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6일 (일)
(녹) 연중 제11주일 어떤 씨앗보다도 작으나 어떤 풀보다도 커진다.

강론자료

주님 만찬 성목요일(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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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1999-04-01 ㅣ No.60

주님 만찬 성목요일(가해)

 

제 1 독서 : 출애 12,1-8. 11-14.

제 2 독서 : 1고린 11,23-26.

복     음 : 요한 13,1-15

 

형제 자매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오늘은 주님 만찬 성목요일로 1년의 전례주년 안에서 가장 중요한 빠스카 성삼일의 첫날입니다.  주님께서는 사랑의 성사인 성체성사를 세우시고 체포되시어 수난받으시고 십자가에 죽으셨습니다.  그리고 어두운 돌무덤에 묻히시고 사흘만에 부활하심으로써 죄로 인해 죽을 운명에 처한 인류에게 구원의 광명을 비추어주셨습니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죄의 노예가 아니라 자유인으로서 구원의 은총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 구원의 신비, 2천년전 이스라엘 땅에서 이맘때 실제 일어났던 역사적인 사건이 성삼일 전례에서 가장 결정적으로 재현되고 성취됩니다.

 

오늘은 빠스카 성삼일의 첫날인 성목요일로 주님께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시고 이 성사를 세상끝날까지 이어갈 사제직을 축성하신 날입니다.  따라서 오늘은 교회 전례의 최고 정점인 성체성사, 바로 미사가 제정된 뜻깊은 날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성체성사와 미사가 어떤 관계에 있으며 어떠한 구세사적 의미를 지니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께서 증언하신 것처럼 최후만찬석상에서 주님께서는 당신께서 한없이 사랑하시는 제자들을 위해 성체성사를 제정하셨습니다.  이제 당신께서 이 세상을 떠나 하느님께로 돌아가실 날이 머지않았음을 아시고 아직도 여리고 부족한 제자들을 안타까워하시면서 그들을 위해 당신의 모든 것, 바로 살과 피까지도 영혼의 양식으로 구원의 음식으로 내어 주셨습니다.  비록 얼마후면 더 이상 우리와 똑같은 육체를 지니고 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뵙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성체와 성혈 안에서 세상 끝날까지 늘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제자들과 함께 하고자 하셨습니다.  따라서 성체성사는 인간에 대한 예수 그리스도의 가장 완전한 사랑의 표현이었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명하신 대로 초대교회 때부터, 박해의 시기에도 불구하고 매 주일 식탁을 중심으로 신자집에 모여 성체성사를 거행하고 주님의 몸인 성체를 나누어 먹었습니다.  그럼으로써 부활하신 주님과 일치하고 유대교와는 구분되는 그리스도인의 고유한 영성과 전례적 자의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승천하시고 30-40여년이 흐르면서 예수님을 직접 목격한 1세대 신앙인들도 하나둘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면서 신앙의 유산을 후손들에게 올바로 물려줘야할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 때부터 신약성서들이 하나 둘 씌어졌고, 그리스도인들은 주일날 성체성사를 거행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을 때 기존의 신앙인과 새로운 예비신자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대해 교육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의 회당전례를 원용해서, 이를 그리스도교적으로 토착화해서 오늘날의 말씀 전례 부분을 도입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이미 1세기 말부터 교회는 말씀 전례를 통해 성찬 전례를 준비하는 고유한 예배 의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수 세기에 걸처 체계적으로 정리되면서 오늘날과 거의 비슷한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미사라는 명칭은 그리스도인의 고유한 예배 의식, 즉 말씀전례와 성찬전례 전체를 포괄하는 명칭으로 후대에 사용된 것입니다.  그 말 뜻은 파견하다라는 말에서 나왔습니다.

 

이렇듯 미사, 성체성사는 우리가 예수님께 물려받은 가장 뜻깊은 유산입니다.  우리는 부활하신 주님의 현존을 성체성사안에서 가장 완전하게 느끼고 실제 부활하신 주님을 모심으로써 한 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이 바로 이 역사적인 성체성사, 미사의 원형이 되는 성체성사가 제정된 축복받은 날입니다.

 

이날 우리는 복음을 통해 제자들의 발을 몸소 씻겨 주시는 주님의 모습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 세족례 예식은 과거 유대 사회에서 종들이 외출하고 돌아온 주인에게 하던 관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몸소 그렇게 하신 이유는 복음에서 잘 말씀해주신 것처럼 서로 종이 되어 서로를 섬기라는 주님의 유언과도 같은 것입니다.  이 완전한 섬김과 사랑의 봉사, 이것이 성체성사를 통해 제자들에게 주고자 하신 예수님의 의도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성체성사가 제정된 성목요일 미사중에 세족례를 거행하고, 주님의 뜻을 따라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놓는 사랑의 봉사자로서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것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은 참으로 복된 날입니다.  우리를 구원하고자 하시는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당신의 살과 피까지도 남김없이 내어주신 사랑으로 가득찬 날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는 성체를 받아모심으로써 주님과 하나되어, 특별히 주님의 완전한 사랑과 일치하여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섬기는 사랑의 봉사자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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