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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경청하시는 동정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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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0 ㅣ No.272

[레지오의 영성] 경청하시는 동정녀(virgo audiens)



『레지오 마리애』를 통해 한국천주교회의 레지오 단원들에게 인사를 드릴 수 있어 기쁩니다. 제가 주교 서품 받은 지 1년밖에 되지 않아 아직 방문하지 못한 수원교구 내 본당이나 단체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지면을 통해 그 모든 분들께도 간접적으로 인사를 드릴 수 있어 영광입니다.

어릴 때 저의 본당은 외국 신부님께서 사목하셨던 곳이라 레지오 마리애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방문하게 된 친구의 본당에서처음으로 ‘레지오’라는 말을 들었고, 그 친구의 권유로 회합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왠지 성스러운 분위기에 압도당했던 첫 모임의 감회는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레지오 교본을 진지하게 연구하고 성실하게 활동보고를 하는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에게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신비로운 무엇이 있음을 느꼈습니다.

2012년은 ‘레지오 마리애 한국 도입 59주년’이라 들었습니다. 사목자들의 협력자인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과 『레지오 마리애』가 더욱 본연의 자세에 충실해야 하는 때입니다.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교회에서 어떤 역할과 봉사에 우선해야 하는지, 그리고 가정과 사회 안에서는 어떤 마음과 자세로 살아야 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경청하시는 동정녀’에 대해 함께 묵상해 봅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주님의 말씀』을 통해 신자들에게 “마치 어머니의 태와 같은 말씀‘안에서’ 살고 말씀의 보호를 받으며 말씀에서 자양분을 얻어야 한다(『주님의 말씀』 79)”고 권고하면서, “경청하시는 동정녀virgo audiens이며 사도들의 모후이신 성모님을 본받아 자주 개인적으로 성경을 읽고 꾸준히 성경을 공부하라”고 가르치십니다.

어떻게 하면 성모님을 본받는 레지오 마리애가 될 수 있을까요?


말씀 안에 있는 레지오 마리애

성모님께서는 ‘안에서’의 삶을 사신 분이십니다. 환희의 신비 1단 ‘예수 탄생 예고’를 기술한 루카 복음이 이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루카 1,26-38 참조).

성 아우구스티노는 “밖으로 나가지 마라. 그대 자신 ‘안으로’들어가라. 인간 내면에 진리께서 거하신다. 그리고 그대의 본성이 가변적임을 발견하거든 그대 자신도 초월하라. 하지만 기억하라. 그대가 그대 자신을 초월할 적에 그대는 추론하는 영혼을 초월하고 있음을! 그러니 이성의 원초적 광명이 밝혀져 있는 그곳을 향해서 나아가라!(『참된 종교』39,12)”고 말합니다.

레지오 마리애의 근원적인 힘은 바로 ‘안에서’의 삶에서 나옵니다. 내 ‘안에서’, 가정 ‘안에서’, 쁘레시디움 ‘안에서’, 교회 ‘안에서’충실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밖에서’의 삶인 활동이 우선되는 것이 아니라 매주 참여하는 회합 ‘안에서’의 기도가 우선되는 것입니다. 교본 연구에서도 ‘밖에서’의 삶을 준비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안에서’의 삶을 준비하는 말씀과의 만남, 곧 하느님과의 만남이 우선되는 것입니다.

말씀 안에 있는 ‘레지오 마리애’에게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요한 15,4).”


말씀의 보호를 받는 레지오 마리애

성모님께서는 말씀의 보호를 받으셨습니다. ‘하느님의 힘’을 의미하는 가브리엘 천사가 말합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루카 1,30).” 성모님을 사랑하는 레지오 마리애도 같은 ‘하느님의 힘’에 의해 성모님과 같은 보호를 받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동정 마리아에게서 올바른 레지오 마리애의 인품을 배워야 할 것입니다.

성 암브로시오는 “동정 마리아에게서 인품을 배웁시다. 정숙을 배웁시다. 예언에 대해 배웁시다. 그 신비에서 배웁시다. 방에 낯선 남자가 들어오면 몸이 떨리고, 남자가 말을 걸어오면 겁이 나는 것이 처녀의 본성입니다. 여자들은 그 정숙의 뜻을 본받도록 합시다(『루카 복음 해설』2,8)”라고 말합니다. 레지오 마리애는 육적인 정숙뿐만 아니라 영적인 정숙을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말씀의 보호를 받는 성모님의 모습에서 두드러지는 것이 순명입니다. 정숙과 순명을 달리 표현하면 겸손입니다. 겸손은 레지오 마리애가 말씀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증표입니다. 이 증표는 보호를 받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보호를 해주는 적극적인 행동을 동반합니다. 따라서 성모님께서 그러하셨던 것처럼 레지오 마리애는 무엇보다 교회를 보호하는데 앞장서야 하겠습니다. 가정과 사회 안에서 약자를 보호하는데 열과 성을 다해야 합니다.


말씀의 자양분을 얻는 레지오 마리애

성모님께서는 말씀에서 자양분을 얻으셨습니다. 환희, 빛, 고통, 영광의 자양분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숨을 거두시기 전에 말씀하십니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숨 막히는 고통 중에 성모님께서는 부활을 향한 영광의 자양분을 얻으셨습니다. 곧 환희 속에서 빛의 자양분을, 빛 속에서 고통의 자양분을, 고통 속에서 영광의 자양분을, 영광 속에서 환희의 자양분을 얻으셨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묵주기도는 관상기도이며 성경 안에서 주님을 만나는 성경의 학교입니다”라고 설명하십니다(『동정마리아의 묵주기도』12). 말씀의 자양분을 받고 있는 레지오 마리애가 얼마나 큰 신비 속에 있는지 잘 설명해주는 말씀입니다. 따라서 레지오 마리애는 말씀의 자양분을 얻는 그리스도의 학교입니다.

30여 년 전, 제가 처음 레지오 회합에 참석했을 때, 레지오 교본을 진지하게 연구하고 성실하게 활동보고를 하는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에게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신비로운 무엇이 있음을 느꼈던 것,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들은 저에게 ‘또 다른 경청하시는 동정녀altera virgo audiens’들이었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2년 5월호, 글 이성효 리노(주교, 수원교구 총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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