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성인ㅣ순교자ㅣ성지

[순교자] 새로운 복자: 정철상 가롤로 - 지극한 효성의 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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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3-09 ㅣ No.1439

[새로운 복자] 정철상 가롤로 - 지극한 효성의 모범



정철상 가롤로는 경기도 광주 마재(현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의 유명한 학자 집안의 맏아들로 태어납니다. 어려서 어머니(이씨)를 잃었지만, 깊은 천주 신앙, 교회에 대한 사랑,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몸으로 배우고 실천합니다. 이는 조선 천주교회의 교부라고 할 만큼 훌륭한 성덕을 지닌 아버지 정약종(아우구스티노) 회장의 철저한 신앙교육, 새어머니인 유조이(세실리아) 성녀의 너그럽고 자상한 자녀 교육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 덕분에 본인을 포함하여 아버지와 어머니, 동생(정하상, 정정혜)까지 가족 모두 순교의 영광을 받습니다. 그리하여 새어머니 유조이(세실리아)와 동생 정하상(바오로)와 정정혜(엘리사벳)은 1984년에 성인품에, 아버지 정약종과 정철상은 2014년에 복자품에 오르셨습니다.

정 가롤로는 1791년 진산사건(제사 문제) 이후 집안 어른들이 강제로 제사에 참여시키고, 천주교를 버리도록 종용하는 것을 피해 아버지를 따라 양근 분원으로 이주하게 됩니다. 명문가의 후예로서 쉽게 얻을 수 있었던 온갖 명예와 부유한 생활을 모두 버리고, 단 하나 생의 목표인 하느님을 선택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성경과 교회의 가르침대로 온 힘을 다하여 하느님을 섬기고, 온 마음과 목숨을 다하여 그분을 사랑하며 아름답게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정 가롤로가 스무 살이 되었을 무렵, 신유박해(1801)가 일어나 아버지 정약종과 삼촌 약전, 약용이 모두 옥에 갇히었습니다. 이때, 정 가롤로는 아버지와 삼촌들의 옥바라지를 위해 의금부 근처에 머무르면서 온갖 정성으로 그들을 돌봅니다. 그러던 중 정약전은 전라도 신지도로, 정약용은 강진으로 각각 유배되었으나, 누구보다 신앙이 강했던 아버지 약종은 옥중 고초를 겪게 됩니다. 지극한 정성으로 옥중에 있는 아버지에게 효도를 다하는 그에게 포졸들은 ‘주문모 신부의 거처를 알려주면 아버지를 풀어주겠다.’고 유혹합니다. 실로 아버지께 큰 효도를 하던 정 가롤로였기에 그런 유혹의 고통이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굳게 참아냅니다. 집안의 어른들도 정 가롤로를 불러 “너는 사학쟁이이므로 주가(주문모 신부)놈이 있는 곳을 알 터이니 그놈이 어디로 갔는지 사실대로 대라.”며 송곳으로 찌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정 가롤로는 오로지 ‘모른다’고 일관하면서 사제를 보호하고 지켜주는 것이 바로 하느님을 지키는 것이라 여겨, 아버지가 옥중에서 고초당하는 것에 마음 아파하면서도 신앙으로 온갖 유혹을 이겨냅니다. 그리고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천주님을 사랑하는 데만 힘쓰며 묵묵히 아버지의 옥바라지에 정성을 다합니다.

아버지 정약종이 순교의 영광을 얻자마자, 보란 듯이 박해자들은 정 가롤로를 형조에 감금하고 문초를 합니다. 정 가롤로는 옥중에 있으면서도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아버지의 뒤를 따르길 바라며 자신의 목을 망나니에게 내어놓고 순교의 월계관을 받아씁니다. 이렇게 하여 정 가롤로는 육신의 아버지와 영신의 아버지 모두에게 최고의 효도를 다합니다. 복자 정철상(가롤로)의 전구를 통해 참된 효도의 마음이 모두에게 깊이 새겨지기를 청하며 두 손 모아 봅니다.

[2015년 3월 8일 사순 제3주일 수원주보 4면, 최인각 바오로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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