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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지치도록 봉사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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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7 ㅣ No.507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63) 지치도록 봉사해야 하나요?

 

 

Q. 결혼 적령기를 넘어선 처녀입니다. 요즈음 결혼을 전제로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습니다. 남자친구는 외모는 별로이지만 마음 씀씀이는 많은 사람들이 칭찬할 정도로 괜찮은 편입니다. 헌신적이고 봉사정신도 투철해서 말 그대로 ‘성실’ 그 자체, 법 없이도 살 사람입니다.

 

그 사람의 그런 모습이 좋아 사귀고 있는데, 시간이 가면서 왠지 마음이 불안해집니다. 다른 사람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고, 누가 힘들다는 말만 들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도우러 가는 그를 보면서 마음 한구석으로는 좋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내가 저 사람하고 같이 살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저는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 남자친구는 저와 다른 차원에서 사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그리고 더 불안해지는 것은 처음과 달리 남자친구가 짜증내는 횟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께름칙했던 것은 상대방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도움을 주러갔다와서는 저한테 짜증을 내는 일입니다. 도움을 줬는데도 상대방이 고맙다는 말 한마디 안 했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제가 “고맙다는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이 참다운 봉사다”라고 했더니 버럭 화를 내면서 “네가 뭘 안다고 잔소리야!” 하고 소리를 지르는데 기가 막힐 지경입니다. 이런 사람과 결혼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요?

 

 

A. 자매님 남자친구는 ‘사마리안 콤플렉스’가 심한 분인가 봅니다.

 

성경을 보면 착한 사마리아 사람 이야기가 나옵니다. 길을 걷다 어려운 이웃을 보고 도움을 준 착한 사마리아 사람 이야기는 교회 안에서 선행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인용되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마리아 사람의 행적에 대해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니 예상치 못한 콤플렉스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사마리안 콤플렉스가 바로 그것입니다. 사람 마음의 건강성은 균형 여부에 의해 판단됩니다. 즉, 사람 마음은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심’과 다른 사람만 생각하는 ‘이타심’이 서로 균형을 이룰 때 가장 건강합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마음이 지나치게 다른 사람들에게 기울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지나친 희생과 헌신을 하면서 살아가는데 이것을 일컬어 사마리안 콤플렉스에 걸렸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 콤플렉스에 걸린 사람들의 성격은 공통적으로 문제가 있습니다. 지나치게 의존적 성격을 갖고 사는 게 문제입니다. 남의 눈치를 보고 산다는 것이지요. 대개 이분들은 자존감이 낮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는 병적인 생각이 있어서 많이 힘들어합니다. 그래서 선택한 행동이 지나친 헌신과 봉사 등 자신이 착한 사람이고,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임을 증명하기 위해 힘겨운 노력을 합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람이 참 괜찮다”는 말을 들으면서 자신 안의 고통스러운 감정을 없애려고 애를 씁니다. 그런데 때로는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임에도 굳이 도와주려고 하거나 상대방이 원치 않은 것을 도와주려다가 쉽게 상처받고 힘들어합니다.

 

본당에 나간 지 얼마 안 된 신부가 선배 신부를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그 신부는 본당에 몇몇 자매님들이 자기를 돌봐주려고 하는데 영 마음이 편치가 않다고 했습니다. 별로 힘든 일을 한 것도 아닌데 많이 힘들지 않으냐고 하면서 자꾸 챙겨주려 하고, 밤에는 매우 외로우실 것 같다고 위로차 전화한다며 내용도 없는 이야기를 한다는 고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고마운 마음이 들었는데, 시간이 가면서 귀찮고 지겨운 느낌이 들어 “그러지 마시라”고 했답니다. 그랬더니 어느 날인가 다른 자매들이 밤에 사제관에 전화해서는 “그 사람들은 나름대로 신부님을 위로해 드리려고 한 건데 왜 상처를 주느냐, 정신적 아버지인 신부님이 어쩜 그럴 수가 있느냐, 그 자매들은 지금 식음을 전폐한 채 누워있다”며 울고불고 따지는 바람에 아주 애를 먹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난 뒤에는 싫다는 말도 못하고 늘 자기 옆에 붙어 있으려는 그 자매들 때문에 신경이 쓰여 소화도 안 되고, 얼른 그 본당을 떠났으면 하는 마음밖엔 없다고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선배 신부가 충고하기를, “그 자매님들은 사마리안 콤플렉스가 심한 분들이니 자네가 아무리 사양해도 안 될 것이다, 그러니 나는 나를 도와주는 다른 자매들이 있으니 내 걱정은 마시고, 옆 본당 신부는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니 그분을 도와드리라고 해서 떼어내야 한다”고 하더랍니다.

 

많은 영성가들이 건강한 신앙생활에 대해 공통으로 말하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에 의존하는 정도를 식별해야 하고, 다른 사람의 기대와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자신의 삶을 얼마나 포기해 왔는지를 알아차려야 한다. 왜냐하면 자신을 소홀히 하면서까지 다른 사람을 사랑하려고 한다면 사랑의 계명을 완성하기는커녕 좌절과 탈진상태에 빠지기 때문이다.”

 

영성가들의 이 말씀은 자매님 남자친구가 꼭 들어야 할 말씀이 아닌가 싶습니다.

 

[평화신문, 2010년 7월 25일,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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