉽게 체념하는 것 역시 문제입니다. 즉. 자신의 무능력과 무기력함을 감추기 위해 쉽게 포기하는 것이기에 그런 사람들은 진득하게 달라붙어서 일을 하라고 해야 합니다.

 

[평화신문, 2009년 11월 8일,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doban87@pbc.co.kr)]



480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