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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예수님께서 십자가 지심을 묵상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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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0 ㅣ No.274

[레지오의 영성] 예수님께서 십자가 지심을 묵상합시다



사람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눈은 흰 부분과 검은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왜 검은 부분으로 사물을 보고 세상을 보는 것일까? 그것은 세상을 어두운 면에서 보는 편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세상의 밝은 면만 보고 너무 낙관적이 되지 않도록 창조의 섭리로 배려하신 거라고 한다.

십자가의 이치도 이와 마찬가지다. 모든 이에게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했던 예수의 십자가상 죽음은 그를 따르던 많은 이들에게 실망과 좌절과 패배감을 안겨주었다. 왜 하느님의 아들이 십자가의 어둠속에 버려져 처절한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는지 아무도, 그 분의 제자들마저도 깨닫지 못하였다.

제주교구에는 사제와 성소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로사리오회’ 라는 모임이 있다. 이 ‘로사리오회’는 아주 오래전 뜻있는 신자들이 자주 모임을 갖지는 못하더라도 5명이 묵주기도 1단을 각기 매일 바침으로써 5단이 되고 기도 속에 서로의 정과 관심을 갖자는 취지에서 모인 모임이다.

나는 신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고등학교 때부터 가톨릭 학생회 활동을 하며 같이 지내던 동기생끼리 40여 년 동안 로사리오 4기모임을 해 오고 있다. 사제로서 매일 성모님께 지향을 두고 묵주기도를 바치지만 로사리오 회원들의 기도에서 어느 한사람이라도 빠지면 완전한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나는 내가 맡은 고통의 신비 4단을 빠짐없이 더 바친다.

사목 활동을 하다가 힘들고 속상할 때는 고통의 신비 중에 “십자가 지고 가심을 묵상합시다”라는 내용이 더욱더 가슴에 와 닿는다.


우리를 위하여 몸소 그 길을 가셨다

십자가! 실제로 우리는 십자가의 길을 걷게 되지 않기를 하느님께 기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많은 신자분들이 삶의 무게에 짓눌려서 하느님을 찾으며 몸과 마음의 평화를 갈구한다. 우리는 인생의 고난 길에서 만나는 어려움 앞에서 끝까지 인내하기보다 하느님께서 그 고난을 없애 주시기를 청한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삶의 무게를 가볍게 해 주시기보다는 거부하지 말고 그 십자가를 지고 따를 것을 우리에게 바라신다.(마태오 16, 24) 그리고 우리를 위하여 몸소 그 길을 가셨다.

우리는 이천여 년 전에 있었던 주님의 십자가 죽음으로 십자가의 죽음이 결코 절망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의 시작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길을 가신 예수님이야말로 우리의 구세주임을 믿고 고백하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레지오를 했다. 멋모르고 시작한 레지오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묵주기도 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중학교 때와 고2 때까지 레지오를 계속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레지오와는 친숙하고 본당 사목에서도 레지오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는 편이다.

요즘 들어 매주 금요일 오전마다 나의 하루를 신나게 하는 일이 있다. 레지오 주회실에 강복을 주러 갈 때면 어느 한 쁘레시디움에서 ‘엘리사벳’이라는 자매님으로부터 정성껏 마련한 간식을 선물 받는다. 강복을 주고 나서 단원 전체가 “신부님 사랑해요!” 하며 하트 모양을 머리 위에 그리며 저에 대한 사랑을 표현할 때면 나도 “사랑합니다!” 하며 웃으며 응답하고 나온다. 어느 때부터인가 금요일은 늘 기다려지게 될 정도로 기분이 좋은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을 굳게 믿은 성모님

본당에서 활동하는 단체장들 중에서도 제일 수고하며 매일 십자가를 지고 속상해 하면서 성모님께 묵주기도를 수 없이 바치며 애쓰시는 분들이 레지오 단장이라고 생각한다. 레지오 단원들을 위해 얼마나 노심초사 하는지... 더러는 레지오 단장을 못하겠다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때마다 나는 주님께서 당신께 주진 십자가이니 참고 견디라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 본당에서는 모든 단원들이 레지오 단장의 수고로움을 알게 하기 위해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임을 하지 않도록 하고 임기 3년이 끝나면 될 수 있는 대로 다른 간부나 단원이 단장을 맡도록 권하고 있다.

성모 어머님이 모든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간직하며 끝까지 당신이 바라는 길을 갈 수 있었던 이유는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을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성모 어머님을 우리의 어머니로 모시고, 우리를 위해서 기도해 주시기를 청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주님의 뜻이라는 말씀에 인간적인 모든 것을 접어놓고 전 생애를 봉헌했던 그 신앙이 모든 여인 중에 가장 복된 여인으로 성모마리아를 칭송하게 하는 것이다. 특히, 레지오 단원으로서 단장이나 간부를 하라고 할 때 성모님의 군대로서 충성을 다 할 것을 약속하며 제대로 잘 따르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충실한 성모님의 군사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탈무드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 노인이 뜰에서 묘목을 심고 있었다. 지나가던 나그네가 노인에게 “당신은 그 나무에 언제쯤 열매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하고 묻자, 그 노인은 “이삼십년 후에 열리겠지요. 그것은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나의 아버지께서 심어 두셨기 때문입니다. 나도 내 아들을 위해 그와 똑같은 일을 하는 것입니다.”하고 대답했다.

노인이 아들을 위해 언제 열릴지도 모르는 과일 나무를 심듯이 한국 교회의 발전을 위해 한 알의 씨앗이 된 많은 레지오 단원들의 노력과 성모님의 도우심이 있기에 오늘날 이만큼 성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레지오 단원들 역시 오로지 성모님과 예수님의 이름에 희망을 걸며 충실한 성모님의 군사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태오 16,24)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2년 7월호, 
양영수 베드로(신부, 제주교구 신제주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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