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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하느님 이야기14: 창조의 하느님 - 그리스도교 창조론과 환경보호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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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9-21 ㅣ No.473

조규만 주교의 하느님 이야기 (14) 창조의 하느님 : 그리스도교 창조론과 환경보호운동


인간, 환경 보전의 책임 지녀

 

 

환경은 우리 시대 큰 화두다. 인간에게 행복한 미래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했던 과학과 기술은 편리함만큼이나 재해와 두려움을 가져다주고 있다. 인간 이기심이 인류 파멸이라는 불행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그 대표적 사례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는 환경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또 앞장서야 한다. 그것은 그리스도교 창조론에 담겨 있는 하느님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일부 환경운동가들과 구별되는 입장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리스도교 창조론은 인간의 창조보전 책임을 말한다

 

하느님께서 보시기 좋게 창조한 세상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나는 누구인가?''어디서 왔는가?'하는 세상과 인간 자신의 기원에 대한 해답을 갈구한다. 그리스도교 신앙과 신학이 그에 대한 답을 제시한 것이 창조론이다.

 

창조론은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한때 계몽주의와 대립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교회는 지동설을 주장하던 자연과학자 갈릴레오를 단죄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성경에 나타난 창조 진술이 과학적 지식과 아무런 관련 없이 종교와 믿음에만 상관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지면서 갈등이 잦아들고 있다.

 

환경이 파괴되고 있는 오늘날 우리는 창조신앙을 새롭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하느님께서 아담에게 맡기신 에덴동산을 돌보고 관리할 책임이 있음을 깨달아야 하기 때문이다.

 

창세기는 '흙을 소재로 한 인간 창조'를 언급하고 있다. 황무지에서 첫 창조물로 인간이 생겨나고 인간은 흙으로 만들어짐으로써 인간과 흙이 밀접한 관계를 지닌 것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많은 신화에서도 볼 수 있다.

 

아담은 하느님 말씀을 거스른, 죄지은 구체적 개인이기도 하지만 종(種)으로서 인간 전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땅은 인간이 생활하는 환경을 말한다. 인간은 물질적인 것으로 만들어졌고(창세 2,7), 땅은 야생식물과 경작식물을 돋아나게 하고 인간과 동물이 생존할 수 있는 양식을 산출한다(창세 2,8-15). 여기서 가르치고자 하는 바는 인간은 물질과 연결된 존재이자 땅과 불가분의 관계를 지닌 존재라는 점이다.

 

동시에 인간은 인간 창조주의 호의와 은혜를 받은 존재로서 하느님 정원을 경작하고 돌봐야 할 의무를 지닌다. 하느님은 인간에게 어렵고 귀찮은 노동의 의무를 면제시키지 않는다. 여기서 인간 노동에 대한 본질적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이 때 말하는 일이나 노동은 농사일이나 노동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인간의 삶 전 영역에서 하느님 이름으로 하는 모든 일, 인간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것을 유지하고 보전시켜 나가는 모든 일을 의미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인간은 분명 환경보전에 대한 책임을 지니고 있다.

 

 

그리스도교 창조론은 인간 중심을 강조한다

 

오늘날 생태주의 옹호자들은 성경의 인간 중심주의에 반론을 제기한다. 그들은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여라. 그리고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을 기어 다니는 온갖 생물을 다스려라"(창세 1,28)는 성경 구절을 환경파괴 주범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리스도교 국가가 성경에 근거해 자연과 환경을 파괴한 책임을 고백해야 한다면 그리스도교 국가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는 무엇을 근거로 환경을 파괴했는지 묻고 싶다.

 

성경은 창세기와 시편에서 하느님이 인간에게 세상을 다스리도록 하셨다고 표현했다. 이 지배권에는 봉사의 의미가 포함돼 있다. 창세기에서 인간이 동물에게 행사하는 다스림은 땅을 정복하는 것과는 구별된다. 동물을 다스리는 것도 결코 착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오늘날 인간은 생태계 파괴에 책임이 있다. 하느님 선물과 인간 사명으로서 지배권은 인간이 땅을, 즉 세상을 돌보라는 것이었는데 오히려 자연을 파괴한 것이다. 성경의 인간 중심주의가 잘못이 아니라, 잘 다스리지 못한 인간에게 책임이 있다.

 

하느님께서 주신 인간 생명은 다른 살아 있는 피조물들에 주신 생명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모든 피조물을 다스리는 인간은 마치 우주의 절정과도 같고 모든 피조물 중에 최상의 것인 아름다움을 지닌 존재다. 토마스 아퀴나스 역시 영혼을 지닌 인간은 다른 혼을 지닌 생물보다 탁월하다고 했다. 교회는 인간 중심을 표명하지만 교회는 분명 인간 이외의 생명과 자연도 소중하게 여긴다.

 

창세기에서 아담과 하와는 낙원으로부터 추방당하고, 이후 인간은 생의 마지막 날까지 수고로움을 겪게 됐다. 그러나 하느님 뜻 안에서 우리는 은총을 발견할 수 있다. 여인은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어머니'라는 칭호를 받고, 그의 임신은 하느님에게서 받은 하나의 축복이 됐다. 하느님은 그들이 추방되는 순간에도 가죽으로 된 옷을 만들어 입혀 주신다.

 

이러한 은총은 카인과 아벨, 홍수설화에서도 발견된다. 결국 하느님을 창조주로 드러내는 창세기는 인간 범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자비를 베푸시는 자비의 하느님, 은총의 하느님을 보여준다. 이는 하느님께서 세상과 인간을 창조하신 이유는 세상과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함이란 것을 드러낸다.

 

[평화신문, 2011년 9월 11일, 정리=김은아 기자]

 

※ '조규만 주교의 하느님 이야기'는 평화방송 라디오(FM 105.3㎒)에서 매 주일 오후 6시 5분에 방송되며, 평화방송TV에서는 매주 화요일 오전 8시(본방송), 수요일 새벽 4시와 저녁 9시, 금요일 오후 4시, 주일 오후 6시에 재방송된다. 인터넷 다시 보기 www.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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