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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응급피임약은 낙태약: 누가, 왜 먹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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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7-07 ㅣ No.952

[커버스토리] 응급피임약은 낙태약 - 누가, 왜 먹나?

‘사후피임약’으로 인식되고 있는 심각성 드러나



지난 2002년 판매를 시작한 응급피임약은 13억~17억 판매 규모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07년에는 34억 원, 2010년에는 59억 원어치(62만 팩)가 판매된 것으로 조사됐다. 응급피임약 판매량이 가파르게 증가함에 따라 응급피임약 오남용으로 인한 각종 문제점도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를 비롯한 약사회, 일부 여성단체는 이러한 오남용 방지대책을 내놓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약에 대한 접근성과 낙태 예방 등을 이유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2002년 국내 시판 이후 응급피임약의 사용 실태를 통해 우리 사회 안에서 응급피임약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짚어본다.

 

 

1. 2년간 교제해 온 남자친구가 있는 20대 초반 미혼 여성 A씨. A씨는 그동안 남자친구의 성관계 요구를 거절해왔다. 하지만 기념일을 맞아 남자친구와 술자리를 갖게 됐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술김에 충동적인 성관계를 갖게 됐다. 갑작스러운 관계로 미처 피임하지 못한 A씨는 임신에 대한 걱정으로 다음 날 병원을 찾아 응급피임약을 급하게 처방받아 복용했지만 결국 임신이 됐다. A씨는 낙태를 원치 않지만, 미혼인데다 임신인 줄 모르고 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점이 염려돼 출산을 망설이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들의 모임인 피임연구회(회장 이임순)가 지난 2008년 서울 시내 30개 산부인과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응급피임약 처방실태를 조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례에 제시된 A씨처럼 20대 미혼 여성들의 응급피임약 사용실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응급피임약 처방을 받은 이들 중 미혼여성은 전체의 80%를 차지했으며 연령대로는 20대가 66.7%로 가장 많았다. 이는 20대 여성들에게 응급피임약이 ‘응급’할 때 복용하는 약이 아닌 성관계 후 복용하는 ‘사후피임약’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심각성을 보여준다.

또 일주일 중 응급피임약 처방률이 가장 높은 요일은 주말을 보낸 후 월요일로 94%를 차지했다. 응급피임약 처방이 가장 많은 달은 휴가철인 7~8월이 48.5%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으며 연말인 12월이 22.2%로 뒤를 이었다.

 

 

2.결혼하고 직장을 다니고 있는 B씨. B씨는 아직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다. 그동안 남편과 관계 후 임신이 걱정될 때마다 응급피임약을 복용해왔다. B씨는 가임기에 관계를 갖고 7시간 이내에 응급피임약을 복용했다. 약을 복용한 후 출혈이 있었기에 생리혈이라고 생각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했다. 하지만 이후 오랫동안 생리를 하지 않아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임신 10주. B씨는 아이를 낳을 형편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 낙태를 결심했다.

응급피임약의 피임 효과는 85%로 알려져 있다. 정확한 복약지도에 따라 복용하더라도 100명 중 15명꼴로 임신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게다가 반복적으로 복용할 경우 피임 효과는 더욱더 떨어지게 돼 원치 않는 임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조사에 따르면 응급피임약을 처방받은 여성 중 기존에 응급피임약을 사용해 본 여성들은 10명 중 3명이 23.3%로 가장 높았고 5명이 20%로 그 뒤를 이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응급피임약을 대량으로 처방해 달라는 요구가 빈번하다고 한다.

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 모임(이하 진오비) 최안나 대변인은 “많은 이들이 응급피임약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한 채 약의 피임 효과를 과신해 임신에 이르고 있다”며 “미혼여성의 경우 응급피임약을 복용하고도 임신이 될 경우 대부분 낙태로 진행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응급피임약을 처방받은 여성 10명 중 4명이 낙태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조사결과는 이러한 최대변인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3. 미성년자인 C양은 남자친구와 충동적인 성관계를 가졌다. 피임에 대한 사전지식이 부족했던 C양은 미처 피임을 챙기지 못했다. 주위의 시선이 걱정돼 그 누구에게도 고민을 털어놓기 어려웠던 C양은 인터넷을 통해 응급피임약을 알게 됐다. 다음 날 병원을 찾은 C양은 의사로부터 가임기간이 아니므로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었지만, 불안한 마음에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다.

인터넷에 ‘응급피임약’을 검색해보면 미성년자의 이러한 고민 글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 미성년자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린다. 미성년자들은 주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보를 얻는데, 인터넷에는 응급피임약과 관련된 잘못된 정보도 포함돼 있어 약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줄 우려가 있다.

병원에서는 이런 미성년자들에게 가임기 여부를 판단해 불필요한 복용을 막고 사전 피임을 잘할 수 있는 피임 상담을 하게 된다. 현재 산부인과에서는 응급피임약 처방 시 성생활 시기, 배란일 여부를 통해 복용이 적합한지 진단한다. 더불어 응급피임약의 복용법을 자세히 설명하고 반복적으로 복용 시 피임 효과가 떨어지고 부작용이 늘어날 수 있음을 알리는 한편 앞으로 계획적인 피임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을 병행한다. 이는 미성년자들뿐만 아니라 응급피임약을 처방받기 위해 병원을 방문한 모든 여성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이런 의사들의 노력만으로도 응급피임약의 오남용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는 게 현장에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 2009년 15~24세 3,200명 청소년 대상으로 실시한 성과 피임에 대한 인식과 행태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피임에 대한 정보 출처 중 가장 신뢰하는 곳은 어디냐고 물음에 ‘의사’라고 응답한 답변은 전체의 60%를 차지해 높은 신뢰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응급피임약이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 됐을 시에는 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진오비 최 대변인은 “응급피임약은 지금까지 보고되지 않았을 뿐 부작용 사례가 더 많다”며 “정부는 보고된 부작용만으로 약의 유해성에 대해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에서 응급피임약을 사후피임약으로 잘 못 부르고 있음을 지적하고 “응급피임약은 말 그대로 ‘응급’할 때 복용하는 약”이라며 “응급피임약은 원래 없는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강인숙 위원은 “미국에서는 응급피임약을 복용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치유 프로그램이 있다”며 “응급피임약은 조기 낙태약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번 계기로 이 약의 위험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가톨릭신문, 2012년 7월 8일, 조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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