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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지구촌 빈곤 퇴치는 모든 이의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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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1 ㅣ No.1179

[복음살이] 지구촌 빈곤 퇴치는 모든 이의 의무이다

 

 

2008년 3월부터 천주교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설립 20주년 기념사업으로 ‘지구촌 빈곤퇴치’를 위한 운동을 전개하면서, 이 사업의 일환으로 2000년 유엔의 밀레니엄 정상회의에서 2015년까지 빈곤 퇴치를 위해 목표로 정해놓은 절대빈곤 퇴치, 보편적 초등교육의 달성 등 8개의 주제들을 조명하는 강연회를 매달 명동성당에서 실시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3월에 열린 첫 강연회에는 “세계 빈곤의 현주소”라는 주제로 한비야 씨가 강사로 초청되었는데 오랫동안 아프리카 등지에서 난민 구호팀장으로서의 식량 배급을 해 온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전달하여 청중에게 큰 인상을 남겨주었습니다.

 

한비야 씨는 세계는 65억(현재는 70억) 인구를 먹여 살릴 식량이 충분한데도 지구촌의 한쪽에서는 극심한 영양실조로 어린생명들이 죽어가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고, 부모가 빚진 단돈 50달러 때문에 고리대금업자에게 끌려가서 한 구호 단체가 그 빚을 갚아줄 때까지 3년 동안 노예처럼 살아야 했던 방글라데시의 6살짜리 한 여자 어린이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가슴 아픈 세계 빈곤의 참상을 전해주었습니다. 세상에는 “정글의 법칙”이 아니라 “사랑과 은혜의 법칙”이 더 소중한 가치로 작용해야 한다며 생명을 살리는 나눔으로 빈곤 퇴치에 동참하자고 호소하였습니다. 그리고 한국전쟁 이후 1990년까지 40년 동안 세계 원조기구로부터 많은 원조를 받아온 우리나라가 오늘날 세계 13위의 경제국이라는 이름이 걸맞지 않게 해외 원조에는 너무나 인색하다는 사실도 지적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오랫동안 해외원조에 의존해왔었습니다. 1945년 해방 이후 1990년대 후반까지 우리나라가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원조 액수는 모두 127억 달러,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대략 600억 달러(약 7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눈부신 경제성장으로 1995년 세계은행의 원조대상국 명단에서 제외됨으로서 공식적으로 원조 받는 나라의 지위에서 벗어났고, 2009년에는 OECD의 해외원조위원회에 가입하여 해외원조를 하는 선진국의 대열에 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해외원조는 세계 15위(2010년)인 경제규모에 비해 너무 부족합니다. 선진국들이 공적기관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무상으로 도와주는 것을 ‘공적개발원조(ODA)’ 라고 하는데 OECD의 해외원조위원회 소속 국가들의 국민총소득 대비 ODA 평균은 0.31%인데 비해 한국은 한동안 0.06% 정도를 유지하다가 최근에야 상승하여 2010년에 0.12%인 11억6700만 달러를 지원하였습니다.

 

 

한국 천주교회 해외원조 미약한 수준

 

그렇다면 한국 교회의 현실은 어떨까요? 한국 교회는 80년대 중반부터 간헐적으로 해외 구호활동에 나서기 시작했고, 1992년 주교회의에서 1월 마지막 주일을 해외원조주일로 정하고, 2차 헌금으로 해외의 가난한 나라를 돕기로 결정하면서 1993년부터 본격적인 해외원조가 시작되었습니다.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2011년부터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는 이후 20년간 한국 교회를 대표하여 해외원조 사업을 시행해왔는데 지금까지 지원한 금액은 300억 원(최근 5년간 연평균 18억 원)을 조금 넘는 정도입니다. 2012년 한국카리타스의 해외지원액은 34억1324만원입니다. 한편 1988년 세계성체대회 서울 개최를 계기로 시작된 서울대교구의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1989년 성체대회 당시의 ‘헌미헌금’ 전액을 해외원조에 사용하였고,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원조 및 국제협력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캄보디아, 몽골, 미얀마, 파키스탄, 네팔, 홍콩, 케냐 등지에서 개발원조, 긴급구호, 국제자원봉사 등을 실시하고 있는데 연간 10억~20억 원 정도 규모입니다.

 

또한 각 교구, 본당, 수도회, 전국사도직단체 등에서도 개별적으로 해외원조를 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장애인 공동체 ‘작은 예수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사회복지법인 ‘기쁜우리월드’는 2006년부터 아프리카에서 해외원조를 시작하여 연간 10억 원 이상의 사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한국 천주교회의 해외원조 역시 미약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한국 가톨릭 기관?단체 해외원조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06~2010년 5년간 한국교회의 해외원조 금액은 교구, 수도회 등 모든 교회 단체의 지원 금액을 합하여 433억 원이며, 이는 신자(5백만) 1인당 1년에 2000원 정도 후원한 액수입니다. 또한 2012년 해외원조주일 2차 헌금 액수는 1인당 350원에 불과합니다. 이에 반해 개신교 단체인 월드비전이나 굿네이버스는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서 연간 1000억 원에 이르는 후원금을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물론 천주교 신자들의 후원금도 포함되어 있기는 하겠지만 아직도 많은 신자들이 한국 천주교회의 해외원조 사업에 무관심하거나 인식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한편 교황청 산하 공식 해외원조 기구인 카리타스는 1950년에 각국 연합체로 결성되어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164개국의 카리타스가 빈곤퇴치를 위한 연대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사목헌장(1965년)>은 빈곤퇴치에 대한 모두의 의무를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무수한 사람이 굶주림에 짓눌려 있으므로, 거룩한 공의회는 그들을 도우라고 모든 개인과 정부에 촉구한다.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주지 않으면 그대가 죽이는 것이다’고 한 교부들의 말씀을 상기하여, 저마다 능력대로 자기 재화를 참으로 나누어 주고, 특별히 개인이나 민족이 스스로 돕고 발전하도록 원조하여야 한다”(69항).

 

요한 바오로 2세는 “모든 인간의 발전과 인간 전체의 발전에 협력하는 일은 사실상 모든 이가 모든 이에게 진 의무이며, 동과 서, 남과 북의 세계가 모두 참여하여할 의무”(사회적 관심 32항)이며, 특히 선진국들은 “일방적인 시장 원리”를 넘어서서 “연대와 정의, 보편적 사랑의 의무에 대한 인식”(백주년 32, 34, 58항)을 바탕으로 빈곤과 저개발로 고통 받는 나라들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베네딕토 16세도 식량 안보에 관한 세계 정상회의에서 “기아는 빈곤의 가장 잔인하고 구체적인 징표”라며 “식량 불안정성은 식량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국가 간 혹은 국가 내 불공평함 때문에 발생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사회교리는 교황들의 여러 가르침을 종합하면서 그리스도인은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 ‘재화의 보편적 목적’ ‘연대성의 원리’ ‘보조성의 원리’등의 사회교리 원리에서 동기를 얻어 빈곤 퇴치를 위한 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합니다(간추린 사회교리 449항).

 

한편 빈곤국들의 엄청난 외채 역시 빈곤 탈출의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빈곤국들의 외채 위기는 선진국 정부,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선진국 은행들도 책임이 있습니다. ‘국제 차관은 가장 크게 남는 돈놀이’라는 지적처럼 국제 금융기관들은 돈을 빌려주는 데에만 열중했고, 그 결과 70년부터 98년까지 개발도상국가의 총 외채규모는 35배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아프리카의 빈국들의 경우 84년부터 99년까지 국제통화기금에 갚은 돈이 꾼 돈의 4배나 됩니다.  

 

사회교리는 “여러 빈곤국들의 외채 위기 문제를 생각할 때 발전에 대한 권리를 참작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외채 위기에는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나 개인적 행위로 인한 복잡한 원인이 있지만 “그러한 상황에 책임이 없는 가난한 채무국 국민들에게 크나큰 고통을 안겨”주므로 국제 공동체는 이런 사실을 고려하여 “민족들의 존속과 발전을 위한 기본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권고합니다(간추린 사회교리 450항).

 

 

지구촌 빈곤 문제, 신앙 실천 차원에서 관심 가져야

 

2012년 10월 유엔(FAO)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오늘날 전 세계 인구 중 12억 명이 하루 1000원 미만으로 살아가고, 8억7천만 명 이상이 영양실조 상태입니다.

 

해마다 8억8400만 명이 안전한 식수를 얻지 못하고, 5세 미만 어린이 1억 명이 체중 미달이고, 그 중 매년 2500만 명이 영양실조가 원인이 되어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반면에 전 세계적으로 14억의 인구가 비만이나 과체중과 관련된 질병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요?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라는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우리는 지구촌의 빈곤과 기아 문제를 신앙 실천의 차원에서 가까운 이웃 또는 형제의 문제처럼 아픔을 느끼며 관심을 갖아야 할 것입니다.

 

특히 해외원조 기관에 기부와 봉사를 통한 구체적인 나눔과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모든 인류가 한 형제자매로서 더불어 웃으며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보탬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3년 3월호, 박정우 후고(신부, 가톨릭대학교 종교사회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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