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교육ㅣ심리ㅣ상담

[상담] 건강한 그리스도인: 냉담하는 자녀들 때문에 고민입니다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8-10 ㅣ No.219

[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냉담하는 자녀들 때문에 고민입니다

 

 

궁금해요 : 저는 50대로 결혼한 딸을 둔 여성입니다. 살면서 특별히 어려움을 겪은 시기인 10여 년 전 신앙을 가졌습니다. 딸도 부모를 따라 세례를 받았고 그 딸이 결혼할 때 비신자였던 사위도 세례를 받았습니다. 제가 세례를 받으라고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사위는 신앙이 있어서라기보다 장모인 제가 좋아할 것 같아 세례를 받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결혼 전까지 신앙생활을 꾸준히 하던 딸이 결혼 후 딸과 사위 모두 성당을 다니지 않고 있습니다. 일상이 힘들고 아기를 키우느라 주일을 지키기 어렵다는 핑계도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사위가 신앙이 없고, 사위와 부부 사이가 좋은 딸은 일요일에 아이와 남편을 두고 혼자 성당 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이럴 때 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요?

 

 

대답입니다 : 어느 할머니께서 며느리 성화에 못 이겨 예비신자 교리반에 나왔습니다. 세례 전 교리 시험날이 가까워지자 불안함을 느낀 며느리는 어머니에게 특별 과외를 시작했습니다. “어머니, 신부님께서 하느님이 누구시냐고 물으면 꼭 ‘아버지’라고 답하셔야 해요!”. 교리시험 날 신부님께서는 며느리의 예상대로 같은 질문을 할머니에게 드렸습니다. 할머니는 자신 있게 답했습니다. “하느님은, 우리 사돈이십니다. 며느리가 그분을 ‘아버지!’, ‘아버지!’ 하고 부르니까요”. 

 

저마다 신앙을 접하는 계기는 무수히 많습니다. 하지만 그 상태로 머무르게 되면 신앙은 생명력을 잃게 됩니다. 따라서 신앙을 갖게 되는 계기만큼이나 신앙이 성장하게 되는 계기 역시 매우 중요하고 또 다양합니다. 특별한 이유도 없고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서 신앙을 갖게 되지는 않았더라도 신앙이 성장하는 계기를 잘 만나게 되면 훌륭한 신앙인이 될 수 있습니다. 사목 현장에서는 ‘사돈어른’ 하느님을 만난 할머니 같은 분이 나중에는 며느리를 이끌게 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성경이나 성인전에서는 신앙이 없거나 부족했던 사람이 갑작스럽게 어떤 계기로 신앙이 좋아지는 경우들이 소개되지만 그러한 일들이 흔히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신앙의 자극들이 은은하게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때 그런 계기들이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신앙의 자극들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주느냐 하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그런 자극을 교회에서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신앙에 대한 설문조사들은 정반대의 사실을 말해줍니다. 곧 “교회로부터 신앙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고 답한 사람들은 5% 정도에 그치고 90%가 “가정과 부모로부터 성장한다”고 답했습니다. 결국 자녀들을 향한 신앙의 가장 큰 자극의 몫은 자매님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자매님께서 지니신 신앙이라는 가치가 어느 정도로 자리매김 되어있는지를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신앙교육에 무관심한 이유는 신앙에 대한 자기 확신이 부족한 탓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말로는 신앙을 말하지만 삶으로는 돈, 명예, 출세, 성공이라는 가치들을 전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부모와 자녀들 사이의 소통 가운데 5% 정도만이 말에 의해서일 뿐 실제로는 표정과 눈빛, 행동에 의한 것입니다. 그것들 모두가 자신이 소유한 가치로부터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기에 참으로 두려운 일입니다. 

 

둘째는 자녀들과 평상시에 ‘가치 있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셨으면 좋겠습니다. 처음부터 신앙의 가치들이 아니라 봉사, 배려, 정의 등과 같은 가치들에 대해서 서로 나누고 실천하다 보면 신앙이라는 가치에 점점 다가서게 될 것입니다. 특별히 어린 자녀를 기르고 있는 딸 부부에게 출퇴근 때에 아이에게 축복해주면서 성호를 그어주도록 하는 방법도 가정에 신앙의 문화를 만드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자매님, 딸 부부가 신앙생활을 하는지의 여부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어떤 가치들로 세상을 살아가느냐 하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께서 자매님을 통해 신앙이라는 가치가 자녀들에게 흘러들어 가도록 바라시니 그런 하느님 선물의 좋은 통로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문의 : 이메일 info@catimes.kr 을 통해 김인호 신부님과 상담하실 수 있습니다.

 

[가톨릭신문, 2014년 8월 10일, 김인호 신부(대전가톨릭대 · 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



1,933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