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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닌 일본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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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2 ㅣ No.36

[세계 교회는 지금] 일본 아닌 일본 교회

 

 

일본 주교회의는 지난 6월 일본의 천주교 신자수가 44만 9927명이라고 발표했으나 교황청은 일본의 신자수를 51만 명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이 차이는 2001년에 일본 주교회의 이주사목위원회가 일본의 신자수를 89만 5000명으로 본 것에 비하면 작은 것이다. 이주사목위원회 통계에는 외국인이 포함돼 있다. 통계로만 보자면 일본 교회는 일본인 신자수와 외국인 신자수가 거의 반반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교구는 아예 일본인 신자보다 외국인 신자가 더 많다.

 

우라와 교구 신자의 80퍼센트는 외국인이며, 브라질인이 절반을 조금 넘는다고 한다. 필리핀인과 일본인이 약 18퍼센트와 19퍼센트로 거의 비슷하다. 오히려 일본인이 소수인 것이다. 마침 우라와 교구의 다니 다이지 주교는 주교회의 이주사목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렇게 외국인이 많아지면서 지난 10년 사이에 우라와 교구는 완전히 변했다고 한다. 다니 주교에 따르면 굼마현에 있는 누마타 교회의 한 공소는 미사에 10명도 오지 않아 결국 1985년에 사제관만 남고 허물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약 50명의 필리핀인 신자들이 이 지역에 오면서 이곳 교회도 활기를 되찾았고 3년 전에는 늘어나는 신자를 수용하려고 조립식 교회를 짓기에 이르렀다.

 

다니 주교에 따르면 이주자 대부분은 일본에 영구 거주할 것이며, 이제 이들이 빠진 교회는 상상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우라와 교구는 이 현실에 적응해 가고 있다. 2000년에는 13년 만에 처음으로 한 사제가 서품을 받았는데, 그는 곧바로 브라질로 파견돼 2년간 브라질어를 배우고 사목훈련을 받았다. 다른 사제들도 영어를 배우고 미사를 영어로 집전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주교회의 사회문제부장인 이시가와 하루코 수녀(성심수녀회)도 일본 교회 안에 외국인이 늘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녀는 UCAN 통신에 “최근 교회 여름 캠프에 참가하려는 한 여자를 만났는데, 참가 학생 20명 대부분이 필리핀 여자들의 자녀라는 말을 들었다. 20년이 지나면 이 어린이들이 그 본당의 지도자가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니 주교는 주교회의에서는 신자수를 계산할 때 본당에 등록된 신자수를 기본으로 했다고 지적하면서, 외국인은 대체로 이민관련 법규 위반으로 붙잡힐까 두려워 본당에 등록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빠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자기가 맡은 우리와 교구는 교황청에 별도 보고서를 보내 외국인 신자의 추정 숫자를 포함시킨다면서, 이는 교구 관할지역에 사는 모든 신자들에게 사목적 보살핌을 제공해야 한다는 교회법상 의무의 일부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신자수를 계산하는 데 따른 이런 어려움말고도 몇몇 교구에서는 외국인 신자수 보고를 주저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왜냐하면 각 교구가 주교회의에 내는 분담금이 신자수를 기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외국인을 신자수에 포함시키면, 더 많은 교구 분담금을 내야 한다.

 

이 글에서 말하는 브라질인은 정확하게 말하자면 대부분 일본계 브라질인들이다. 1980년대 후반 이후에 브라질로 이민간 일본인 후손들이 일본에 많이 돌아와 미숙련 외국인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거의 100년 전에 농장노동자로 이민을 떠났던 일본인들의 후손으로 대부분 남미에서 태어났으며 외형상으로는 일본인과 똑같지만 문화적으로는 브라질인이다.

 

일본 법무성이 발표한 통계에는 2000년도에 외국인이 170만 명 등록되어 있으며, 이는 전체 인구의 1.3퍼센트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한국인(재일교포)가 63만 6000명으로 제일 많고 중국인이 33만 6000명으로 두 번째, 그리고 브라질인과 필리핀인이 25만 명과 14만 5000명으로 그 뒤를 잇는다.

 

한편 이런 일본 교회의 상황을 반영하듯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98년에 당시 요코하마 교구장이던 하마오 후미오 주교(스테파노)를 교황청 이주사목위원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9월 28일 교황은 새로 추기경 30명을 발표하면서 하마오 대주교를 포함시켰는데 아시아에서는 인도의 텔레스포르 토포 대주교(란치 대교구)와 베트남의 팜민만 대주교(호치민 대교구)도 추기경에 임명되었다.

 

일본 교회에서는 하마오 후미오 대주교를 추기경으로 서임한 것은 하마오 대주교가 교황청 이주사목평의회 위원장으로서 이끌고 있는 이주사목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주사목위원회는 이주자와 난민, 선원, 곡마단원과 집시, 여행자 등을 위한 사목활동을 한다.

 

시라야나기 세이이치 추기경(75세)은 UCAN 통신에 하마오 대주교가 추기경에 서임되는 것은 “교황 성하가 이주자를 위한 사목을 매우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시라야나기 추기경은 올해 도쿄 대교구장직에서 은퇴했으며, 하마오 추기경은 시라야나기 추기경의 보좌주교를 지낸 적이 있다.

 

또한 한국의 문규현 신부가 1989년에 방북할 당시, 아시아 주교회의연합 인간발전사무국(FABC-OHD) 의장을 맡고 있던 하마오 주교는 총무인 문 신부가 임수경을 위해 방북할 수 있도록 허락하기도 했다. 시랴야나기 추기경은 과거 한국의 민주화 운동이나 인권문제에도 관심이 많았으며, 일본 교회가 과거 군국주의 시절에 저질렀던 신사참배 등의 잘못을 반성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하마오 추기경은 1930년 3월 9일에 도쿄에서 태어나 1957년에 사제 서품을 받았다. 그는 1970년에 도쿄대교구 보좌주교가 되었으며, 1980년에는 요코하마 교구 주교가 되었다. 이어 1998년에 그는 교황청 이주사목평의회 위원장으로 임명됨으로써 동아시아 주교로서는 처음으로 교황청 고위인사가 됐다.

 

그가 요코하마 교구장이었을 때 요코하마 교구에는 베트남 난민을 비롯해 브라질과 필리핀 이주자 등이 많이 늘어났다. 이에 그는 1990년에 외국인 거주자를 위한 사목계획을 만들고 이를 실행했다.

 

현재 요코하마 교구를 맡고 있는 우메무라 마사히로 주교는 UCAN 통신과 인터뷰에서 전임자인 하마오 대주교가 추기경이 된 것은 교구의 영광이라고 했다. 우메무라 주교는 “하마오 대주교는 교황청 이주사목위원장이 된 뒤에도 명함에 ‘요코하마 교구 명예주교’라고 써왔다.”면서 “이는 그가 요코하마 교구 신자들을 위해서도 일해왔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요코하마시는 도쿄 서남쪽에 있다.

 

하마오 추기경은 일본 교회에서는 다섯 번째 추기경이 된다. 생존해 있는 시라야나기 추기경 말고, 도이 다츠오 추기경(도쿄 대교구), 다구치 요시고로 추기경(오사카 대교구), 사토와키 아사지로 추기경(나가사키 대교구) 등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경향잡지, 2003년 11월호, 박준영 요셉(아시아 가톨릭 뉴스(UCAN) 한국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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