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사목신학ㅣ사회사목

[가정사목] 부부 십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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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2 ㅣ No.57

부부 십계명

 

 

부부 관계를 바로잡고 부부의 사랑을 회복하는 일은 현대사회에서 특히 청소년 선도를 위해서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사료된다. 이는 소위 한국병을 고치는 데에도 부부 문제의 해결이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 제 1계명

 

부부는 부부의 인연을 하느님이 맺어 주신 축복으로 받아들여, 배우자를 하느님의 선물로 알고 아껴라.

 

일반 예식장에서 거행되는 결혼식에서는 단상에 서서 그 식을 주관하는 사람을 가리켜 주례자라고 하지만, 천주교에서는 혼인 미사를 지내는 사제가 주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혼인 성사를 받는 신랑 신부 당사자들이 그 결혼식의 주례자라고 일컬어지는 것이다. 이 교리가 생겨난 이유는 일반 예식장에서는 신랑 신부가 법적인 혼인의 계약을 맺는 것이기 때문에 주례자가 따로 있어야 하지만 천주교에서는 신랑 신부가 부부가 되겠다는 서약을 하느님께 직접하고 또 하느님이 두 사람을 직접 맺어 주시기 때문에 주례자가 따로 필요 없다는 뜻에서 신랑 신부 당사자들이 주례자가 되는 것이다. 하느님이 직접 맺어 주시기 때문에 부부 마음대로 이혼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이 교리의 특징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배우자는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느님의 선물이므로 우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부부가 서로에게 감사해야 한다. 그런데 감사하다는 말을 서로에게 자주 쓰는 부부는 별로 없다.

 

 

♥ 제 2계명

 

부부는 가정을 사랑의 일터로 삼고 서로 열정적으로 사랑하라.

 

가정은 사랑의 직장이라고 볼 수 있다. 가정은 "너"와 "나"가 아닌 "우리"의 공동체이다. 사랑은 동사(動詞)이다. M·E에서는 "사랑하는 것은 결심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하는데 이것은 동적인 사랑을 뜻하는 것이다. 사랑은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 야고보서 2장 17절에 보면, "믿음에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그런 믿음은 죽은 것입니다."라는 말씀이 있다. 믿음뿐 아니라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행동이 따르지 않는 사랑은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랑은 부부가 서로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다. 버나드 쇼는 말하기를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다."라고 했다. 부부 사이에 무관심보다 더 나쁜 것은 없다, 서로의 생일을 기억해서 축하해 주고, 또 결혼 기념일을 잊지 않고 서로 축하하는 것은 부부의 사랑을 위해 없어서는 안될 일들이다.

 

 

♥ 제 3계명

 

부부는 사로 주는 것이 참다운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서로 양보하라.

 

사도행전 20장 35절에서 사도 바오로는 예수님을 인용하여,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많은 부부들이 서로 주지는 않고 받으려고만 하니 사랑이나 행복이 있을 리가 없다. 아내는 남편을 돈 버는 기계로 알고, 남편은 아내를 없어서는 안될 가구(家具)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런 사고방식에서 사랑이나 행복이 나올 수 없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서울 장안에 이름난 어떤 아름답고 젊은 아가씨가 있었다. 그 아가씨는 매우 유복한 가정의 무남독녀 외딸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호강이란 호강은 다하며 자랐다. 혼기가 차자 그녀에게는 혼담이 많았는데 마음에 드는 남자가 없어서 모두 다 퇴짜를 놓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구두를 사러 명동 거리에 나갔다. 마음에 드는 구두가 없어서 이 가게 저 가게 돌아다니다가 한 번 들렀던 가게에 또 들어가 구두를 고르는데, 한 덥수룩한 중년 남자가 구두를 사러 가게에 들어와서 점원이 골라주는 대로 구두를 사서 신더니 나가 버리는 것이었다. 그 여자는 신기해서 그 남자를 따라 나가서, "여보세요, 선생님이 지금 사서 신으신 구두가 발에 맞습니까? " 하고 물었다. 그 남자는 "이 세상에 처음부터 발에 맞는 신이 어디 있습니까? 신다 보면 맞아지게 마련이지요."라고 대담하면서 총총히 사라졌다. 이 말을 들은 그 아가씨는  생각하는 바가 있어 구두 가게에 돌아와 점원이 골라주는 대로 구두를 사 신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얼마 후에 부모가 골라주는 한 남자와 쉽게 결혼을 하고 지금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살아가노라면 서로 맞게 되어 있는 것이다. 토마스 토플러가 말하기를, "결혼하기 전에는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고, 결혼한 후에는 눈을 반쯤 감고 살라."고 했다는데 음미해 볼만한 말이라고 생각된다.

 

 

♥ 제 4계명

 

부부는 서로 가깝고도 멀 수 있는 사이라는 것을 알고, 모든 문제를 대화로 풀어라.

 

요즘 남녀 평등을 많이 부르짖고 있는데 물론 인간으로서는 남녀가 평등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부부로서는 평등하지 않다. 사람의 육체에 비교하면, 남편은 머리, 아내는 마음(심장)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의 머리가 사람의 모든 움직임을 조정하고 몸의 질서를 유지하듯이, 남편은 가정을 지배하고 가정의 질서를 유지한다. 또한 사람의 심장(마음)이 사람의 모든 원동력이 되듯이 아내는 가정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된다. 어느 쪽이 높고 낮다고 말 할 수 없고 하느님께서 주신 역할이 각각 다를 뿐이다. 그래서 에페소서 5장 23-25절에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몸인 교회의 구원자로서 그 교회의 머리가 되시는 것처럼 남편은 아내의 주인이 됩니다. 교회가 그리스도께 순종하는 것처럼 아내도 모든 일에 자기 남편에게 순종해야 합니다. 남편된 사람들은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셔서 당신의 몸을 바치신 것처럼 자기 아내를 사랑하십시오."라고 가르쳤다.

 

남남끼리 같이 사는 결혼 생활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세계 3대 악처 중의 한 여자와 살았던 소크라테스는 말하기를 "사람은 결혼을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하니 어떻든 결혼은 해라. 만일 당신의 뜻에 맞는 여자를 만나면 당신은 행복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당신은 철학자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결혼 생활은 2인3각에 비교할 수 있다. 그래서 부부는 매사 서로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 대화를 해야 한다. 대화에는 ① 언어의 대화, ② 정신적 대화, ③ 성적 접촉을 포함하는 육체적 대화, 그리고 ④ 느낌의 대화가 있다. 육체적 대화는 무언의 대화라고도 하며, 느낌의 대화는 부부가 서로의 느낌을 받아들이고 자기의 느낌을 신뢰를 가지고 배우자에게 말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부부싸움은 때로 필요하다. 부부가 서로 화목하게 산다는 것은 부부 싸움을 전혀 안 한다는 뜻이 아니다. 부부 싸움은 일종의 사랑하는 방법이고 부부 대화의 일종이다. 부부가 서로 말을 안한다는 것이 격렬하게 싸우는 것보다 훨씬 더 나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부부 싸움을 잘하기 위해서 몇 가지 규칙이 필요하다. ① 바싹 다가앉아서 가능하면 손을 마주잡고 싸울 것 ② 서로 눈을 들여다보면서 싸울 것 ③ 도중에 그만두지 말고 이야기를 끝낼 것 ④ 인격을 무시하는 말을 하지 말 것 ⑤ "당신은 나에게 한번도 잘해 준 적이 없소."라는 등 "한번도" 또는 "절대로"라는 극단적인 표현은 쓰지 말 것(사실이 아니니까) ⑥ 자지의 말만 하지 말고 배우자의 말도 들으면서 싸울 것 ⑦ 욕을 하거나 폭언을 쓰지 말 것 ⑧ 폭력은 절대로 쓰지 말 것 ⑨ 보복하는 마음, 버릇을 고쳐주겠다는 마음, 과거의 일을 탓하는 마음을 갖지 말 것 ⑩ 잠자리 들기 전에 화해할 것 ⑪ 잠자리를 거부하는 것은 죄가 된다는 사실을 알 것.

 

 

♥ 제 5계명

 

부부는 사랑 안에 일치하고, 신의를 지키며 인내하라.

 

어느 날 나에게 한 부인이 찾아왔다. 남편이 하도 바람을 피워서 이혼을 해야겠다는 사연이었다. 그 부인은 매우 아름답게 생긴 여자였다. 저렇게 아름다운 부인을 두고 바람을 피우는 남자가 어디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부인에게 화가 났을 때 즉시 말하지 말고 물을 마신 후 1분 동안만 삼키지 말고 참아보라고 말했다. 그 부인은 내가 하라는 대로했다. 그래서 그 부부는 파경을 면할 수 있었다.

 

바람과 태양이 행인의 겉옷을 벗기기 내기를 했는데 태양이 이겼다는 이솝의 이야기는 널리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부드러움이 항상 승리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많이 말하는 것보다 많이 듣는 것이 중요하다. 입은 두 가지 일을 하는데 하나밖에 없고, 귀는 한 가지 일밖에 하지 않는데 둘이나 있다는 것은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표이다. 부부가 침실에 스펀지를 걸어두는 것도 좋은 일이다. 스펀지는 융통성이 많다. 손으로 쥐면 움츠렸다가 손을 펴면 원상 복구한다. 모가 안 나고 부드럽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스펀지이다. 부부가 스펀지를 바라모면 싸울 생각이 없어질 수 있다.

 

부부가 하루에 적어도 한 번씩 서로를 칭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부 서로에게 격려가 되고 활력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가지는 절대로 긁지 말아야 한다. 잠언 19장13절에 "아내가 바가지를 긁으면 친정에서 비가 샌다."는 말이 있고, 잠언 21장 9절에는 "바가지 긁는 아내와 큰집에서 사는 것보다 다락 한 구석에서 사는 편이 낫다."는 말이 있다. 바가지는 여자만 긁는 것이 아니고 남자도 긁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고린토전서 13장 4절의 "사랑은 오래 참습니다."라는 말씀은 아주 좋은 교훈이다. 아내가 남편에게 강하게 말하기보다는 부드럽게 그리고 인내롭게 참아 줌으로써 남편을 회개시키거나 신앙으로 이끈 감격적인 이야기는 얼마든지 있다.

 

 

♥ 제 6계명

 

부부는 성생활이 육체적인 일치이기 이전에 사랑의 일치라는 것을 알라.

 

인간의 성은 결혼 생활의 행복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성생활이 원만하지 못한 결혼 생활이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아내의 매력은 사랑스러움에 있고 남편의 매력은 너그러움에 있다고 하는데, 부부의 이 두 가지 요소가 잘 융합하고 조화되는 것이 결혼 생활을 행복하게 하는 데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잠언 11장 23절에, "예쁜 여자가 단정하지 못한 것은 돼지 코에 금고리이다."란 말이 있고, 또 잠언 12장 4절에는 "어진 아내는 남편의 면류관이 되지만 주책없는 아내는 등뼈를 갉아먹는 벌레와 같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아내의 여성으로서의 매력이 중요하다는 내용인데, 아내의 여성으로서의 매력은 남편이 가꾸는 것이다. 러시아의 격언에 이 세상엔 꼭 가꾸고 꾸며야 할 것이 세 가지인데 정원, 가정, 아내라는 말이 있다.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한 아내가 여성으로서 아름답고 매력적일 수 없다. 남편이 아내에게 한 가지 잘해주면 열 가지를 남편에게 잘 해주려는 심성이 모든 여자들에게 있다는 사실을 남자들이 잘 모른다.

 

나는 많은 부부들을 상담을 해 주고 있는데, 대개의 경우 남편들이 먼저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면 아내가 반발을 하는데, 대개의 경우 성 관계를 거부하는 태도를 취한다. 남편에게 성 관계를 거부하는 것이 죄가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아내들이 많다. 남편에게 성 관계를 거부하는 것은 남편을 유혹에 내맡기는 일이 되고 또 남편으로서의 권리를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죄가 된다는 것이 윤리신학의 원칙이다. 결과적으로 부부는 독신 생활을 하게 되고, 어떤 경우에 성 관계를 여러 해 동안 안 하는 부부를 본 적이 있다.

 

 

♥ 제 7계명

 

부부는 인간의 노력만으로 행복해질 수 없으므로 늘 기도하라.

 

러시아의 격언에 전쟁터에 나가지 전에 한 번 기도하고, 바다에 나가기 전에는 두 번 기도하고, 결혼을 하기 전에는 세 번 기도하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결혼 생활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달콤하고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해 준다. 믿음이 없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부부가 같이 기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녀들이 같이 기도하는 것은 더욱더 중요하다. 내가 본당 신부로 있을 때 어느 회사 사장을 잘 알고 있었는데 그는 신앙은 자유라는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물론이고 그의 가족도 성당에 잘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그의 온 가족이 주일 뿐 아니라 평일에도 미사에 나오기 시작했다. 그 이유를 물으니 그는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요즘 세상이 어수선하고 학교 근처에서 살인 강도 사건이 자주 일어나서 불안한데 고3의 자기 아들을 보니 성당에도 다니지 않고 주일 학교에도 나가지 않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들에게 "너 왜 성당에 나가지 않니?"라고 물었더니 , 그 아들이 "아버지는 왜 안나가세요?"라고 되묻더라는 것이다. 마음이 뜨끔해져서 그 때부터 온 가족이 성당에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기도하지 않는 부부, 기도하지 않는 가족이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 제 8계명

 

부부는 신앙을 가지고 하느님의 계명을 착실히 지켜라.

 

어느 한 교회나 한 종파의 규율을 지키라는 말이 아니라, 그리스도는 잘 모를지라도, 그 분의 가치관을 존중하고 따르라는 말이다. 어떤 때는 그리스도를 안다고 하면서 그 분의 가치관을 무시하고 사는 경우를 많이 본다. 가령, 부모가 성당에 헌금하는 데에는 인색하고 과소비와 사치에만 돈을 물쓰듯한다면 자녀들이 볼 때 부모의 가치관을 어떻게 판단하겠는가? 어떤 부모는 금육재를 지키는 금요일에 자녀들을 데리고 고급 생선 요리집에 가서 비싼 요리를 시켜 먹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 교회의 규율은 지켰지만 그 규율의 정신과 가치관은 지키지 못한 것이 된다.

 

 

♥ 제 9계명

 

부부는 자녀들과 함께 식사하라.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것은 남편보다는 아내가 더 신경 써야 할 문제라고 생각된다. 셰익스피어가 말하기를 "약한 자여 그대의 이름은 여자, 강한 자여 그대의 이름은 어머니"하고 했다는데, 어머니로서의 아내의 집안에서의 역할은 매우 큰 것이다. 소년 귀엽고, 처녀는 아름답고, 아내는 사랑스럽고, 어머니는 거룩하다는 말이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외국에서 귀국자들을 받아들일 때, 남자가 외국인 여자와 결혼했을 때에는 입국 수속이 까다롭지만 이스라엘 여자가 외국인 남자와 결혼했을 때에는 입국 수속이 아주 쉽다고 한다. 어머니로서의 여자들의 중요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가족이 집에서 자주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은 어머니의 역할에 속하는 일이지만 아버지의 협조도 대단히 중요하다. 청진동 해장국집에 가면 "따로" 즉 국 따로 밥 따로 먹을 수 있지만 집안에서는 식구들이 따로 식사를 해서는 안 된다. 가족이 같이 식사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 이외에, 식구끼리의 정신적 교류, 사랑의 교류를 뜻하는 것이다. 사람은 즐거울 때, 또는 누구와 친하고 싶을 때 회식을 한다. 창세기 18장에 보면 신앙의 선조 아브라함이 지나가는 나그네 세 사람에게 식사를 대접할 때 그 세 나그네가 하느님임을 발견하게 된다. 신약에 보면 예수님이 식사 또는 잔치 때 기적을 행하시고 성체성사를 세우시는 등 큰 일을 하셨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엠마우스로 가는 도중에 부활하신 예수님을 몰라보았던 제자들도 여관에 들어 식사를 할 때 예수님을 알아보게 된다. 초대 교회의 신자들은 자주 만나 식사를 같이 나누었다. 교회를 박해하던 로마의 군인들이 식사의 현장을 덮쳐서 신자들을 잡아다가 죽였다는 기록이 있다. 식사는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다.

 

 

♥ 제 10계명

 

부부는 같이 영원한 행복에 들도록 지상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데이트를 하라.

 

부부 생활을 하다 보면 서로 싸우게 되는 경우가 있다. 부부 싸움을 하지 않는 것보다 싸운 후에 즉시 풀고 화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부가 싸울 때 보면 굉장히 시시한 문제를 가지고 싸우는 수가 많다. 그런데 그렇게 시시한 문제를 가지고 싸운 후에 어떤 때는 몇 달 동안 서로 말도 안 하는 경우를 본다. 이럴 때 부부가 서로 데이트를 하면 모든 문제가 잘 풀린다. 매달 첫 금요일에나 첫 주일에 데이트를 하는 것이 좋다. 우선 성당에 같이 가서 고해성사를 보고 화해를 한다. 그리고 나서 둘이 명동 같은 데 가서 같이 외식을 하고 시간이 있으면 중앙극장 같은 데 가서 영화 구경도 같이 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영적인 데이트도 되고 인간적인 부부로서의 데이트도 될 수 있을 것이다. 데이트를 하러 나가는데 아내는 나름대로 잘 차려 입고 나갈 것이 아닌가? 그러면 남편은 아내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기회도 되어서 매우 좋을 것이다.

 

위와 같이 부부가 행복해질 때 가정이 행복해지고, 가정 하나하나가 행복해질 때 이 사회가, 이 나라가 밝고 행복해질 수 있고, 또한 이 지구가 전쟁이나 기아 또는 가난에서 해방된 살기 좋은 곳이 되리라고 믿는다.

 

[사목, 1993년 5월호, 김창석 신부(사목상담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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