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강론자료

공현대축일-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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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00-01-01 ㅣ No.173

주 의 공 현 대축일

         

          이사야 60,1-6;   에페소 3,2-3.5-6;   마태오 2,1-12

     

     2000. 1. 2.

 

주제 : 선물을 받는 사람이 지녀야 할 자세

 

오늘은 새 천년의 두 번째 날입니다. 새해, 첫날을 여러분은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그리고 그 첫날에 이어서 이틀째 성당에 연속하여 오신 오늘은 어떻게 시작하셨습니까?   우리가 갖는 시작의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가 따로 이야기해주지 않아도 잘 아는 일입니다.   그러나 누구나 다 아는 사실만큼 사람들이 무시하기 쉬운 것도 없습니다.

 

오늘은 주님의 공현(公現) 대축일입니다.  

'공현'은 '다른 이들 앞에 드러내 보인다'는 뜻이고 자신의 모습이나 역할을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알려주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전례에서는 예수님이 대중 앞에 자신의 능력이나 모습을 드러낸 공현에 관계되는 일로 세 가지를 기억합니다.  그 중 한가지에 해당하는 것이 오늘 기억하는 동방박사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신 일이고, 세례가 두 번째이며, 가나에서 보여주신 첫 번째 기적이 세 번째의 공현 사건입니다.

 

세상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내용을 지식으로 얻는 것으로서 예수님 공현의 의미를 알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단순하게 나열되는 지식보다는 그로 인한 삶의 과정, 그것을 통하여 무엇을 우리에게 보여주셨으며, 그 보여주신 모습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며 현실을 성실하게 살아야 하는지에 더 중요성을 두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을 통해서 우리는 동방박사들의 모습을 봅니다. 하늘이 보여주는 징조를 읽고 뭔가 위대한 역할을 하신 왕을 찾아 떠났던 그들이 그 왕에게 경배를 드리기 위하여 그들이 얼마나 먼 거리를 왔는지는 모릅니다. 그렇긴 하지만 그들은 꽤 오래 전부터 준비하고 노력한 사람들이었을 것입니다. 더불어 그들은 그 왕에게 문안하기 위하여 정성이 담긴 선물도 가지고 갑니다.

 

그때로부터 2천년 가량 흐른 시대에 사는 우리는 예수님을 찾고 경배하기 위해 먼 나라 땅으로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갈 필요도 없고 가지도 않습니다.  조금만 돌이켜 보면 아주 가까운 데서 우리를 기다리시는 예수님을 만날 수 있는 편리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찾아갔던 동방박사들이 가지고 갔을 그 선물과 같지는 않더라도 예수님께 드릴 선물을 지금 내가 갖고 있는지는 살펴보아야 합니다.  

 

지금 현재 내가 갖는 마음, 선물을 준비했는가라는 질문을 듣고 처음으로 하는 생각이 '세상의 온갖 것을 다 소유하고 계신 하느님이니까, 내가 가져가는 선물은 별로 귀중하게 여기시지 않겠지!'하는 자세인지 아니면 '보잘것없고 비싸지는 않아도 내가 준비한 선물을 받아주시겠지 하는 자세로 앉아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은 쉬워도 이런 삶의 자세는 쉽지가 않습니다.  우리는 선물하면 반드시 손에 들고 가거나 대신 돈이 담긴 봉투를 들고 가야하는 것으로 기억하고, 선물하면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선물을 주고받으면서 부탁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물건으로 생각하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선물은 그런 의미만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우리가 지내는 이 공현 축일은 우리가 동방의 박사들처럼 하느님께 선물을 바치는 날도 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의미는 우리에게 선물로 오시는 하느님을 받아들이는 날입니다. 선물은 받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채워주는 것이 아닙니다. 선물은 주는 이의 정성을 인정하는데 본래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이 보내주시는 선물을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옳은지를 알아들어야 합니다. 바꿔 이야기해서, 하느님이 우리에게 당신의 아들을 선물로 주실 때, 그 선물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생각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뜻에서 선물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선물을 주고받는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오늘 1독서는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사람들에게 선포합니다.  실망하고 자포자기하지 말고 비쳐오는 빛을 향하여 떨치고 일어나야 하며,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하느님을 찬양하자고 합니다. 그것이 해방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요, 선물을 받는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자세라고 합니다.

 

하느님이 주시는 선물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기에 선물을 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서 선택된 우리는, 우리를 통하여 다른 사람들도 하느님의 선물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이 선물을 받는데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선물을 다른 사람이 받을 수 있도록 길을 비켜서고 선물의 힘이 다른 사람 안에서도 드러날 수 있도록 신앙인이 해야 할 일입니다.

 

오늘은 예언자들의 예고에 따라 예수님이 이 세상에 당신의 모습을 보이셨음을 함께 기뻐하는 날입니다.  이 기억이 단순한 한 번의 일에서 끝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삶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끌어 주시도록 하느님의 은총을 함께 간청해야 하겠습니다. 그 은총을 청하는 마음으로 우리에게 선물로 다가온 새로운 천년을 움직일 때, 우리는 비로소 합당한 삶의 결실을 맺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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