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4일 (금)
(녹) 연중 제10주간 금요일 음욕을 품고 여자를 바라보는 자는 누구나 이미 간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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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마음이 공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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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7 ㅣ No.480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25) 마음이 공허합니다

 

 

Q. 저는 사십 대 중반을 넘어선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모범적인 삶을 살아왔다고 평가를 받을 정도로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 직장에서도 나름대로 인정을 받았고 주위 사람들과 대인관계도 좋은 편입니다.

 

또 저는 어린 시절부터 효자란 말을 들을 정도로 부모님 말씀을 잘 들었고, 부모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한 번도 거절한 적 없이 순종하며 살았습니다. 부모님께서는 늘 세상에서 살려면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식의 말씀을 해주셔서 그런 부모님 말씀을 거역하지 않고 대학 때 전공이나, 결혼도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따랐고, 그런 결정에 대해 큰 불만 없이 살아왔습니다.

 

그런 저를 보고 동네 아주머니들은 참한 사윗감이라고 칭찬하실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제 나이가 이제는 중년에 접어들었고 회사 업무에 대한 경험도 많은데 상사가 제게 큰일을 맡기지 않고 오히려 후배에게 맡깁니다. 저를 보고는 자네는 성격은 좋은데 하면서 말끝을 흐리기만 하고요.

 

그래서 요즈음 마음이 힘든데다 웬일인지 심한 공허감 때문에 하지 않던 술을 하고 오랫동안 끊었던 담배도 다시 피고 있습니다. 내가 왜 사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집에 들어가서 위로를 받고 싶은데 집사람은 언제부터인가 저와 대화를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이들도 저를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제가 답답하고 세대 차이가 난다고 하면서요.

 

늘 부모님 말씀을 따랐고 가정을 잘 꾸려가는 것이 행복의 전부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이런 일을 겪으니 당황스럽습니다. 특별히 지은 죄도 없는데 왜 제게 이런 시련이 생기는 것일까요. 늘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노력해왔는데 왜 이런 일들이 생기는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A. 형제님께서는 말 그대로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분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안정된 사회가 되려면 형제님같이 사는 분들이 많아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지금처럼 불안정한 것은 형제님 같은 분들이 그리 많지 않아서입니다.

 

형제님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회에서는 필요한 분인데 정작 형제님 자신은 왠지 불행한 삶의 길로 접어 들어가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럼 문제의 발단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요?

 

정확하게 지적하자면, 형제님 부모님께서 형제님에게 해주신 교육이 문제의 근원입니다. 물론 부모님은 걱정하시는 마음에서 그리고 당신들 인생 경험에 비춰서 어린 아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부모님의 말씀에 그저 순종만 하고 살다 보니 형제님 자신이 자기 인생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은 키워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즉, 자기가 무엇을 만들어서 해보는 개척정신은 키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회사 상사 입장에서는 형제님에게 큰 프로젝트를 맡기기가 미덥지 않았을 것이고, 부인은 그런 남편이 답답해보였을 것입니다.

 

형제님이 가진 두 번째 문제는 실존적 공허감입니다. 많은 심리학자는 이구동성으로 “현대인의 정신적 문제는 공허감 즉, 자기 실존상실”이라고 했습니다. 아무런 목적 없이 방황하는 삶을 사는 것을 말하는데,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자기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자기 안에 만들어진 거짓자기에 의해 살아갑니다.

 

이런 일이 왜 생겼을까요? 존재상실의 위기는 존재부정의 잘못된 교육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어른들은 무언중에 어린아이들에게 “너는 너 자신으로서는 이 세상에 설 땅이 없다”라든가 “너는 세상이 원하는 대로 맞춰 살아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속된말로 하자면 아이가 가진 적성이나 취향보다는 안정된 생활을 제공해주는 직업을 갖기 위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어린아이 처지에서는 자기보다 더 많은 경험을 가진 분들이 하는 말을 거부하기가 어려워서 그냥 따라 살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살다 보면 본원적인 자기욕구가 억압을 당해 결국 자신의 본래 자기는 보잘 것 없고, 하찮은 것이라고 보는 거짓 자기가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이 거짓 자기가 끊임없이 사람들을 노예처럼 몰아붙이고 마음 안에 불안감을 조성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쫓기고 허덕이면서 좁은 공간에서 서로 밀어내고 끌어내리면서 살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성공은 하지만 결국에 지치고 나면 마음 안에 공허감만 남는 것입니다.

 

사람은 자기 존재를 인정받고 수용 받음으로써 환경에 대한 신뢰감을 회복할 수 있고, 환경과의 적극적인 관계를 탐색하고 새로운 인생탐험을 시도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형제님 혼자서는 그렇게 할 수 없으니 좋은 조언자를 구해 마음 안의 모든 것들을 다 털어놓으시고 형제님의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보시길 바랍니다.

 

[평화신문, 2009년 10월 25일,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doban87@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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