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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가톨릭 영성 산책19: 영성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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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9-16 ㅣ No.720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 영성 산책] (19) 영성 훈련


예수님이 보여주신 덕행, 반복 수련해야



나쁜 악습을 끊어버리려 실천하는 수덕 생활이 인간 육신을 다소 힘들게 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지만, 오늘날까지 여전히 수덕 생활을 위한 유효한 방법 중에 하나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중세에서 근세로 넘어오면서 세속 분위기의 변화가 수덕 생활에 있어서 좋은 덕행을 몸에 익히게 하는 반복 훈련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보다 긍정적인 경우도 발생했습니다. 즉, 근세가 시작되면서 인간 존엄성을 강조하는 문예 부흥과 인문주의가 출현한 것이 세상 사람들의 의식을 변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교회 내에도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토마스 아 켐피스(1380∼1471). 독일의 사상가며 아우구스티노 수도참사회원.


중세까지 하느님께만 관심을 집중했던 그리스도인은 근세부터 인간 자신에게도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묵상할 때에도 예수님의 신성보다는 예수님의 인성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나타내며 인간으로서 보여주신 삶을 본받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그리스도인의 영성 생활에 많은 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면서 수덕 생활의 강조점도 바뀌었습니다. 특히 그리스도교 영성 역사 안에서 이러한 변화는 ‘새 신심 운동’(Devotio Moderna)이라고 불립니다.

새 신심 운동을 대표하는 사례로 토마스 아 켐피스와 그의 저서 「준주성범」을 들 수 있습니다. ‘주님을 따르는 거룩한 규범’이라는 한자의 뜻을 빌려온 우리말 제목 및 ‘그리스도를 본받음’이라는 원저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공생활 기간 중에 보여주신 예수님의 삶을 충실히 따른다면 영적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바람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예수님 인성을 묵상하는 것은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좋은 덕행을 본받고자 반복해서 훈련하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후 「준주성범」은 교회 안에서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힌 서적이 됐는데, 이것은 이 책이 강조하는 방향이 오늘날까지도 그리스도인에게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킬 만큼 영성 생활을 위한 중요하고도 유익한 점을 잘 제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성 훈련은 인간의 지성보다는 인간 의지를 강화하는 훈련입니다. 중세 중반 이후 스콜라 신학의 영향을 받아 주로 지성적인 특성이 강조된 영성 생활에서 어려움을 느낀 신앙인들은 의지를 훈련해 실천을 중심으로 하는 영성 생활에 친근함을 느끼게 됩니다. 다만 실천적인 영성 생활에서 기준이나 방향성 없이 무작정 인간의 의지만 강조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영성가들은 체계적인 기도 생활을 확립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로욜라의 이냐시오(1491~1556). 예수회 설립자이며 영성가. 1622년 시성.


북유럽에서 활동했던 그란스포르트는 저서「묵상의 사다리」에서 거의 최초로 체계적인 묵상 기도 단계를 소개했습니다. 즉, ‘준비 단계’에서 성경을 묵상하고, ‘상승 단계’에서 지성에서 의지까지 순차적으로 훈련하며, ‘최종 단계’에서 자신의 염원을 하느님께 봉헌합니다. 스페인에서 활동했던 시스네로스는 저서 「영성 생활을 위한 훈련」에서 영성 훈련에 대한 총체적인 표준 지침을 제시했습니다. 즉, ‘정화 주간’, ‘조명 주간’, ‘일치 주간’을 거치면서 그리스도의 인성에서 출발한 영적 여정이 인성을 넘어서 그리스도의 신성에 다다르면 하느님 사랑의 최고조에 도달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의 인성을 묵상하는 데서 출발해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좋은 덕행을 반복 훈련하여 하느님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영적 발전의 여정은 로욜라의 이냐시오의 저서 「영신수련」에서 절정에 달합니다. 이냐시오 성인은 그리스도인이라면 어떤 경우에도 항상 그리스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님 생애와 중요한 신학적인 주제를 중심으로 묵상 기도를 훈련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결국 신앙인은 끊임없는 영성 훈련을 통해 좋은 덕행을 습득하거나 나쁜 악습을 끊으면서 영적 발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오늘날까지도 수덕 생활을 실천할 때 절대적으로 필요한 방법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도 각자 끊어야 할 악습과 습득해야 할 덕행이 무엇인지 성찰해 보시기 바랍니다.

 

[평화신문, 2015년 9월 13일, 전영준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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