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술ㅣ교회건축
유럽 현대 성당 탐방3: 성미술과의 만남 - 실용적인 현대 건축에 아름다운 예술품 더하니 금상첨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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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현대 성당 탐방 (3) 성미술과의 만남 실용적인 현대 건축에 아름다운 예술품 더하니 금상첨화
- 샤갈 작 ‘홍해를 건너는 이스라엘 백성’ 프랑스 아시성당.
2003년에 이어 15년 만에 다시 떠난 현대 성당 건축 탐방은 한마디로 ‘눈이 아닌 가슴으로 보고 느낀 여정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유럽 현대 성당 건축과 미술은 예술의 힘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잘 보여줬다.
프랑스의 아시성당은 15년 전에 가봤으니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루오의 거친 유약 선이 가득한 예수님 유리화에 손을 대보고, 그 옆 세례당에 있는 샤갈의 ‘홍해를 건너는 이스라엘 백성’을 보는 순간 깊은 감동이 밀려왔다. 역시 작품은 훌륭했다. 쟝 뤼르사의 요한 묵시록의 여인과 용을 그린 커다란 직조물도 다른 미술품들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건축 외벽을 장식한 레제의 작품은 강렬한 선이기에 앞에 세워진 돌기둥들의 육중함과 어울릴 수 있었다. 마티스나 보나르 작품들도 아름다웠다. 각자의 미술 세계와 예술성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성미술품들은 미술관이 아닌 성당 안에서도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좋은 성미술이란 역시 좋은 미술가가 만들어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 네비게스의 마리아 평화의 모후 순례성당에서는 그 과감한 건축 형태 속에서 성모님을 상징하는 붉은 장미 문양 유리화들이 콘크리트벽의 회색과 대비를 이루며 성전 내부의 색과 빛의 양을 조절하고 있었다. 장미 문양이 제대 강론대 전례 의자에도 있었고 지하 소성당에도, 심지어 성당 외벽에도 있었다. 성당 내부 뒤쪽 경당에는 생명나무 ‘마리아의 기둥’ 조각 중간에 성당이 지어지게 된 기적의,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상이 새겨진 동판이 모셔져 있었다. 건축은 그리스도께 나아가는 역동적 순례의 모습과 하느님의 도성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성미술에서는 성모님께 드리는 깊은 신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 독일 네비게스 마리아 평화의 모후 순례성당의 유리화가 있는 공간.
뮌스트슈바르작 수도원에서 새벽 기도 시간에 참여하고 알빈 신부님의 40주기 기념식에 참가했다. 양옆 경당에 전시한 신부님 작품들은 성경 해석이 명쾌하면서도 묵상적으로 표현돼 있어 깊은 감동을 받았다. 참으로 어려운 시기에 고난을 겪으시고도 다시 한국으로 오셔서 20년의 세월 동안 그 많은 작품을 남기셨음에 감사와 존경을 드린다. 데사우의 바우하우스에선 지금도 건축 곳곳에서 바우하우스가 추구하던 디자인의 실용성과 아름다움의 조화를 발견할 수 있었다.
라이프치히에선 2015년 지어진 삼위일체성당에 가봤다. 간결한 흰색 벽에 사방 길이가 같은 그리스풍 십자가가 제단 뒤에 걸려 있었다. 예수님의 몸체가 없이 연속적인 문양으로만 장식돼 있었고, 오른쪽에 있는 성체조배실 겸 경당에도 서 있는 십자가를 빼고는 감실과 그 주변이 다 같은 문양으로 돼 있었다. 독일 북부에는 개신교의 세력이 가톨릭을 넘어선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새 성전의 느낌도 우리 교회와 많이 달라 무척 현대적이며 개념 미술의 느낌이 강했다.
뮌헨에 있는 예수성심성당은 못이 가득 그려진 유리판으로 사각의 성당을 만들고 내부에 나무 루바를 설치해 빛 조정을 한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14처는 예루살렘 십자가의 길을 처마다 사진으로 찍어 걸어놓았고, 감실은 제단 뒤에 발처럼 늘어뜨린 금속 재료와 어울리게 가는 금속으로 만든 구조물 안에 설치해 놓았다. 건축의 공간과 어울리는 투명한 공간을 만들어 시각적으로 감실의 무게감을 덜어냈다.
성 비오 매겐성당에서 본 것은 반투명 대리석 벽체의 아름다움이었다. 이곳 역시 감실이나 제대 등은 간결한 디자인이었다. 반면 소성당에는 뒷벽 전체를 가로지르는 표현적 기법의 14처가 한 판 위에 그려져 있었다.
- 스위스 무띠에 성모성당의 세례대.
무띠에의 우리 마을의 성모성당은 공동체와 사제, 건축가, 예술가의 협력으로 이뤄진 성당이다. 알프레드 마네시에의 성당 뒤 상부 유리화 ‘성모님의 망토’와 세례대 주변의 창 ‘주라산맥의 수정 같은 물’ 유리화는 추상적이지만 너무도 충분한 표현이라 생각했다. 조르즈 앙리 아담스의 타피스트리와 제대, 모든 제단 부분과 감실, 세례대 등에 걸친 신선하고 방대한 흑백의 작품들도 아름다웠다. 다만 처음에 없었던 소리 울림을 막기 위한 구조물이 제단 윗부분에 설치돼 있어서 아쉬움이 있었다.
롱샹성당과 라투렛수도원의 피흐미니성당은 르 코르비지에 작품들로, 빛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색을 과감히 더해 환상적인 공간을 만들었지만, 성미술품은 모두 간결하게 돼 있었다. 건축의 모던함과 과감한 예술적 표현들 말고도 좋은 성미술이 함께 있었으면 어떠했을지 생각하게 됐다.
멋진 벽돌 조적의 원통형 성당 모양을 한 에브리성당에는 김인중 신부님의 유리화가 설치돼 있다. 제단 앞 십자고상은 단순하면서도 성전 내부의 중심을 잘 잡고 있었고, 제단 후면 흑백의 유리화와 검은색 바닥, 흰 대리석으로 된 제대와 감실의 흰색은 주위 벽돌의 붉은색을 중화시키고 있었다. 설치된 조각들도 모두 정성껏 만든 좋은 작품들이었다. 건축과 성미술이 조화를 이뤘다.
이번 탐방에서는 건축이 그리도 멋진 성스런 공간들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좋은 성미술품은 정말 소중한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 혁신적인 건축도 허락한 교회에 찬사를 보낸다.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건축의 성당이 많이 지어지고 미술가들도 아름다운 성미술품을 만드는 데 힘써 예술로 주님을 찬미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9월 23일, 김형주 이멜다(서울가톨릭미술가회 운영위원, 124위 복자화 제작자)] 0 2,560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