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ㅣ 봉헌생활
유럽 수도원 기행: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까말돌리 수도원 |
---|
[유럽 수도원 기행 5]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까말돌리 수도원
8월 1일, 한 달 동안 정들었던 쁘랄리아 수도원을 떠나 깊은 산 속에 위치한 까말돌리 수도원을 찾아 떠났다. 먼저 기차를 타고 아레쪼Arezzo라는 곳으로 갔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La vita e bella)를 촬영한 곳이며, 도레미파로 시작하는 음계명과 악보 표기법을 최초로 고안한 수도자 귀도Guido d’Arezzo의 고향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 매년 ‘세계 다성음악 축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아레쪼 역은 생각보다 컸다. 그곳에서 다시 서너 칸짜리 미니 기차로 바꿔 타고 50분 정도 걸려 빕비에나Bibbiena라는 작은 시골 역에 도착했다. 주위가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었다. 역 안에서 버스표를 사면서 까말돌리 수도원에 간다고 하니까 버스 시간을 알려 주었다. 이곳은 프란치스꼬 성인이 오상을 받은 라 베르나La Verna 와도 가까운 곳이라서 그곳으로 가려는 순례자들도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몇몇 작은 동네들을 지나자 본격적으로 산 속 꼬부랑길로 접어들었다. 좁은 산길을 한 굽이씩 돌 때마다 산 위쪽으로 쑥쑥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지역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주위는 참 아름다웠다. 역에서 떠난 지 30분 정도 되자 버스는 까말돌리 수도원 앞에 멈춰 섰다. 이곳은 해발 800미터가 넘는다. 해발 1,100미터에 다른 까말돌리 공동체가 있는데, 로무알도 성인이 처음으로 은수처를 만들고 사셨던 사끄로 에레모Sacro Eremo라 불리는 곳이다. 여름철에는 방문객들이 많기 때문에 사끄로 에레모까지 버스가 다닌다고 한다. 내가 처음 까말돌리 수도원에 이메일을 보냈을 때, 손님 담당이었던 에밀리오 수사는 8월에는 아래쪽 공동체에서 지내고, 9월에는 위쪽 은수처에서 지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지만, 다시 해 볼 수 없는 좋은 체험이 될 것 같아서 그렇게 하겠다고 즉시 답장을 했다.
까말돌리 수도회도 베네딕도 수도규칙을 따르는 이상 손님 환대의 정신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다. 개인 피정과 단체 피정, 젊은이들을 위한 피정의 집이 있어서 여름철 동안 늘 사람들로 붐비었다. 가톨릭 학생회 소속의 대학생들은 50년이 넘게 매 여름마다 두 주간 이곳에서 모임을 갖는다. 이것이 끝나면 휴가 온 가족들을 위한 두 차례의 피정이 열리는데 이것도 벌써 몇 십 년이 되었다. 이 행사 후에는 까말돌리회 회원들이 빠도바의 산타 쥬스티나St. Justina 수도원의 전례사목연구소와 함께 학술 모임을 여는데 공의회 이후 이탈리아 가톨릭교회의 전례개혁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그밖에도 많은 모임들이 정기적으로, 오랜 전통을 가지고 진행되고 있다. 하루 일정을 마친 이들이 평안하게 밤나무 길을 산책하는 모습은 참 보기 좋았다. 산속에 깊숙이 있는 수도원은 신자들이 휴가를 보내면서 영적으로도 충전할 수 있는 공간이었고, 언제든 찾아가면 반가이 맞아 주는 고향과 같은 곳이었다. 그러면서도 수도자 공간은 손님 공간과 구분이 잘 되어 있어서, 늘 고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까말돌리 수도원들 중에는 베네딕도회 총연합에 가입하지 않고 자신들의 고유한 생활양식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몬테꼬로나Montecorona 계열의 수도원들도 있다. 산의 맑은 정기를 머금고 있는 수도자들과 생활하다 보면 많은 것들이 단순하게 정리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한 분 한 분에게서 느꼈던 인간미가 이 글을 쓰는 지금 다시금 떠오른다. 또 다시 여름. 높은 산의 긴 겨울과 짧은 봄이 지나고 또 다시 그 향기에 이끌린 사람들이 이곳으로 찾아오리라. 지난 천 년 동안 늘 그랬던 것처럼.
참고할 만한 누리집 http://www.camaldoli.it 까말돌리 수도원 소개(이탈리아) http://www.camaldolese.org 몬테꼬로나 까말돌리 수도원 소개(미국) http://osb.or.kr 수도승 영성 자료실- ‘성 로무알도와 까말돌리회 영성’ http://blasio.tistory.com 이 글에 다 싣지 못한 내용과 사진들을 실을 예정
[분도, 2009년 여름호, 글 · 사진 박현동 블라시오 신부 /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홈페이지에서] 0 1,601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