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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가톨릭 영성 산책7: 유혹 받는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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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6-22 ㅣ No.686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영성 산책] (7) 유혹 받는 인간


악의 유혹, 하느님 은총 청하며 극복하자



주님의 기도는 예수님이 친히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신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 기도다. 그림은 두초 디 부오닌세냐(Duccio di Buoninsegna)의 ‘제자들을 가르치는 예수님’.


우리는 예수님께서 친히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 기도인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 후반부에서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라며 청원을 올릴 뿐만 아니라,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라는 청원도 함께 올립니다.

지난 글에서 우리는 아담의 죄로 말미암아 원죄로 인해 하느님께서 무상으로 베푸셨던 은총 지위를 잃어버렸고, 탐욕으로 죄에 물들게 됐다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러한 죄는 우리가 하느님께 나아가는 영적 여정을 직접적으로 방해하기에 마땅히 제거해야 할 대상인 것입니다.

결국 탐욕으로 상처 입은 우리 본성이 나약해지면서 바로 내 안에서 죄가 생기게 됩니다. 내 탓이기 때문에 내가 직접 없애려고 노력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인간의 노력만으로는 모든 죄를 깔끔하게 없애고 인간의 선한 본성을 온전히 회복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하느님의 도우심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님의 기도에서 하느님께 가까이 나아가기 위해 우리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간절히 청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느님께 나아가는 영적 여정을 방해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외적 요인이 있습니다. 주님의 기도에서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고 악에서 구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를 죄로 기울게 하는 외적 요인으로는 우리가 몸담고 사는 이 세상과 우리를 끊임없이 유혹하는 악의 세력이 있습니다. 우리는 창세기 1장에서 하느님께서 모든 피조물을 창조하고 “보시니 좋았다”라고 말씀하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세상은 일차적으로 하느님의 선성(善性)을 담고 있는 피조물로서,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우리의 영적 여정을 도와줍니다.

그러나 성경 말씀은 이차적으로 죄와 연대해 악한 모습을 지닌 세상에 관해서도 언급합니다. 특히 요한계 문헌은 악한 실체로서의 세상 개념을 제시합니다. “세상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요한 1,10). “세상에 있는 모든 것, 곧 육의 욕망과 눈의 욕망과 살림살이에 대한 자만은 아버지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온 것입니다”(1요한 2,16).

따라서 우리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세상이 우리의 영적 여정을 방해하며 영원한 생명과 대립함으로써 우리를 죽음으로 유혹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하느님께 잘 나아가기 위해, 주님의 기도에서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해달라고 간절히 청하는 것입니다.

한편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합니다. “악은 추상적인 어떤 것이 아니라, 한 인격체, 곧 사탄, 악마, 하느님께 대항하는 천사를 가리킨다. 악마는 하느님의 계획과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룩된 하느님의 구원 사업을 가로막는 자이다”(2851항). 물론 성경에서도 “죄를 지은 천사”(2베드 2,4), 즉 타락 천사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사실 가톨릭 신앙인은 세례 예식에서 단순히 죄를 끊어 버린다고만 고백하지 않고, 죄의 지배를 받지 않기 위해 악의 유혹도 끊어 버린다고 고백해야 하며, 죄의 근원이요 지배자인 마귀도 끊어 버린다고 고백해야 합니다. 결국 악마는 죄를 생겨나게 하는 근원이기 때문에 악마를 끊어버리지 않고서는 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하느님께 나아가는 데에 방해를 받게 될 것입니다. 특히나 악마는 우두머리로서 악한 세상에 영향을 끼치면서 복합적으로 우리를 유혹하기 때문에 우리의 영적 여정을 더욱 방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님의 기도에서 꼭 악에서 구해 달라고 하느님께 간절히 청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악마뿐만 아니라, 악마의 지배를 받는 악한 세상은 인간에게 영향을 끼치며 우리의 영적 여정을 방해합니다. 비록 인간은 죄와 악의 유혹에 쉽게 흔들리는 나약한 존재라 하더라도, 그것들을 극복해야만 하고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느님 은총의 도우심으로 모든 유혹을 극복하고 믿음 안에서 하느님께 나아가는 영적 여정을 걸어야 할 것입니다.

[평화신문, 2015년 6월 21일, 전영준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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