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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기도 배움터: 기도 시간 내기가 왜 이리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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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1-24 ㅣ No.759

[기도 배움터] 기도 시간 내기가 왜 이리 어려울까?

 

 

제가 아는 어떤 수녀님의 솔직한 고백이 떠오릅니다. “공동체와 함께 정해진 기도 시간에 기도하는 것은 너무나도 좋은데, 개인적으로 기도시간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기도 시간을 마련하는 것은 그리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저는 사제생활을 하면서 기도의 이 부분에 대해서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기도가 무엇인지 아무리 잘 알아도,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아무리 잘 안다고 해도, 기도하기 위해서 시간을 내지 않는다면, 자리에 앉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 문제는 정확히 기도의 필요성이라는 문제와 맞물려 있습니다. 그래서 기도에 관한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는 ‘기도가 나에게 꼭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이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기도를 성실하게 하기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기도를 통해서 하루의 삶을 하느님께 비추임을 받지 못해도, 기도 없이 내가 살아가는데도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한다면, 내가 기도를 계속적으로 하게 될까요? ‘나에게 정말 기도가 필요한가? 기도가 없으면 나의 삶은 의미가 없는가?’ 하는 점을 잘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기도가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면, 이제 우리는 기도 생활에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하는 기도가 전반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하는 것을 생각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예비신자분들과 교리를 하면 시작기도로는 ‘아침기도’를, 마침기도로는 ‘저녁기도’를 바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기도를 어떤 음색과 빠르기와 마음으로 바치는가 하는 것을 전수하기 위해서였고, 세례 후에도 신자로 살아가면서 아침저녁 기도를 꼭 바쳤으면 하는 마음에서였습니다. 몇 번 기도를 함께 바치다가 그 의미를 대략적으로 설명해드립니다.

 

아침기도는 처음에 성호경을 하고, 하느님의 자녀로서 바치는 주님의 기도를 바칩니다. 그리고 이어서 주님께 나를 봉헌하는 봉헌기도를 바치지요. 그리고 나서는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와 흠숭을 바치면서 그날 하루의 생각과 말과 행위를 주님의 평화로 이끌어주시길 기도합니다. 이렇게 하느님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기도가 바로 아침기도입니다.

 

저녁기도 시간은 하느님과 함께 시작한 하루를 어떻게 살았는가를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성호경을 하고는 첫 번째로 반성기도를 합니다. 그러고 나서 잘못한 부분에 대해 뉘우치며 통회기도를 하지요. 이어서 우리가 믿는 바의 것에 관한 신덕송, 우리가 바라는 바, 희망에 관한 것인 망덕송, 그리고 그런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관한 애덕송을 바칩니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베풀어주신 사랑에 감사드리고, 주님의 강복을 청하며 기도를 마칩니다.

 

이 아침기도와 저녁기도는 하루를 주님과 함께 시작하고 주님과 함께 마치는 아주 중요한 기도입니다. 그런데 고해소에서 기도를 소홀히 했다는 말씀을 적지 않게 듣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이런 말씀을 들으면 아침기도를 왜 못하느냐고 일부러 묻기도 합니다. 아침에 바쁘고 시간이 없어서 못하셨다고들 하지요. 그런데 아침기도를 하는데 엄청난 시간이 걸리는 것은 아니지요. 5분도 안 걸릴 겁니다. 5분 내기도 힘들 정도로 바쁘다면 방법이 있습니다. 10분정도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의지의 문제인 것이지요. 하느님과 함께 시작하는 하루와 나 혼자 정신없이 시작하는 하루는 너무도 다르지 않을까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우리나라에 오셨을 때, 그분의 기도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시면서도 교황님은 따로 기도하는 시간을 찾으셨습니다. 잠을 줄이고 이른 아침시간에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시간도 함께 해주시길 누군가가 청하자, 이 시간은 하느님께 봉헌하는 시간이라고 하시며 그 청을 정중하게 거절하셨다고 합니다. 우리에게도 이런 노력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거지요. 아침기도 시간을 낼 수 없다면 아침을 조금만 더 일찍 시작하고, 하느님께 잠깐의 시간을 봉헌하시기 바랍니다. 마음을 정하면 가능합니다.

 

저녁기도가 의외로 건너뛰기가 쉽습니다. 가정주부들의 경우에는 식구들을 위해 식사 준비를 하고, 식사 후에는 빈 그릇을 치우고 나면 또 텔레비전의 유혹도 있지요. 정신없이 이것저것 하다보면 저녁기도 하는 것을 잊어버려서 못하게 되는 거지요. 그래서 저녁식사 준비를 하기 전에 저녁기도를 바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면 너무 빠르지 않느냐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러면 저는 신학교 저녁기도 시간도 5시 30분이라고 말씀을 드립니다. 직장 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저녁에 이런저런 모임에 참석하면서 기도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모임에 출발하기 전에, 일을 다 마치고 잠깐 시간을 내서 기도하는 것은 어떨까요?

 

신학교에서는 기도시간 10분 전에 종을 쳐줍니다. 그러면 5분 전에 도착해서 기도 준비를 하게 되지요. 하루는 어떤 형제가 자신이 기도시간 5분 전에 딱 맞춰서 도착하려는 안 좋은 습관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어왔습니다. 그래서 기도 시간을 알리는 종을 치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말을 해 주었습니다. 사실 기도 전에 종을 치는 것은 이제 하느님께로 향할 시간이 되었고, 하던 일을 바로 내려놓고 하느님의 집으로 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요. 그런데 그것이 마냥 의무적인 것으로만 다가온다면, 종소리가 나기 전에 기도하러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내가 의식적으로 하느님을 향하는 시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 조그만 노력이 우리의 삶을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바꾸어주는 거지요.

 

묵상

 

+ 한 달을 지내면서 내 삶에 기도가 꼭 필요한가 생각해 보고, 자신의 기도 시간을 찾고 유지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합시다.

 

+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말씀을 기억합시다. “그리스도인은 기도하는 그 만큼 그 가치가 있다. 기도를 적게 하는 사람은 그만큼 가치가 적고, 기도하지 않는 사람은 가치가 없다.”

 

* 최규화(요한 세례자) 신부는 2000년 사제 수품 후, 2009년 로마 그레고리오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교의 신학)를 취득 하였다. 현재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신부로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외침, 2016년 1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글 최규화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교의 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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