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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사목] 관광사목은 교회의 신앙 서비스: 대천해수욕장본당 주임 윤병권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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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2 ㅣ No.81

관광사목은 교회의 신앙 서비스 

 

[사목 인터뷰] 대천해수욕장본당 주임 윤병권 신부

 

 

많은 사람이 뜨겁게 내리쬐는 뙤약볕을 피해 산과 바다를 찾는 피서철이다. 불황의 늪에 빠진 탓에 시름을 앓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으나 주머니를 줄이고 줄여서라도 한여름철의 삼복더위를 피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비단 피서철이 아니라 하더라도 주 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서 주말을 이용해 관광지를 찾는 발길이 더욱 늘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교회는 관광사목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그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나 아직 여러 가지로 미흡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서해안의 최대 피서지인 대천해수욕장에서 4년째 관광사목을 하고 있는 대전교구 대천해수욕장본당 주임 윤병권 요셉 신부(40세)는 관광사목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교회의 신앙 서비스'를 거듭 강조하였다.

 

 

해수욕장을 다녀가는 신자들에게 사목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대천해수욕장본당은 말 그대로 전형적인 관광사목을 위한 성당인데, 설립 배경과 이용객의 현황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곳 대천해수욕장은 한 해에 1천만 명이 찾는, 우리나라 서해안 최대의 관광지이지요. 이 가운데 우리 신자들이 1백만 명에 육박할 것인데, 바로 이들에게 사목 서비스를 하려는 게 우리 본당의 설립 목적입니다. 교구장 주교님께서는 관광사목을 위해 일찍이 이곳 해수욕장에 땅을 매입하셨고 1999년 8월에 저를 파견하셨지요. 제가 본당신부로 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여름철 주일에만 대천본당의 신부님이 이곳을 찾아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이 자리는 본래 교육청의 수련원이었는데, 본당 설립과 동시에 성당을 새로 지으려 했으나 건축비가 만만찮아서 기존 건물의 내부를 개조하고 겉을 덧씌운 것이지요.

 

주일미사에는 평균 150명이 참례하는데, 우리 본당 신자들은 30-40명에 불과합니다. 이곳에도 신자가 제법 있으나 대부분 주말을 이용해 장사를 하시는 분들이라 성당에 나오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곧 닥칠 여름철의 성수기에는 미사 참례자가 300명이 넘어요. 그런데 가만히 계산해 보니, 여기 해수욕장을 다녀가는 신자들 가운데 겨우 1%만이 미사에 참례하는 꼴입니다. 저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겠지만 관광객들에게 우리 성당이 할 수 있는 서비스는 모두 찾아서 할 생각입니다.

 

 

이곳 성당을 '요나 성당'이라 하는데 구약성서의 요나서에서 따온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요나서의 내용을 통째로 옮겨놓은 것이라 보시면 됩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성당 외형은 하느님의 명을 거역하고 도망치던 요나가 갇혔던 고래의 모습입니다. 해수욕장으로 들어서면 멀리서도 눈에 잘 띄는 높은 철탑은 고래의 물줄기 모양으로 요나에게 그늘을 만들어주었던 아주까리나무이며, 그 꼭대기에 매단 육각면체는 아주까리나무의 씨를 상징하지요. 

 

이곳 해수욕장은 먹고 마시고 노는 휴양지로 요나서에 나오는 니느웨와 비슷합니다. 그 안에 우리 성당이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사람들은 고래 뱃속에서 미사를 드리고 또 며칠을 지내는 동안 요나처럼 회개를 통한 구원을 묵상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요나서의 메시지를 담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성당을 설계한 건축 설계사의 아이디어가 큰 밑거름이 되었지요. 바다를 상징하는 모양이 좋겠다는 저의 뜻에 따라 설계사가 요나서를 읽고 며칠 동안 묵상한 다음 고래 모양의 디자인을 해온 것입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성당 명칭을 '요나 성당'이라 하고, 성당의 모든 부분을 요나서에 맞추어 꾸며왔지요. 

 

 

성사 서비스와 관광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요나 성당에서 베푸는 '서비스'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입니까?

 

크게 두 가지로 말할 수 있는데, 첫째는 성사 서비스이지요. 지금은 교회가 신자들에게 서비스해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심신의 피로를 풀려고 찾은 이곳에서 신자로서의 본분을 다할 수 있도록 주일은 물론 평일에도 관광객의 편의에 맞추어 아침저녁으로 미사를 봉헌합니다. 24시간 개방하는 성체조배실도 갖추고 있지요. 개인적으로 신앙 상담을 원하는 분들께는 언제든지 응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관광 서비스로 성당 내에 콘도형의 가족 숙소와 단체 숙소를 마련해 놓아 동시에 여덟 가족이 사용할 수 있고, 또한 단체 숙소는 100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어요. 집을 떠나면 잠자리만이 아니라 먹을거리 문제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닌데, 값싸고 맛있는 음식점도 상세하게 알려드립니다. 음식의 품질과 서비스가 어느 정도인지 이미 제가 직접 답사까지 해보았지요. 한마디로 우리 성당의 안내를 받으면 '바가지' 걱정은 없어요. 또한 이곳 해수욕장 주변의 명소나 관광지까지 거의 다 다녀보아서 실제 소요시간이나 볼거리 등을 중심으로 관광 스케줄을 잡아주기도 합니다.

 

해마다 음악 연주회와 전시회도 네다섯 차례 열고 있는데, 지금까지 10회 이상의 공연을 가졌지요. 이러한 공연은 비단 관광객뿐 아니라 평소에 문화생활을 접하기 힘든 이곳 지역 주민들에게도 좋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번 여름에는 8월 2일과 14일 저녁에 세계적인 음악가의 색소폰과 아코디언의 연주회를 마련해 놓고 있어요. 성당을 지을 때부터 이런 공연을 염두에 두고 내부를 꾸몄습니다. 우리 성당은 업종으로 치자면 서비스업인데, 숙소의 서비스에서 생기는 수입을 연주회 등의 문화행사에 환원하고 있는 셈이지요.

 

 

성당에서 숙소를 운영하는 것 때문에 민박업을 하는 이 지역 주민들의 원성을 사지는 않습니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몇몇 민박집들과는 공생관계로 보는 것이 더 좋습니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우리 성당과 잠자리와 먹을거리 등의 조건이 맞지 않을 때에는, 예를 들어 가족 단위는 취사가 가능하나 단체객은 직접 취사가 아니라 이곳의 단체 식당을 이용하게 하는데 이러한 조건이 상충할 때에는 민박집들을 소개해 주지요. 이제는 신자들이 모여있는 데로 교회가 찾아나서야 합니다.

 

 

한국교회 관광사목의 현주소는 어느 수준이라고 보십니까?

 

여가를 즐기고자 하는 추세에 교회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한국교회 전체적으로 주일미사 참여율이 30%를 밑도는데, 주일에 성당을 찾지 않는다고 가만히 앉아서 걱정만 할 게 아니라 신자들이 모여있는 데로 찾아나서야 합니다. 그게 바로 관광사목입니다. 우리 신자들이 여가 문화를 잘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거지요. 강요하는 신앙생활이 아니라 신앙생활에 관심이 멀어지지 않도록 여건과 분위기를 조성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믿지 않는 많은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려는 노력도 계속해야겠지요.

 

저는 이곳에서 지내면서 "감사합니다."라는 소리를 참 많이 듣습니다. 놀러 가서도 주일미사에 참례할 수 있으니 심적 부담감을 덜 수 있어서 고맙다는 얘기들이지요. 우리 신자들은 다른 무엇보다도 주일미사를 궐하면 큰 죄책감을 가지는 게 사실이거든요. 이제 이곳을 자주 찾는 마니아 수준의 단골들도 꽤 많아요.

 

우리나라 관광사목의 전체적인 평가를 내리기에는 조금 주제넘지만, 관광사목을 지금보다 더욱 활성화시키려면 무엇보다도 교구간의 벽을 허무는 일이 앞서야 할 것입니다. 관광사목의 주된 수혜자는 도회지 사람들이지 않습니까? 따라서 서울대교구나 수원교구 같은 규모가 큰 교구에서 더 많이 투자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대표적인 관광지부터 하나하나 관광사목을 위한 전진기지인 성당을 설립하는 것이지요.

 

 

주 5일 근무제의 확산에 따른 관광객의 증가를 체감하실 수 있는지, 그리고 해마다 반복되는 특징적인 모습을 소개해 주십시오.

 

조금 늘기는 했어도 저희 성당에는 별로 차이가 나지를 않아요. 그러나 바로 옆에 있는 콘도를 보면 주 5일 근무제에 따른 변화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저희 성당의 숙소도 비수기가 따로 없습니다. 이용객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의 효과가 크지요. 1년에 네다섯 차례 갖는 공연 등의 문화행사에 맞추어 휴가를 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요. 

 

특징적인 모습 가운데 하나는 수녀님들이 많이 찾는다는 것입니다. 수녀님들에게는 아무래도 여관이나 호텔, 콘도 등은 여러 가지로 어색하겠지요. 그러나 이곳 성당에는 숙소가 있으니 쉬시면서도 미사 참례 등 수도자로서의 일상을 크게 깨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가족 단위의 회갑잔치나 칠순잔치를 여기서 하기도 합니다. 조금 황당하기는 하나 재미있는 일도 많습니다. 사제관으로 전화해서 다른 건 물어보지 않고 "성당 신부님이시지요? 거기 방 있습니까?" 하며 저를 민박집 주인으로 여기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관리비를 깎아달라고 떼쓰는 사람들도 더러 있고요. 큰 보람을 느끼는 일도 있는데, 낙담한 채 바람 쐬러 왔다가 성당을 발견하고서는 기도도 하고 상담도 한 뒤 새로운 의지를 다지고 떠나는 모습을 볼 때에 그렇지요.

 

 

관광사목자로서 당부하시고 싶은 말씀은?

 

요즈음 우리 사회에 가정이 무너지고 있어 참으로 염려가 큽니다. 가장 작고 기본적인 교회 공동체라 할 가정이 바로 서야 사회도 교회도 튼튼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휴가도 부모는 부모대로 자녀는 자녀대로 뿔뿔이 가는 것보다 가정을 건강하게 하는 차원에서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함께할 수 있도록 계획하시면 좋겠습니다. 한 지붕 아래 산다고 해도 휴가 때만큼 온 가족이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분들이 이 여름철의 무더위를 잘 이겨내시기를 바랍니다.

 

대천해수욕장 요나 성당 http://www.yona.or.kr Tel: 041-934-7758

 

[사목, 2003년 8월호, 정리 김진복(본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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